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첫 관측]실루엣 드러낸 ‘블랙홀’ 우주 진화 설명할 수 있을까

2019.04.10 22:12
M87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 시뮬레이션 이미지
M87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 시뮬레이션 이미지

블랙홀은 여러 성질을 갖고 있는 별이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라 수축하면서 갖고 있던 많은 성질을 버리고 질량과 회전, 전하량만 남는 상태가 된다. 지난해 별세한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질량만 남은 블랙홀의 중심에는 특이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현대 우주론에서 특이점은 한 점에서 무한대의 에너지 밀도를 갖는 무한히 작은 한 점을 말한다. 

 

故 호킹 박사는 모든 특이점에는 ‘사건지평선(Event Horizon)’이 존재하는데 사건지평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밖으로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블랙홀에서는 한 점의 빛도, 어떤 신호도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실제로 관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10일 사건지평선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국제연구 프로젝트가 인류 최초로 공개한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거대은하 M87 중심부 초대질량 블랙홀은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증명한 일반상대성이론을 궁극적으로 증명하고 호킹 박사가 존재를 예측한 사건지평선의 ‘실루엣(그림자)’을 직접 관측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빛조차 흡수해 직접 관측할 수 없는 블랙홀의 사건지평선은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넓은 경계지대를 말한다. 물질이 사건지평선을 지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일부는 에너지로 방출된다. 호킹 박사가 양자역학에서 설명하는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물질은 어떤 형태로든 에너지를 방출할 것이라고 예측, 계산을 통해 증명한 ‘호킹 복사’인 셈이다. 이 때 블랙홀 주변에서 사건지평선 가까이에 다가간 물질이 방출하는 에너지를 지구 크기만한 거대 망원경 개념으로 구축된 8개의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한 것이다. 

 

블랙홀 주변에 에너지를 방출하는 물질이 많으면 각각의 에너지를 관측해 연결하면 전체적인 사건지평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이 방식으로 M87 중심부 초대질량 블랙홀의 사건지평선 모습을 ‘실루엣’처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블랙홀에서 사건지평선은 우주물리 분야에서 이론적으로 수많은 논문들이 나오며 핵심 쟁점이었다. 수많은 천문학자들과 우주물리학자들이 사건지평선의 존재를 예측했지만 실제로 관측하는 것과 이론적 계산을 통해 입증하는 것은 다르다. 블랙홀이라는 극단적인 물리 현상을 이론이 아닌 직접 본 것이다. 

 

또 극단적인 물리 현상에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아닌 새로운 물리법칙이 나올 수 있는 기대감도 커졌다.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우주 초기를 설명하는 '끝판왕'은 아닐 것"이라며 "사건지평선 관측으로 블랙홀 주변의 극단적 현상을 알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주 초기의 빅뱅, 우주의 기원을 풀어내는 새로운 물리법칙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건지평선 첫 관측은 어떻게 은하 중심에 블랙홀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답을 푸는 데 힌트를 줄 수 있다. 사건지평선의 크기를 알게 되면 블랙홀이 있는 은하 중심부의 질량을 알 수 있다. 블랙홀의 질량은 사건지평선의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EHT 프로젝트 연구진은 실제로 M87의 사건지평선이 약 400억km에 걸쳐 드리워진 블랙홀의 그림자보다 2.5배 가량 더 작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블랙홀 질량 크기를 통해 은하 전체의 질량과 나아가 우주에 존재하는 은하의 질량을 알아낼 수 있게 된다. 

두 블랙홀이 병합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가 퍼져나가는 모습의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두 블랙홀이 병합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가 퍼져나가는 모습의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특히 이번 관측은 2015년 처음으로 검출돼 2016년 공식 발표된 중력파와 함께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또다른 열쇠가 될 전망이다. 사건지평선이 단일 블랙홀의 크기를 알아내는 수단이라면, 중력파는 중성자별이 병합하거나 블랙홀끼리 병합하는 과정에서 중력이 우주공간으로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파동이다.  

 

오정근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박사는 “질량분포함수를 이용해 초대질량 블랙홀이 포함된 은하가 우주 전체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향후 알아낼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며 “결국 우주 전체 질량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우주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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