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미생물 캡슐 한 알로 아토피·천식·스트레스 한번에 잡는다

2019.04.19 14:10
인체 내 미생물 중에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을 찾아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는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 고바이오랩 제공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이라는 세균에 감염된 환자 10%는 한 달안에 목숨을 잃는다. 항생제를 먹으면 먹을수록 힘이 세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5년 이 세균에 감염된 환자는 약 50만 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약 3만 명에 이른다.  

 

이 세균은 평소에는 장 속에서 탈 없이 지내다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무너지면 독소를 배출해 위막성 대장염을 일으킨다. 항생제를 지나치게 많이 쓰면 이로운 균까지 사라지면서 오히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의 세상이 된다.

 

지금까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을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는 장이 건강한 사람의 대변으로부터 이로운 균만 정제해 환자의 장 속에 뿌리는 대변이식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대변 제공자의 나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대변의 상태로 달라진다는 점이다. 즉 치료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8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도 한국미생물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대변에서 정제한 균을 이식하는 대신, 장내 미생물을 ‘약’으로 만들고 있다”며 “치료 효과가 일정할 뿐 아니라, 동물시험과 임상시험, 식약처 등 공인기관의 승인을 거치기 때문에 안전성도 확보된다”고 말했다. 그는 "각각 특유의 치료 효과를 가진 장내 미생물로 약을 만들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뿐 아니라 대사질환이나 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내 미생물’ 건강식품 시판 중, 신약은 임상시험 중

현재 호주에서 임상시험 준비 중인 KBN697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 고바이오랩 제공
 

미국에서도 장내 미생물로 약을 개발하려고 연구 중이다. 아직까지 임상시험을 하는 곳은 있으나, 신약으로 상용화한 사례는 아직 없다. 고바이오랩에서도 아토피피부염이나 천식 등에 치료 효과가 있는 균주를 발굴해 약으로 만들어 현재 임상시험 중이다.

 

고바이오랩은 쌍둥이 2000명을 대상으로 장내 미생물을 연구해 ‘한국인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확보했다. 고 대표는 동아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쌍둥이는 유전정보가 똑같고 가족이나 살아온 환경 등이 같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에서 장내 미생물의 특징만 연구할 수 있다”며 “이 데이터를 활용해 장내 미생물과 비만, 또는 간 질환과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왔다”고 밝혔다.

 

주로 세균의 유전체 정보나 생리 활성 등을 분석해 균주만을 분리하거나, 일부는 균주가 특정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만 과발현하는 방법으로 건강기능성식품(케어바이오틱스)과 신약(큐어바이오틱스)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장 질환(바이오비옴M382)과 자가면역질환(바이오비옴M697), 스트레스 긴장 완화(바이오비옴M396)에 도움이 되는 케어 바이오틱스를 국내 시판했다. 또 한국인 여성의 질내 미생물에서 아토피피부염과 천식 등 면역질환에 치료 효과가 있는 균주 2종(KBLF001과 KBLF002)과, 장내 미생물에서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는 균주(KBLF003)를 찾았다.

 

그리고 이미 동물모델 시험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고 대표는 "지난해 말 삼성서울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승인을 맞아 3종의 아토피 피부염, 우울증에 대한 인체효능평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호주에 법인을 설립해 신약 임상시험을 국내 최초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년 뒤 임상시험에 성공하면 일반 약처럼 캡슐 형태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그는 “균주가 위산이나 담즙에 잘 저항해 장까지 무사히 전달되도록 프리바이오틱스 등도 첨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한 장내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게 하는 먹이다. 

 

언제쯤 장내 미생물 캡슐 한 알로 대사질환이나 면역질환 등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을까. 수 년 내 ‘잘 키운 장내 미생물이 열 개 치료제 부럽지 않은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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