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기술 연구 60년 경제효과 164조원...정부 탈원전 기조 속 홀대론 논란도

2019.04.09 18:13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앞줄 오른쪽부터),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 허태정 대전시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이상민·신용현 의원 등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앞줄 오른쪽부터),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 허태정 대전시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이상민·신용현 의원 등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국 최초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9일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원자력연은 한국전쟁이 끝난 1959년 2월 3일 폐허 위에서 문을 열었다. 1962년 열출력 100kW급 연구용원자로 1호기 트리가 마크2를 도입했고, 1972년 열출력 2MW급 연구용원자로 2호인 트리가마크 3를 도입했다. 이어 원자로 설계, 핵연료 주기 연구에 박차를 가하며 원자력 발전 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닦았다. 1980~1990년대에는 중수로 및 경수로 핵연료 국산화, 한국표준형원전(OPR1000) 원자로계통 설계했다.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국산화하고 기업에 이전하면서 원자력 산업의 초석을 닦았다. 현재 직원 1400명 중 석·박사급 연구 인력이 1200명에 이른다.

 

60년 동안 원자력연은 투자 대비 큰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이날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원자력연 6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 '원자력연의 연구개발(R&D) 투자효과 분석'에 따르면, 연구원 설립 이후 유발된 경제 효과는 164조1000억 원으로, 투자된 연구비는 10조3291억원을 15.9배 이상 웃돌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대비 16배 경제효과...원자력 기술 자립 이끈 60년

 

특히 수입대체 효과가 컸다. 최초의 표준원전인 OPR1000 개발은 외국 기술의 의존도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STEPI는 OPR1000 개발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약 2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원전 비중이 늘어나며 상대적으로 석탄 화력 비중이 줄면서 나타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도 65조 원으로 평가됐다. 여기서 원자력연이 이바지한 비중은 3분의 2에 해당하는 42조 원에 이른다. 

 

연구자들은 원자력 기술자립의 시작점으로 핵연료 국산화를 꼽는다. 원자력연은 1987년 중수로 핵연료를 국산화한 데 이어 1988년 경수로 핵연료 국산화 설계 및 양산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현재는 국내 가동 중인 원전 24기에 국산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OPR1000 원자로를 설계한 것도 큰 성과로 평가된다. OPR1000은 한국 실정에 최적화한 원자로다. 원자력연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으로 구성된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계통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울진 3, 4호기에 처음 적용된 이후 국내 원전 중 12기가 한국표준형원전으로 건설됐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계약을 맺고 공동 건설을 추진 중인 한국형 중소형원자로 스마트(SMART)도 주요한 성과로 꼽힌다. 2012년 독자적인 원전으로서 공인을 받는 것과 같은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 SMART는 인구 10만 명 도시에 전력생산과 해수 담수화가 동시에 가능한 일체형 원자로다. 사우디와 공동으로 건설 전 상세설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 현지에 2기 이상 짓는다는 목표다.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순수 국내 기술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건설한 것은 두고두고 잘한 일로 평가된다. 대전 유성구 덕진동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설치된 하나로는 1995년 첫 가동에 들어간 30㎿급 연구용 원자로로,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다. 주로 의료용·산업용 동위원소 생산과 중성자를 활용한 단백질 연구, 의약품 개발 등에 활용된다. 희귀 소아암 치료에 사용되는 요오드(I)-131 등 일부 의료용 동위원소들은 하나로에서 생산을 멈추면 전량 수입해야 한다. 

 

이렇게 축적된 연구로 기술은 해외에도 수출되고 있다. 2014년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로(HOR)에 냉중성자시설을 설치하는 연구용원자로 오이스터 개선사업을 280억 원에 수주한 데 이어 2009년 요르단 연구용원자로(JRTR) 사업을 대우건설과 함께 1억 6000만 달러를 따냈다. 한국 원자력 사상 최초 일괄 수출 사례로 이를 통해 한국은 원자력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했다. JRTR은 2016년 준공, 시험 운전까지 마무리한 후 2017년 6월 요르단 측에 인도를 마쳤다. 

 

●세계적 인정 받은 안전 기술

 

원자력 안전기술 개발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원자력연은 2007년 자체 기술로 설계·건설해 운영 중인 ‘가압경수로 열수력 종합효과실험장치(ATLAS)’를 이용해 전 세계 원전 안전성 평가·향상을 위한 국제 공동 연구를 주관하고 있다. 1차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ATLAS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와 같은 설계기준 초과사고 진행 과정을 규명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되는 2차 사업에서는 원전 안전성 향상을 위한 검증 데이터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이전과 인력을 육성을 통해 유망기업도 대거 배출됐다. 초기 기술 이전을 통해 한국원자력기술주식회사(현 한국전력기술), 한국원자력연료주식회사(현 한전원자력연료)가 설립됐고 1998년 대덕연구개발단지 최초로 정부지정 공식 창업보육센터 인증을 획득한 이후 총 56개의 벤처기업을 육성·배출했다.

 

2009년 수주한 요르단 연구용원자로(JRTR)의 모습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2009년 수주한 요르단 연구용원자로(JRTR)의 모습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방사선융합기술을 이용해 한국 고유 생약재에서 면역기능 개선 효능을 가진 물질인 천연 생약복합조성물 ‘헤모힘(HemoHIM)’을 개발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물질은 국내 제1호 건강기능식품 인증 획득한 데 이어 2006년 국내 제1호 연구소기업 설립으로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했다. 원자력연은 지난 2004년 기술 출자를 하고 한국콜마가 자본을 내 설립한 선바이오텍은 콜마비앤에이치로 이름을 바꾸며 2015년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R&D 사업화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콜마비앤에이치는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밖에도 고성능 핵연료 피복관인 하나 핵연료 피복관과 이산화우라늄 핵연료 소결체를 개발해 한전원자력연료에 이전하는 한편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 중인 원전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연간 500억 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갑잔치 열렸지만...홀대론 논란 

 

하지만 연구원들의 잔칫날인 60주년 행사는 마냥 즐거운 분위기에서 열리지 못했다. 정부의 '탈원전'기조와 함께  원자력연의 잇따른 안전문제 대한 비판적 시각 때문에 연구원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안팎의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대전 유성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창립 60주년 기념식장에서는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 '소통하는 동반자로서 상생의 역사를 걷기를 바란다'는 뼈 있는 조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에선 국무총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주요 관계자의 행사 불참과 훈·포장 등 표창 건수가 적은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원자력계를 홀대하는 방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원자력연은 이날 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미래 연구나 산업보다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놨다.

연구원은 앞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포한 자로에서 원자력시스템뿐 아니라 원자력 안전 연구개발에만 1조4000억 원을 투자해 원전 가동성·운전성 향상 효과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원자력연은 원전의 안전성 향상의 기본인 ‘열수력 안전연구’를 비롯해 열수력 종합효과실험장치 ATLAS, 세계 최초로 원자로 상태를 예측하는 원전 블랙박스 기술을 활용해 현재 운용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더욱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주요 성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주요 성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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