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뇌 시각 영역 활용해 듣는다

2019.04.26 15:30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민감한 청각으로 주변 사물을 판별하기도 한다. 워싱턴대 제공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민감한 청각으로 주변 사물을 판별하기도 한다. 워싱턴대 제공

선천적으로 시각 장애를 안고 태어났거나 어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사람 가운데는 뛰어난 음악가나 놀라운 절대음감을 가진 이들이 있다. 시각 장애인 중에는 물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소리만 듣고 알아채는 능력이 뛰어난 사례도 많다.  그러나 시각 장애인들이 가진 뛰어난 청각적 능력 가진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연구팀이 뇌의 활성 정도를 관찰함으로써 시각 장애인의 청력이 실제로 예민하고, 뇌의 시각부분을 활용해 사물의 움직임을 파악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온 파인 미국 워싱턴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달 22일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소리를 더 날카롭게 분별해내는 능력을 갖는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 저널’에, 시각장애인이 뇌의 시각적 부분을 활용해 소리로 움직임을 판별하는 능력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각각 실었다.


첫 연구에서 연구팀은 시각장애인이 소리를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를 밝혔다. 연구팀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도’ ‘레’ ‘미’처럼 주파수가 각기 다른 소리를 들려주고 이에 따른 뇌의 반응을 파악했다. 피실험자들이 소리를 듣는 동안 연구팀은 뇌의 혈류량을 측정해 뇌의 활성화 정도를 파악하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비로 피실험자의 뇌 활동을 기록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같은 음을 들어도 비장애인보다 주파수를 더 정확하게 추려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뇌에서 소리를 들을 때 쓰는 영역인 청각 피질에서 소리를 그에 맞는 주파수로 더 정밀하게 분류하는 것으로 나왔다. 시각장애인의 뇌가 비장애인보다 소리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도록 바뀐 것이다. 연구팀은 “시각장애인이 청각 피질에서 가소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연구”라면서 “시각장애인의 경우 음에서 더 많은 정보를 추출해야 해 향상된 능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같은 음을 들어도 비장애인보다 더 날카롭게 주파수를 판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온 파인 교수 연구팀 제공
시각장애인의 경우 같은 음을 들어도 비장애인보다 더 날카롭게 주파수를 판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온 파인 교수 연구팀 제공

두 번째 연구에서 연구팀은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청각 신호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능력도 높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시각적으로 물체를 추적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인 hMT+에 주목해 소리가 나는 물체를 움직이고 뇌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을 했다. 시각장애인은 소리가 움직이면 hMT+가 활성화됐다. 반면 비장애인은 hMT+가 전혀 활동하지 않았다.

 

소리의 빈도를 바꿨을 때도 시각장애인은 hMT+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소리의 빈도도 공간 상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파인 교수는 “이 결과는 시각장애인의 뇌가 정교하게 청각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각적 영역을 활용하는 것을 암시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유아기에 시각장애를 겪었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 수술로 시력을 회복한 사람의 반응도 관찰했다. 이때 hMT+는 청각운동과 시각운동 모두를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인 교수는 “뇌의 가소성이 뇌가 발달하는 성인기 이전에 발생한다는 추측의 증거가 된다”며 “뇌가 시각장애로 이 부분을 청각에도 반응하도록 전환시켰지만 시력을 회복한 이후에도 능력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파인 교수는 “시각장애인의 뇌가 어느 부분이 변하는지 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봄으로써 뇌가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확장할 수 있다”며 “연구에 참가한 시각장애인 중 한 명이 ‘다른 사람들이 눈으로 볼 때 나는 귀로 본다’고 말한 것처럼 이번 연구가 시각장애인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설명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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