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체험하는 의료로봇]② 안구운동 보고 사시 검사하는 안과로봇

2019.05.02 16:00
이미지 확대하기한양대병원 안과 임한웅 교수(사진)는 로봇제조업체 올빛트리와 함께 사시각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사시각 측정 의료로봇을 개발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한양대병원 안과 임한웅 교수(사진)는 로봇제조업체 올빛트리와 함께 사시각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사시각 측정 의료로봇을 개발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눈동자가 약간 바깥으로 치우쳐 있네요. 시야를 가렸다가 다시 보이게 하면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평소 ‘의학의 힘’을 믿고 좋은 시력을 자랑하던 사람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다.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오래 해서 피곤한 날에는 시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그저 안구건조증이나 빛 번짐 같은 시력교정수술의 후유증이라고만 생각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 임한웅 안과 교수를 만났다. 임 교수는 로봇제조업체인 올빛트리와 함께 사시각을 훨씬 정확하게 측정하는 ‘눈 운동 분석 및 사시각 측정 의료로봇(사시각 측정 의료로봇)’을 개발했다. 알고리즘은 신승학 한양대 의공학과 박사과정연구원이 개발했다.

 

안과 전문의가 진단하는 것보다 로봇이 진단하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정확할까. 안타깝게 약한 외사시가 있음이 밝혀졌지만, 이번 기회에 직접 체험해 사시각 측정 의료로봇의 장점을 밝혀보기로 했다.


국내 사시 환자의 절반 이상이 10세 미만 어린이

 

이미지 확대하기임한웅 교수가 기자의 눈을 진료하고 있다. 눈에 대고 있는 프리즘으로 사시 또는 사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
임한웅 교수가 기자의 눈을 진료하고 있다. 눈에 대고 있는 프리즘으로 사시 또는 사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

어느 순간 잘 보이던 눈이 잠시 흐릿하게 보이거나 사물이 둘로 보일 때, 혹시 시력이 나빠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가 쉽다. 하지만 양쪽 눈이 바라보는 지점이 다른 시력장애인 ‘사시’ 또는 ‘사위’일 가능성이 높다. 

 

사시는 양쪽 눈이 바라보는 지점이 각각 다른 시력 장애다. 예를 들어 한쪽 눈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다른 쪽 눈은 힘이 풀린 것처럼 이보다 훨씬 바깥쪽으로 나가 있거나 반대로 안쪽으로 들어와 있다. 눈동자 하나는 위, 나머지 하나는 아래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사시는 항상 눈동자가 각기 다른 곳을 보고 있지만 사위는 평소에는 양쪽 눈동자가 정상적으로 잘 움직인다. 하지만 시야를 가리면 한쪽 눈동자가 자리를 잃어버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사시 환자는 2014년(14만 6273명), 2015년(15만 2935명), 2016년(15만 7801명), 2017년(16만 638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가장 흔한 나이대는 0~9세로 약 55%에 이른다.

 

안타깝게도 사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있고, 각막이나 망막 등에 이상이 생긴 뒤 사시가 발생한 사람도 있다. 신경질환으로 인해 안구운동을 담당하는 뇌신경이 마비돼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보톡스를 맞아 근육을 약화시키거나, 외과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 눈 근육을 안쪽 또는 바깥쪽에서 잘라 당겨서 봉합한다. 

 

하지만 매우 심각해지기 전에 조기에 진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시가 있으면 습관적으로 양쪽 눈 중 한쪽으로만 사물을 보기 때문에 약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시를 조기 진단하면 시력교정으로 시력이 더 나빠지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어린 시절에 사위가 있는 경우에는 사시로 발달할 가능성도 있다.

 

안과에서는 사시인지 정상인지 판별하기 위해 눈 운동 이상을 검사한다. 한쪽 눈을 가리고 가리지 않은 눈으로 사물을 보게 한 다음, 시야를 가렸던 사물을 치운다. 그러면 아무리 시야를 가렸더라도 눈동자는 시야가 보였던 쪽 눈동자와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 양쪽 눈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시의 경우에는 시야를 가렸다가 다시 보이게 하면 눈동자가 움직인다.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도록 설정한 카메라처럼 눈동자가 사물을 보기 위해 본능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때 의사는 눈동자가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보고 사시를 판단한다. 그리고 교정 렌즈(프리즘)를 모형별로 눈앞에 대고, 시야를 가렸다가 보이게 한 눈동자가 최소한 덜 움직이게 하는 것을 고른다. 마치 안경점에서 안경을 고를 때 시력이 가장 잘 보이면서도 편안한 렌즈를 고르기 위해 모형렌즈를 끼우는 것과 비슷하다. 프리즘마다 수치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사시각을 측정하는 데에는 비교적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임 교수가 직접 진단을 한 결과 기자는 약간의 외사위가 있으며(다행히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겉보기에 티가 나지 않아 수술할 필요는 없다), 눈 운동 검사는 정상으로 나왔다.


눈동자 9개 방향에서 촬영, 다각형으로 결과 보여

 

이미지 확대하기기자가 직접 사시각 측정 의료로봇을 체험해보고 있다.
기자가 직접 사시각 측정 의료로봇을 체험해보고 있다.

로봇으로 사시각을 측정해보기로 했다. 로봇이 좀 더 정확하게 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왠지 전문의보다 심각한 진단을 내릴까봐 걱정도 들었다.

 

로봇은 컴퓨터 본체만 한 크기에 커다란 눈이 두 개 달려 있다. 안과에서 흔히 시력이나 안압을 측정하는 기기처럼 생겨서 친근하다. 약 50cm 거리로 떨어져서 기계와 마주 본 다음, 기존 방법처럼 한쪽 눈의 시야를 가렸다가 다시 보이게 했다가 반복하면 된다.

 

로봇은 양쪽 눈동자를 촬영한다. 이때 눈동자의 경계, 즉 까만색과 하얀색의 경계, 픽셀의 변화 등을 추적해 눈동자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분석한다. 한양대 연구진이 직접 알고리즘을 짰다. 이 알고리즘은 눈동자가 얼마나 치우쳐 있는지 알아내 사시각을 측정한다. 

 

환자들은 각 눈동자를 9개 방향에서 촬영한다. 정면과 상하좌우, 각각 대각선 방향에서 촬영하는 것이다. 이후 로봇은 눈동자를 추적한 결과를 활용해 각 방향에서 눈동자가 얼마나 치우쳐 있는지 수치를 제시한다. 전문의가 수동으로 검사할 때 사용했던 프리즘의 수치(디옵터)를 좀 더 정확하게 잰 값이다.

 

그리고 눈이 움직인 범위를 거미줄처럼 생긴 좌표상에 다각형 그래프로 나타낸다. 다각형의 모양은 정상이면 정팔각형에 가깝고, 사시의 정도가 심각할수록 찌그러진다. 로봇으로 눈동자를 좌우 방향에서 촬영해봤다. 9개 방향을 모두 촬영한 것이 아니라 다각형 그래프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좌우 방향에서 잰 각도가 임 교수가 진단했던 것과 비슷했다.

 

임 교수는 현재 임상에서 로봇을 활용해 환자의 눈 운동과 사시각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한편, 데이터를 쌓고 있다. 로봇이 AI로 결과를 내는 만큼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정확한 값을 내기 때문이다. 그는 “훨씬 더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근거리(33cm)뿐 아니라 원거리(6m)에서도 눈동자를 분석해야 한다”며 “현재 원거리 촬영이 가능하도록 추가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확대하기사시각 측정 의료로봇이 측정한 결과는 다각형 그래프로 나타난다. 사시가 심할 수록 다각형 모양이 찌그러진다.
사시각 측정 의료로봇이 측정한 결과는 다각형 그래프로 나타난다. 사시가 심할수록 다각형 모양이 찌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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