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수학 난제 해결, 인내심도 좋지만 안풀리면 잠시 놓는 것도 방법"

2019.04.20 06:00
이미지 확대하기지난 3월 14일에 열린 시상식에 참가한 부아쟁 교수(맨 오른쪽)와 수상자들. 시상식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렸다. 유네스코 제공
지난 3월 14일에 열린 시상식에 참가한 부아쟁 교수(맨 오른쪽)와 수상자들. 시상식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렸다. 유네스코 제공

올해 로레알 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유럽지역 수상자로 여성 수학자가 선정됐다. 클레르 부아쟁 콜레주 드 프랑스 수학과 교수가 주인공이다. 이 상을 제정한 이후 수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콜레주드 교수는 수상 직후 이뤄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여성 과학자들은 자주 남성 과학자와 동등하지 못하다고 느낀다"며 "로레알 유네스코상은 단순히 여성 과학자를 돕는 것을 넘어 과학자에게 ‘당신의 연구는 가치 있다’고 말해준다"고 말했다. 

 

부아쟁 교수는 유럽수학회상, 클레이연구상,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상 금메달을 받은 대수기하학의 대가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가 선정한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인 ‘호지 추측’에 기여한 점이다. 호지 추측은 사영 공간이라는 특별한 대수다양체 안에 ‘호지류’라 부르는 부분 공간을 다항식의 공통해로 표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수학자들은 한때 대수다양체보다 넓은 개념인 ‘켈러다양체’에서 호지류를 정의한 뒤 똑같이 다항식의 공통해로 나타낼 수 있다고 믿었다. 2002년 부아쟁 교수가 그 반례를 찾아 켈러다양체에서는 호지 추측이 틀렸다는 걸 입증했다.

이미지 확대하기클레르 부아쟁 (콜레주 드 프랑스 수학과) 교수. Claire Voisin
클레르 부아쟁 (콜레주 드 프랑스 수학과) 교수. Claire Voisin

“수학자는 다양한 어려움과 마주합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 필요한 아이디어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죠. 수학은 증명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 아주 작은 부분 때문에 증명 전체가 무너지기도 합니다”.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인내심을 갖는 것과 연구를 잠깐 멈추는 것을 꼽았다. 그러나 수학자는 언제 연구를 멈출지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부아쟁 교수는 아홉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엔지니어인 아버지가 곧잘 기하학을 알려줬지만, 부모님 누구도 공부하라거나 수학자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진로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며 수학자의 길을 걸었다. 부아쟁 교수는 "부모님이 자매들을 일일이 돌봐줄 여유가 없었는데, 그것이 수학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부아쟁 교수는 응용수학자인 남편과 사이에 자녀 다섯 명을 두고 있다. 이 중 첫째 딸은 수학 연구원이고 둘째 아들은 수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부아쟁 교수는 “자녀 중에 수학을 전공하는 아이도 있고 수학을 잘하지만 관심이 없는 아이도 있다”며 “아이들은 ‘엄마, 아빠처럼 수학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 스스로 좋아하는 걸 골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수학을 좋아하는 것과 아이들이 수학을 좋아하는 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다섯 자녀를 키우면서도 그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건 보육제도와 남편의 도움 덕분이었다. 그는 “모든 직업인에게 그렇듯 여성 수학자에게도 육아와 가사는 큰 부담"이라며 "사회제도는 연구자에게 ‘당신의 연구는 중요하니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뜻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아쟁 교수는 최근 다양한 수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수학은 인간 문명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학문”이라며 “생각하는 방법이고 진리이며 의사소통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부아쟁 교수는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도 따르지 말라”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거기에 열정을 쏟으세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어야 합니다.” 

 

로레알 유네스코상은 로레알과 유네스코가 과학계에서 여성 과학자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1998년 처음 제정됐다. 생명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에서 번갈아 가며 수상자를 선정하며 아프리카 및 중동, 아시아-태평양, 유럽, 중남미, 북아메리카 이렇게 5개 지역으로 묶어 각각 1명씩 수상자를 뽑는다. 올해 처음으로 시상 분야에 수학과 컴퓨터 과학을 추가했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4월호 [2019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스스로 길을 찾은 수학자, 클레르 부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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