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수출 추진한다던 중소형원전 스마트 착공 ‘안갯속’

2019.04.30 16:58
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지난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키로 한 소형 원전 ‘스마트(SMART)’가 당초 목표였던 올해 건설 착수가 가능할지 ‘안갯속’이다. 스마트 건설 인허가 주체인 사우디 규제기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우디가 아직 건설을 확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지난 3월 말 사업규모가 약 22조원에 달하는 사우디 대형 원전 건설 사업 수주를 노리며 사우디에 원전기술 판매를 비밀리에 승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마트 건설을 계기로 중동 지역 원전 수출 확대를 원하는 한국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제2차 스마트 건설 및 수출 촉진을 위한 고위급 TF 회의’를 개최했다. 문미옥 과기정통부 1차관이 주재했고 산업부와 외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 실국장과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한국수력원자력 해외사업본부장, 두산중공업 부사장 등 산업계 관련 기관 임원들이 참석했다. 지난해 1월 첫 TF 회의에 이어 1년 3개월만에 두 번째 TF 회의다.

 

그 사이에 한국과 사우디가 공동으로 진행한 스마트 건설 전 설계(PPE, Pre-Project Engineering) 사업이 지난해 11월 완료됐다. 포스코 건설, 두산중공업 등 국내 기업이 참여했으며 사우디가 1억달러(약 1160억원), 한국이 3000만달러(약 350억원)를 투입했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차세대 소형 원전 스마트(SMART, 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는 1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다목적 일체형소형원자로다. 고리나 영광에 있는 상용 원전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펌프 등이 배관에 연결돼 운영된다. 이와 달리 스마트는 배관 없이 주요 부품들을 원자로 내에 배치한 일체형 소형 원자로다. 배관 파손으로 인한 원전 사고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차단해 안전성을 향상시킨 게 특징이다. 사우디와의 PPE가 원활하게 끝나고 스마트 건설을 위한 본 계약을 체결하면 스마트 1기당 약 1조원에 달하는 수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완료한 PPE는 사우디 현지 요건을 반영해 사우디에 건설할 스마트 사전 설계 작업을 뜻한다. 스마트를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현재 PPE를 바탕으로 사우디와 함께 스마트 원전 안전성을 검증하고 인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중이다. 사우디에 건설 예정인 스마트 원전 인허가는 우선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담당한다.

4월 3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과기정통부 생각나눔방에서 열린 ′제2차 SMART 건설 및 수출 촉진 고위급 TF 회의′에서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오른쪽)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4월 3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과기정통부 생각나눔방에서 열린 '제2차 SMART 건설 및 수출 촉진 고위급 TF 회의'에서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오른쪽)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사우디에 건설할 원전에 대해 한국 원안위가 인허가를 하는 이유는 아직 사우디가 원전 안전성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인허가를 할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해서다. 원전 안전성을 검증하고 인허가를 한 경험이 있는 한국 원안위에서 우선 인허가를 받은 뒤 이 데이터를 이용해 사우디 규제기관에 건설 허가를 받겠다는 우회적인 전략이다. 이와 관련 사우디 원전 규제 업무를 담당할 인력 15명이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약 1년 이상 원전 안전 관련 교육훈련을 받고 있다. 

 

김긍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스마트사업단장은 “현재 교육훈련을 받고 있는 사우디 규제 담당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빠르게 인허가 업무를 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추길 기대하고 있다”며 “사우디에서는 아직 원전 안전 관련 독립적인 규제기관이 없는 상황이며 스마트 건설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스마트 원전 건설 착수가 늦어지면 사우디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동 지역 원전 수출을 진행하겠다는 당초 목표에도 차질이 생긴다. 사우디아라비아 왕립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은 지난 2015년 소형원전 스마트를 도입하며 대형 원전도 병행할 계획을 공표했다. 한국은 스마트 수출을 교두보로 삼아 중동 지역 원전 건설 시장도 적극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최근 사우디에 원자력 기술 판매를 비밀리에 승인하며 중동 지역 원전 수출에 큰 변수가 생겼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3월 말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미국 기업이 사우디에 원자력 기술을 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약 22조원에 달하는 사우디 대형 원전 사업자는 올해 말 선정될 예정이다. 로이터는 사우디 원전 수주 사업에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의 빠른 건설 착수로 실증 사례를 만들고 중동 지역에 적극 진출하려는 한국 입장에선 당장 올해 말로 예정된 사우디 대형 원전 건설 수주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미국의 가세 등 불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자력계의 한 관계자는 “원전 수출 국가에서 원전 건설 인력, 시공 업체, 장비, 인프라 등 산업 자체가 없어진다면 원전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실증 원전 사례와 도입 국가의 운영에 대한 설비 시스템 이해도를 높이고 제어 기술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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