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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앞에 베일 벗은 블랙홀...“다음 목표는 동영상 관측”

2019년 04월 12일 05:21

“블랙홀 사진은 1단계 목표에 불과합니다. 다음 목표인 움직이는 영상을 얻기 위해 노력할 차례입니다. 한국이 보유한 전파망원경을 관측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타진 중입니다.”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선임연구원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개최한 블랙홀 첫 관측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다음 목표인 블랙홀 ‘동영상’ 관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연구팀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고 세계에서 3대의 망원경을 추가해 감도를 높일 계획도 있다. 한국 등 동아시아의 망원경도 참여하는 것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블랙홀을 관측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에 참석한 한국기관 소속 연구자 8명 중 한 명이다. 

 

정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의 전파망원경 10기가 모인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 가운데 EHT가 관측하는 1.3mm 영역의 전파를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이 한국과 일본 등에 3대 있다”며 “국내에서는 서울대가 보유한 6m급 전파망원경이 참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샤 트리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3월에 이미 1.3mm 대역 시험 관측을 하고 결과를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EHT는 이번에 관측 결과를 발표한 은하 M87 속 블랙홀 외에 우리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블랙홀인 ‘궁수자리A별’도 관측해 왔다. 하지만 이 관측 결과는 좀 더 시간이 걸려야 분석이 될 예정이다. 자오광야오 천문연 박사후연구원은 “우리은하 내부를 관통해 관측하다 보니 우주 허공을 거쳐 관측하는 외부 은하에 비해 관측에 방해되는 요소가 많아 해석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19년에는 관측 계획이 없어 기존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며 2020년 관측을 위해 전파망원경 사용 시간을 신청하는 등 다음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하기11일 오전, 서울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블랙홀 관측의 의의를 설명하는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윤신영 기자
11일 오전, 서울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블랙홀 관측의 의의를 설명하는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윤신영 기자

한편 연구자들은 이번 관측의 의의에 대해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블랙홀이라는 ‘극단적 조건’에서 작동하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여러 단계로 조금씩 증명이 되고 있는데, 올해는 약한 중력을 갖는 태양 관측을 통해 일반상대성이론 일부를 최초로 검증한 지 100주년이 된 해다. 100년 만에 약한 중력과 강한 중력 양쪽에서 이론이 증명된 것이다.

 

김재영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연구소 연구원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강한 중력은 시공간을 휘어 빛의 진행을 바꾼다. 이 사실은 정확히 100년 전인 1919년에 개기일식을 통해 증명됐지만, 태양과 같이 약한 중력이 아닌 극단적으로 강한 중력 조건에서도 과연 통할지는 그동안 직접 증명되지 않았다”며 “이번에 블랙홀을 관측하면서 이 사실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과 시공간의 관계를 탐구한 이론이다. 강한 중력을 갖는 물체는 시공간도 변화시킨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시공간이 휘는 모습을 관측으로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공간을 따라 움직이는 빛을 보는 방법이다. 시공간이 휘지 않았다면면 직선으로 올 빛이 중력의 영향으로 휘어서 온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관측해 이론을 증명할 방법도 일부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가 태양에 의해 빛이 휘는 모습을 관측하는 방법이었다. 1919년 영국의 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은 개기일식으로 태양 빛이 가려지는 순간을 노려 태양 주변에 보이는 별의 위치를 관측했다. 먼 곳에서 오는 별빛은 태양 때문에 휘어져서 위치가 미묘하게 변하는데, 에딩턴은 이 장면을 관측해 이론을 증명했다. 

 

이미지 확대하기100년 전인 1919년 영국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의 일식 관측 영상이다. 에딩턴은 일식 때 태양 주변에서 관측되는 별의 위치를 태양이 없을 때의 위치와 비교해 일반상대성이론을 증명했다. 100년 뒤. 이번에는 태양보다 훨씬 강한 블랙홀의 중력으로 이론이 증명됐다. 사진제공 위키미디어
100년 전인 1919년 영국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의 일식 관측 영상이다. 에딩턴은 일식 때 태양 주변에서 관측되는 별의 위치를 태양이 없을 때의 위치와 비교해 일반상대성이론을 증명했다. 100년 뒤. 이번에는 태양보다 훨씬 강한 블랙홀의 중력으로 이론이 증명됐다. 사진제공 위키미디어

다만 태양은 우주 전체로 보면 아주 중력이 약한 천체라 보다 강한 중력에서도 일반상대성이론이 통하는지는 증명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로 가장 강한 중력을 갖는 거대한 블랙홀을 관측해 블랙홀 뒤편 빛 및 블랙홀 주변의 입자가 가속하며 발생시키는 빛이 계산대로 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연구팀은 블랙홀 연구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감도를 올려 더 세밀하게 관측하고, 더 많은 정보를 모아 블랙홀의 특징을 밝힐 차례다. 이것은 우주의 역사를 밝힐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선임연구원은 “가장 보기 어려웠던 초미세 지역에서 발생하는 천체물리학적 현상을 관측 기술의 발전을 통해 연구했다”며 “블랙홀은 크기는 작지만 영향력은 우주 전체에 미친다. 연구가 진행될수록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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