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미세먼지 해결에 사회적 비용 불가피. 국민 총의 모을 것"

2019.04.29 00:00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사무총장으로 10년간 일하며 국제 환경 문제에 공헌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금 범국가기구의 부름을 받으면 제 여생을 기꺼이 이 문제를 위해 바치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이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서 " 미세먼지 해결을 국민이 준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정당 및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 종교계, 정부, 지자체를 대표하는 42명의 위원이 참여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서 검토하고 해법을 정부에 제안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초등학교 교장, 소상공인 대표, 농촌 지역 마을 대표 등 시민 7명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반 위원장은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사회적 재난 수준인 미세먼지 해결 방안을 사회의 다양한 주체 참여하에 결론을 도출해 정부에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사회 각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추진이 어려웠던 과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소수 관계자나 기득권을 넘어 국민의 총의를 모으는 데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대책을 단기적인 대책과 중장기적인 대책으로 나눠서 다룰 계획이다. 반 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11월부터 시작될 미세먼지 고농도 기간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우선 검토 중이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미세먼지 해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이달 초 가톨릭 교황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환경 문제가 시급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반 위원장은 “이달 11일 프란체스코 교황을 만나 환경을 비롯한 여러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 자리에서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를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한데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께서는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때때로 용서하지만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며 환경 문제가 인간의 시급한 과제임을 강조했다”며 “자연의 엄중함을 깨닫고 고칠 것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 위원장은 “다양한 분야의 체질을 개선하려면 개인적으로는 크고 작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고, 적지 않은 사회경제 비용이 수반될 수도 있다”며 “합의에 이르려면 갈등이 일시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으나 집단 간의 비타협적인 대결이나 정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때가 문제를 해결할 기회라고도 말했다. 반 위원장은 “국민적 관심과 미세먼지 해결 의지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이 기회라고 볼 수 있다”며 “지난 세월 많은 위기를 기회로 비상했던 한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 분야의 명실상부한 선진국 될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국가기후환경회의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깨끗한 공기는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이고 정부는 돌려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 기대와 성원 속에 출범하는 회의에 정부도 든든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하며 “체감할만한 성과를 반드시 내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주실 것을 믿겠고,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정책에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박원순 서울시장도 축사를 통해 국가기후환경회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5월 중에 ‘국민정책참여단’을 구성해 논의의 틀을 갖추기로 했다.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250명은 무작위로 선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250명을 뽑아 500명의 참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숙의 과정을 거친 제안들을 검토하기 위해 저감위원회, 피해예방위원회, 과학기술위원회, 국제협력위원회, 홍보소통위원회 등 전문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자문단도 설치하기로 했다.

 

반 위원장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가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회의가 생기며 옥상옥이라는 지적이 따른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총리실 산하 위원회는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이고, 국민들의 숙의 과정을 거쳐 근본적 대책을 제안하고 정부의 제안 사항에 대해 힘을 합쳐 행동을 권고하는 것이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역할”이라며 “두 기구가 보환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정책참여단의 구성에 대해서는 "가급적이면 모든 국민들 포괄해서 참여하도록 하면서 숙의과정 포함시키되 계층별로 대표성 유지하기 위해 250명은 직접 무작위로 추출해서 그분들하고 접촉해 정책참여단에 포함시키겠다"며 "나머지 250명은 관심 많은 분들이 본인들이 인터넷 통해 모집하며 천명 되던 만명 되던 신청 들어오면 250명을 선별해 총합 500명을 운영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산업계가 가장 큰 반발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 반 위원장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정부는 재정에 한계가 있다”며 “이런 것은 기업이 투자해야 한다. 산업체가 스스로 과학적 기술을 동원하고 창의적 기술을 계속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가 회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반 위원장은 “위원회가 입장이 잘 정리되면 청와대에 직접 보고하는 기회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5개 정당대표를 위원으로 하려고 했는데 국회의장님께 부탁드렸지만 인선이 어려운 것 같다. 잘 조정해 주셔서 빠른 시일내로 정당 대표들이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결과적으로 토의한 내용이 정부에 들어가 법을 제정하면 국회를 거치게 되어 있으니 이를 감안해 빨리 지명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하고,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반 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에서 미세먼지가 심각한 도시 100개를 선정하는 데서 44개가 한국 도시라는 언론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그야말로 국가적인 위기라 생각하고 정부나 우리 모두 힘을 합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자리를 빌어 전 국민에게 읍소한다”며 “이제는 내가 손해다, 산업계가 손해다, 공장이 손해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과할 정도의 강력한 개선안을 만들어 줄 것도 주문했다. 반 위원장은 “위원회를 열다 보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고 넘어갈 때가 있다”며 “국민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의견을 겸허하게 청취하되 회의의 안은 좀 과감한 것을 넘어서 그야말로 과하다 이럴 정도의 안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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