어린시절 무심코 먹은 항생제가 거식증·폭식증 유발한다

2019.05.06 06:00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발생한 식이장애가 어린 시절에 복용한 항생제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발생한 식이장애가 어린 시절에 복용한 항생제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뚱뚱하지 않은데도 본인이 살이 쪘다고 일부러 밥을 굶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은 뒤 억지로 토를 하는 일명 '먹토'는 각각 신경성 식욕부진증, 폭식증으로 불린다. 이런 식이장애(섭이장애)가 생기면 약물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그런데 청소년기와 성인기 나타나는 식이장애가 어린 시절 복용한 항생제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심리학과와 덴마크 오후스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어릴 때 항생제를 장기간, 또는 과다하게 복용하면 장내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나이가 들어 식이장애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회지' 4월 24일자에 발표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식이장애가 유전적인 요인과 스트레스, 불안 등 정신적인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덴마크에서 1989년 1월 1일부터 2006년 12월 31일 사이 태어난 여자 청소년 52만564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중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은 4240명이었다. 연구팀은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과 겪고 있지 않은 건강한 사람의 병력과 가족력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어렸을 때 병원균에 감염돼 항생제를 장기 또는 과다 복용한 경험이 있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경성 식욕부진증을 겪을 확률이 약 23%, 폭식증을 겪을 확률이 약 6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으로 진단할 수준은 아니지만 거식과 폭식을 자주하는 경우도 45%에 이르렀다.

 

연구를 이끈 로렌 브라이토프 조지메이슨대 심리학과 박사후연구원은 "항생제가 병원균뿐 아니라 유익한 균까지 죽이면서 장내미생물 생태계를 뒤엎은 결과로 추측된다"며 "뇌와 소화기관 사이의 신경계에 영향을 줘 결국 식욕이나 식이행위를 조절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적 또는 정신적인 원인으로 발병한다는 그동안 학계의 정설에 새로운 사실을 더한 셈이다. 

 

연구팀은 향후 세균 감염과 항생제 치료가 식이습관 등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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