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지진, 동해 사라지는 전주곡일지도”

2019.04.22 19:15
이미지 확대하기동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38~54km 떨어진 해역에서 지진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이 근처에 지진을 유발하는 원인이 있는지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경상대 및 강원대 연구팀이 처음으로 밝힌 거대한 구조물이 이번 지진 발생지역과 거의 일치하는 곳에 존재하고 있다. 동해 지각이 한반도 남쪽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주장도 함께 주목 받게 됐다. 사진 제공 학술지 김기범 교수
동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38~54km 떨어진 해역에서 지진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이 근처에 지진을 유발하는 원인이 있는지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경상대 및 강원대 연구팀이 처음으로 밝힌 거대한 구조물이 이번 지진 발생지역과 거의 일치하는 곳에 존재하고 있다. 동해 지각이 한반도 남쪽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주장도 함께 주목 받게 됐다. 사진 제공 학술지 김기범 교수

이달 19일 동해 동쪽 50km 바다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난 데 이어, 이번에는 울진 동쪽 야 38km 지점에서 규모 3.8의 지진 발생했다. 두 지진은 각각 올해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과 세 번째로 강한 지진이었다. 올해 두 번째로 강했던 지진 역시 지난 2월 포항 앞바다 약 50km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1의 지진이었다. 동해안 앞 38~54km 앞 바다에서 계속적으로 지진이 나고 있는 것이다. 세 지점을 이으면 동해안과 평행하게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선이 된다. 세 지진이 이 가상의 선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지진과 관련이 있는 이 선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한 연구가 지난해 있었다. 김기범 경상대 기초과학연구소 교수와 소병달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팀은 동해 가운데 한반도와 가까운 지역 사이의 지층 구조를 마치 X선처럼 지각 내부의 구조를 밝혀내는 탄성파 반사 기술 등으로 새롭게 밝혀 지난해 7월 지질학 분야 국제학술지 ‘지질학’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동해에는 한반도 남부의 동해안에서 수십 km 떨어진 동해와 한반도 사이의 경계지점에 해안선과 평행하게 남북으로 길게 뻗은 거대한 구조물인 ‘메이저 트러스트(MT)’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구조물이 좌우에서 압력을 받아, 상대적으로 얇은 동해의 지각이 한반도 동쪽을 이루고 있는 지각 아래로 말려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생긴 것으로 파악했다. 그 증거로 보다 동쪽에 위치한, 울릉도를 중심으로 동해 중심부에 발달해 있는 바다 속 평평한 지형인 ‘울릉분지’에 높이 150~200m 내외로 주름처럼 솟은 구조물이 두 개를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 같은 구조물은 남북으로 길이가 150km에 달했는데, 연구팀은 이게 동서 방향의 압축력을 받아 지각이 휜 것으로 파악했다. 


또 울릉분지가 한반도 지각 아래로 파고든다고 추정되는 지역 깊은 곳에서 역단층을 발견했다. 역단층 역시 양 옆에서 압축력이 가해질 때 발생하는 단층이다. 마지막으로 중력을 측정한 결과 동해 지각과 한반도 지각의 경계면에서 중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역시 한쪽 지각이 아래로 내려갈 때 발생한다.


김 교수팀은 이를 바탕으로 동해와 한반도 지각의 경계부가 초기 섭입대(얇은 지각이 두꺼운 지각 아래로 파고드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한반도와 동해가 사실상 두 개의 분리된 거대한 지각 덩어리(판)로 돼 있고, 이 두 판은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와 동해가 하나의 거대하고 안정된 지각 덩어리(판)로 돼 있고, 가장 가까운 판 경계부도 동일본과 태평양 판 사이 등으로 멀어 한반도 및 주변 해역은 지진, 화산 위험이 적다는 기존 학설과 다른 설명이다. 기존 학설은 한반도 주변의 판은 태평양과 일본 사이 등으로 멀어서 직접적으로 판 끼리의 충돌과 섭입이 근처에서 일어나지 않고, 따라서 지진이나 화산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미지 확대하기왼쪽 지도에 표시한 MT가 ′메이저 트러스트′로, 동해 지각이 한반도 지각을 파고들며 초기 섭입대를 형성하다고 연구팀이 밝힌 곳이다. 이번 지진도 이 위 또는 그 서쪽에서 일어났다. 사진제공 국제학술지 지질학
왼쪽 지도에 표시한 MT가 '메이저 트러스트'로, 동해 지각이 한반도 지각을 파고들며 초기 섭입대를 형성하다고 연구팀이 밝힌 곳이다. 이번 지진도 이 위 또는 그 서쪽에서 일어났다. 사진제공 국제학술지 지질학

하지만 김 교수팀의 연구로 한반도 지각 바로 동쪽이 갈라져 동해가 사실상 새로운 판으로서 충돌하기 시작해 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더 이상 한반도가 화산, 지진의 무풍지대가 아닐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김 교수는 올해 발생한 세 건의 주요한 동해 지진이 모두 MT 경계 바로 위 또는 조금 서쪽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들 해양 지진이 섭입 현상의 결과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19일 동해 54km 해역 지진은 정확히 MT 경계 위에, 22일 울진 38km 지진과 2월 포항 50km 해역 지진은 MT 경계 살짝 서쪽 지하에서 발생했다”며 “섭입이 일어나면 지하 깊은 곳으로 밀려들면서 지진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MT 경계부 또는 그 서쪽에서 지진이 난다는 예측과 맞아 떨어지는 결과”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예측은 점차 일부 지진학자 등 지질학계의 동의를 받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해 지진은 모두 남북으로 길게 뻗은 역단층 지역에서 발생한다”며 “이번 지진들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MT 경계부의 지각 섭입의 결과로, MT 경계부 깊은 곳에는 역단층이 형성되므로 김 교수의 설명과 거의 비슷하다. 다만 김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움직이며 단층보다 훨씬 거대한 구조물인 섭입대를 꼽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김 교수의 주장대로 이 지역에서 MT라는 새로운 섭입대가 태어나는 중이라면, 지진과 화산은 앞으로 점점 더 활발히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매우 느린 속도로 빈도가 증가할 것이다. MT가 지금의 일본 동부처럼 지진과 화산이 활발한 본격적인 섭입대가 되기까지는 수백만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동해는 약 2000만 년 전에 형성이 되기 시작해 약 1000만 년 전에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며 “이후 약 500만 년 전 이후 갑자기 주변에 작용하는 힘의 양상이 바뀌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일본 동부 정도의 본격적 섭입대가 되려면 약 1000만 년이 걸리므로, 앞으로 수백만 년 뒤에는 지진과 화산이 빈발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백만 년보다 더 긴 시간이 지나면, 동해는 모두 육상 지각 아래로 들어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동해가 일본 쪽과의 경계인 동쪽 경계면에서도 똑같이 육지지각 아래로 밀려들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돼 있어, 최후에 동해 지각이 한반도 동부와 일본 서부 중 어느 곳으로 밀려들어가 사라질지는 아직 모른다. 마치 줄다리기를 하듯 양쪽에서 동해 해저지형을 잡아당기는 중이므로, 마지막에는 좀더 강하게 빨려들어가는 곳 한 곳으로 끌려들어가게 마련이다. 김 교수는 "둘 가운데 현재 좀더 지각 활동이 활발한 곳은 일본 서부와의 경계면"이라며 "이쪽으로 최종적으로 섭입돼 사라질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약간 더 높아 보이지만, 어느 쪽이든 동해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하기섭입대 형성 과정을 모식도로 나타냈다. 동해 울릉분지가 서쪽으로 움직이는 압축력을 내며 전체적으로 휘었다. 한반도 지각과 만나는 부위에서는 강한 힘으로 파고 들면서 한반도 지각을 들어올렸다. 동해의 깎아지른 듯한 해안 경관과, 동고서저로 대표되는 동쪽이 높은 지형도 이 현상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사진제공 국제학술지 지질학/동아일보
섭입대 형성 과정을 모식도로 나타냈다. 동해 울릉분지가 서쪽으로 움직이는 압축력을 내며 전체적으로 휘었다. 한반도 지각과 만나는 부위에서는 강한 힘으로 파고 들면서 한반도 지각을 들어올렸다. 동해의 깎아지른 듯한 해안 경관과, 동고서저로 대표되는 동쪽이 높은 지형도 이 현상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사진제공 국제학술지 지질학/동아일보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