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체험하는 의료로봇]③ 게임보다 더 직관적인 로봇 외과의사

2019.05.03 15:00
이미지 확대하기다빈치 로봇은 환자의 복부에 구멍을 내고 로봇팔이 각각 기구를 넣어 수술한다. 사진 맨 왼쪽이 집도의인 민병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센터장. 콘솔박스에서 3차원 영상을 보면서 원격으로 조종한다.
다빈치 로봇은 환자의 복부에 구멍을 내고 로봇팔이 각각 기구를 넣어 수술한다. 사진 맨 왼쪽이 집도의인 민병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센터장. 콘솔박스에서 3차원 영상을 보면서 원격으로 조종한다.

수술실 한켠에 설치된 스크린에 컴컴한 동굴이 나타났다. 라이트를 더 밝게 하자 붉은빛이 감도는 벽이 보였다. 천천히 앞으로 나가보니 커다란 덩어리가 나타났다. 한쪽 손으로는 덩어리를 집고, 다른 손으로는 조금씩 자르면서 스테이플러로 묶었다.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 상황인지, 가상현실인지 헷갈렸다.

 

지난달 9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민병소 로봇수술센터장(대장항문외과 교수)의 집도로 직장암 2기 환자에 대한 수술이 진행됐다. 대장 끝부분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곧은창자에서 종양이 자란 부분을 잘라낸 다음, 남아 있는 장을 잇는 수술이다. 환자의 복부에 약 8mm 짜리 구멍을 4개 뚫고 4세대 다빈치 로봇(다빈치 xi)의 팔을 넣었다.

 

민 센터장은 로봇에서 1m 가량 떨어진 콘솔박스에 들어가 3차원 영상을 보면서 로봇팔에 달린 기구를 조종했다. 1번 팔과 3번 팔은 각각 의사의 왼손과 오른손을 담당했다. 집게로 살을 집거나 가위로 자르고, 출혈하지 않도록 열이나 전기로 지혈하기도 했다.  자름과 동시에 스테이플러로 고정할 수도 있었다. 4번 팔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2번 팔에는 양안시 카메라가 달려있어 실제 환자의 뱃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3차원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미세한 부분은 10배까지 이미지를 키워서 볼 수 있다.

 

'손놀림' 똑같이 흉내 내는 로봇팔로 원격수술

 

이미지 확대하기기자가 직접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에 도전했다. 화면을 보면서 링을 집어 같은 색깔의 고깔에 끼우는 미션을 수행했다. 복강경 기구는 길이가 약 50cm쯤 되며, 가위손잡이처럼 생긴 손잡이를 당기면 기구의 집게가 벌어지고 손잡이를 놓으면 집게가 입을 다물었다. 손잡이 옆 휠을 돌리면 집게 방향이 돌아갔다. 10분 가까이 기구랑 씨름했지만 결국 하나도 성공하지를 못했다(위 사진). 다빈치 로봇은 집게처럼 생긴 기기에 손가락을 넣고, 손가락을 모으면 수술 기구에 달린 집게도 입을 다물고, 손가락을 벌리면 집게도 입을 벌리는 방식이었다. 손목을 안팎으로 꺾거나 돌리면 집게도 관절 부분에서 똑같이 움직였다. 5분도 안 돼 모든 링을 끼우는 데 성공했다(아래 사진).
기자가 직접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에 도전했다. 화면을 보면서 링을 집어 같은 색깔의 고깔에 끼우는 미션을 수행했다. 복강경 기구는 길이가 약 50cm쯤 되며, 가위손잡이처럼 생긴 손잡이를 당기면 기구의 집게가 벌어지고 손잡이를 놓으면 집게가 입을 다물었다. 손잡이 옆 휠을 돌리면 집게 방향이 돌아갔다. 10분 가까이 기구랑 씨름했지만 결국 하나도 성공하지를 못했다(위 사진). 다빈치 로봇은 집게처럼 생긴 기기에 손가락을 넣고, 손가락을 모으면 수술 기구에 달린 집게도 입을 다물고, 손가락을 벌리면 집게도 입을 벌리는 방식이었다. 손목을 안팎으로 꺾거나 돌리면 집게도 관절 부분에서 똑같이 움직였다. 5분도 안 돼 모든 링을 끼우는 데 성공했다(아래 사진).

과거에는 이렇게 위중한 수술을 하려면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을 해야 했다. 복부를 한뼘 정도 절개하고 종양을 뗀 다음, 다시 절개했던 부분을 꿰매는 방식이다. 하지만 회복까지 오래 걸리는 데다 과다 출혈, 세균 오염의 위험이 있었다. 1980년대에는 복부에 1~1.5cm 정도인 구멍을 3~4개 뚫어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넣는 복강경 수술이 보급됐다. 절개 부위가 작아 수술 후 통증이 적었고 회복도 빠른 데다 상처도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도 충수절제술(맹장염수술)이나 갑상선절제술, 자궁근종절제술에서는 복강경을 사용한다.
 
그러나 복강경 수술에 능숙해지려면 오랜 훈련이 필요하다. 민 센터장은 “복강경에서 사용하는 긴 수술기구는 젓가락처럼 지렛대를 이용하기 때문에 손을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인다”며 “복강경 수술이 손에 익숙해지려면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1999년 미국의 수술 로봇제조업체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직관적으로 조작 가능한 다빈치 로봇을 개발했다. 복부에 구멍을 내 카메라와 기구를 넣는 것은 복강경 수술과 같다. 하지만 기구를 조작하는 방식이 다르다. 민 센터장은 “로봇은 복강경 기구보다 조작 방법이 직관적”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에비스의생명연구센터에서 그 차이를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실제 기기와 똑같은 복강경 기구와 다빈치 로봇을 직접 조작해본 것이다. 이곳에서 수련의들은 손 연습을 하거나 동물을 이용해 수술 연습을 한다. 

 

그 결과 확실히 로봇을 다루는 게 훨씬 수월했다. 복강경 수술에 쓰이는 기구는 가위 손잡이처럼 생긴 손잡이를 이용해 움직이는 방식이다. 기구가 긴데다 관절이 없어 익숙하지 않으면 제대로 다루기 힘들다. 하지만 다빈치 로봇은 마치 손으로 실제 수술기구를 집어 절개, 봉합하는 것처럼 기기를 다룰 수 있다. 그래서 몇 시간만 연습하도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민 센터장은 “복강경은 카메라와 기구의 위치가 서로 다르게 움직인다”며 “반면 수술 로봇은 카메라와 기구의 위치가 눈과 손의 위치와 일치하므로 훨씬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계에서는 직장암 수술을 능숙하게 하는 데까지 복강경 수술은 70~120건 이상 훈련이 필요하지만 로봇 수술은 20~50건 정도만 해도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 복강경 수술이 가능한 모든 수술은 로봇 수술로 대체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로봇 수술이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주로 복강경 수술로 하기에 난이도가 있는 위암과 직장암 전립선암 갑상선암을 중심으로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수술로봇 ‘레보아이’, 곧 활용 전망

 

이미지 확대하기국내 업체 미래컴퍼니가 자체 개발한 수술용 로봇 레보아이. 미래컴퍼니 제공
국내 업체 미래컴퍼니가 자체 개발한 수술용 로봇 '레보아이'. 미래컴퍼니 제공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는 수술로봇은 외산이 대부분이지만 국내에서도 수술로봇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회사 미래컴퍼니는 10년간의 개발 끝에 수술로봇 ‘레보아이’를 개발했다. 이 수술로봇은 2017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지난해 3월 공식 출시됐다. 다빈치처럼 환자 복부를 1cm 정도 절제하고 로봇팔 기구를 넣은 다음, 의사가 콘솔박스에 들어가 3차원 영상을 보면서 팔을 조종한다. 

 

레보아이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담낭과 전립선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전립선에는 미세혈관과 신경이 몰려 있어 외과수술도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레보아이의 수술 실력에 대해서는 인정받은 셈이다.

 

민 센터장은 ”임상에서 활용하려면 가장 중요한 요건이 환자의 안전“이라며 ”이미 동물 수술과 소수 환자 수술을 거쳐 검증을 했지만, 안전성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 맹장염부터 암까지 여러 수술을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보아이는 지난해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기쁨병원에 도입돼 충수염과 담낭절제술에 사용되고 있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비뇨기과, 산부인과, 대장항문, 이비인후과 등에서 주요하게 활용될 계획"이라며 "수술 영역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은 다빈치가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외에서 다양한 수술 로봇을 개발해 상용화하면 더욱 안전하고 정교한 수술을 저렴하게 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령 민 센터장은 ”복강경 카메라는 장기 밖으로만 다니기 때문에 대장 내부로 난 종양 크기를 보려면 내시경을 해야 한다“며 ”장기 안팎을 모두 볼 수 있는 카메라가 달린 로봇이 나오지 않을까“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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