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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끈기는 구체적인 계획에서 나온다

2019년 04월 21일 10:22
이미지 확대하기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 끈기있게 목표에 정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 끈기있게 목표에 정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목표를 다짐하는 것은 쉽다. 문제는 역시 ‘실행’이다. 뭔가를 해야겠다고 막 마음을 먹었을 때에는 조금만 애쓰면 쉽게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들뜬다. 시작점부터 골인까지의 길을 별다른 굴곡 없는 평지로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시작점부터 큰 함정이 파져있을 수도, 엉금엉금 기어 간신히 늪을 빠져나오면 악어때를 만날 수도 있다. 산다는 건 뭐 하나 쉽지 않은 것이 진리이지만 여전히 장애물들을 만나게 되면 절망하기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냐며 폭발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절망과 폭발 후의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화를 에너지로 삼아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눈 앞의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애를 쓴다. 반면 화를 이기지 못하고 못해먹겠다며 다 던져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똑같이 좌절해도 왜 어떤 사람은 장애물을 제거하려 힘쓰고 그 결과 더 목표 성취에 다가가는 반면 어떤 사람은 도망치는 걸까?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안체 슈미트 교수에 따르면 조금만 장애물을 만나면 금방 폭발하고 목표를 내던져버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일부분 앞길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얼마나 양질의 실행 계획을 세우느냐에 있다.

 

연구자들은 학생 209명과 직장인 119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1~2주 동안 시험 공부, 과제, 미팅 준비, 행사 개최처럼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자주 열받고 짜증나고 화가났는지, 얼마나 끈기있게 버텼는지 일주일 간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다 잘 될 거라는 다소 두루뭉실하고 비현실적인 예상을 한 사람들과 목표 달성 과정에서 만나게 될 다양한 어려움을 사전에 꼼꼼히 상기한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나타났다. 다양한 어려움을 사전에 꼼꼼히 상기한 사람들은 중간에 좌절하거나 폭발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목표를 향해 정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는 편이었고 중도에 어려움을 만났을 때는 어려움의 성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꼼꼼히 계획하는 편이었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장애물을 만나고 좌절하면 이를 통해 더 동기부여받고 더 끈기있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어떻게든 되겠지 수준의 선명하지 않고 수동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좌절을 만나면 쉽게 끈기를 잃는 모습을 보였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목표 달성의 과정은 크게 ① 목표 설정 →  ② 필요한 정보 수집 → ③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 설정 →  ④ 계획대로 일이 잘 되어가고 있는지 모니터링  → ⑤ 피드백·평가 과정  → ⑥ 목표나 계획의 수정 또는 유지라는 단계로 진행된다. 

계획은 머리 속에 두루뭉실하게 떠올리던 꿈을 ‘실행’ 단계로 가져오는 현실화 과정으로 목표 설정 다음의 모든 과정이 여기에 의해 좌우된다. ③번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신이 지금 잘 하고 있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모니터링과 피드백, 현실에 맞게 목표와 계획을 조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또 계획이 충분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장애물을 만나는 것이 이미 시나리오에 포함되어 있다면 장애물의 존재가 ‘이제 다 끝’이라는 신호가 아니라 벌써 이만큼 왔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주기도 한다. 이미 예상한 문제이므로 비교적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 또한 가능하다.

지도가 있다면 도중에 좌초해도 내 위치가 어디인지 파악하고 그래도 이만큼이나 왔다며 힘을 내서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지도가 없다면 넘어졌을 때 이 길이 맞는 길인지 모르겠다며 갈팡질팡하게 되고 전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정신이 든 제일 빠른 시기인 법. 다 때려치고 싶을 때일수록 현실 인식이 너무 물렀던 것은 아닌지,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떠올려보고 다시 지도를 그려보면 어떨까?

참고자료

Schmitt, A., Gielnik, M. M., & Seibel, S. (2018). When and how does anger during goal pursuit relate to goal achievement? The roles of persistence and action planning. Motivation and Emotion, 43, 205–217.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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