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활약할 ‘작은 변신 로봇’ 만들고 싶어요”

2019.04.16 15:24
제이미 백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변형가능한 로봇′을 연구한다.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을 통해 우주에서도 통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윤신영 기자.
제이미 백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변형가능한 로봇'을 연구한다.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을 통해 우주에서도 통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윤신영 기자.

“지난 60년이 단단한 몸을 가진 로봇의 시대, 인간형이나 산업용 로봇의 시대였다면, 다음 60년은 부드럽고 다양한 몸을 가진 적응성 높은 로봇의 시대가 될 것이다.”


다니엘라 러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공학및인공지능연구소(CSAIL) 소장은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로봇 학회 ‘로보소프트 2019’ 기조강연에서 ‘로봇 연구 동향이 바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크고 강하며 단단한 몸과 관절을 지닌 로봇만을 로봇이라고 부르던 시대에서, 흐물흐물하거나 부드러운 몸을 가지고 있고 형태도 다양한 로봇이 널리 연구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사이언스 로보틱스’ 등 로봇을 다루는 학술지에 부드러운 로봇이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등 주요한 논문으로 발표되는 일도 갈수록 늘고 있다.


로보소프트 2019에 참석한 학자들 역시 로봇의 정의가 다양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형태의 로봇 연구를 선도하는 학자를 15일 학회장에서 인터뷰했다. 종이접기처럼 얇은 재료가 저절로 ‘변신’하며 형태를 구성하는 종이접기(오리가미) 로봇(로보가미)과 소프트로봇을 연구하는 제이미 백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다. 

 

●얇은 종이 같은 재료가 입체 로봇으로 변신


“처음 교수가 됐던 8년 전만 해도 소프트로봇이나 로보가미를 연구한다고 하면 ‘그게 로봇이냐’는 반응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독일이나 스위스 등 전통적인 기계·로봇 강국의 엔지니어링 기업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연구를 의뢰해 옵니다. 새로운 로봇을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뜻이지요.”


제이미 백 교수는 로봇을 연구하는 기계공학자다. 캐나다의 대학과 서울대에서 로봇을 연구했다. 인간의 팔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팔이 대표적인 연구 성과다. 손은 8방향으로 움직이거나 돌고, 팔 역시 7방향으로 움직이거나 돌았다. 무게는 3.7kg이었다. 


하지만 백 교수는 “좀더 도전적인 연구를 오래 하고 싶어서” 낯선 분야로 눈을 돌렸다. 소프트로봇이다. 그는 “과거에는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고 힘이 센 로봇이 필요했다”며 “지금도 이런 ‘올림픽 구호’에 충실한 선수는 있어야겠지만, 그보다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보통 사람을 위한 로봇이 필요해진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이 중요해졌다. 그게 소프트로봇이 부상한 이유”라고 말했다.

 

초반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이 분야를 로봇으로 쳐주지 않는 사람은 흔했다. 정말 참기 힘든 말은 “여성이라 귀여워 보이는 걸 연구한다"는 말이었다. 그는 “연구자 입장에서 참기 힘든 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선이 바뀌었다. 작업을 믿을 만하게 해내는 것을 중시하는 엔지니어, 특히 전통적인 기계 강국의 엔지니어들이 그에게 연구를 문의한다. 백 교수는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과거에는 무시했던) 작고 부드러운 로봇에서 길을 찾고 있는 모습을 보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차원 로봇이 3차원 입체로 변모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제이미백 교수 홈페이지 캡쳐
2차원 로봇이 3차원 입체로 변모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제이미백 교수 홈페이지 캡쳐

백 교수의 주 연구 분야는 소프트로봇 중에서도 ‘변형가능한 로봇’이다. 쉽게 말하면 변신 로봇이다. 눌러주면 탄성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은 외부 자극에 의해 변형한다. 이 로봇은 형상기억합금 등 재료의 영향을 받는다. 또는 모듈화가 돼 있어 하나하나 조립과 조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형체를 바꾸는 로봇도 있다. 백 교수는 “어떤 경우든 조종(콘트롤)이 가장 중요하다”며 “조종을 할 수 없는 로봇은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로보가미는 위치, 힘, 능동 또는 수동 변신을 제어할 수 있다. 


종이접기를 응용한 변형가능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얇게, 2차원으로 만든 뒤에 스스로 조립하게 하는데, 모양이 변하면 기능도 함께 변한다. 다양한 기능을 원하는 조건이나 위치에서 활용할 수 있다. 백 교수는 “복잡한 기계를 같은 움직임을 갖는 작은 로봇으로 만들 수 있다”며 “복잡한 볼트 너트를 모두 없애고 접는 부분 하나만 남겨 훨씬 간단하게 구현해 낸다”고 말했다. 대량제작에도 유리하다. 복잡한 종이 인형은 제작이 까다롭지만, A4 용지는 오차가 거의 없이 완벽하게 균일하게 만들 수 있다.


그는 현재 이 분야 연구를 이끄는 기술적 난제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얇고 작은 모터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 모터로는 어려움이 많아 발상을 바꿔야 한다. 공기압을 이용한 모터나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모터를 연구 중이다. 공기압 모터의 경우 납작한 비닐에 공기가 들어가면서 부푸는 모터가 대표적이다. 이날 로보소프트 2019에서 백 교수 연구팀은 진공의 힘을 이용한 모듈형 로봇을 공개하기도 했다.


두 번째 어려움은 현실 속에서 로봇을 제어하기가 기존 로봇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예민한 기기인 만큼 불확실성이 커서 재현이 어렵다. 입는 로봇인데 사람의 몸집이 조금만 달라져도 작동 패턴이 달라지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소프트로봇이나 로보가미는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큰 로봇보다 어렵다”며 “통제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이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돌파구는 형상기억합금, 폴리머, 전기장이나 자기장에 반응하는 재료 등 다양한 재료를 새로운 방법으로 로봇에 활용하면서 열리고 있다. 백 교수는 “이들은 1960~1970년대에도 있었지만 로봇에 적용할 생각을 못했다”며 “이들을 이용한 기계를 만들고, 이들을 (로봇이라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소프트로봇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현재 로잔연방공대의 건축학과와 함께 로보가미 기술을 건축에 응용할 방법도 논의중이다. 변형가능 로봇은 작은 로봇에는 무리없이 응용할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은 모터를 이용하는 만큼 자체 무게가 커지면 통제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백 교수는 “우주 건축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며 “대량생산이 쉬운 2차원 형태의 가벼운 로봇을 우주로 보낸 뒤 조립을 통해 3차원 구조를 갖게 하면 된다. 미래에는 영화 ‘트랜스포머’ 같은 로봇이 우주에서 활약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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