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체험하는 의료로봇]① ADHD 진단하는 '로봇짱'

2019.05.01 15:00
안동현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와 국내로봇제조업체인 로보케어가 2015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ADHD를 진단하는 로봇 ′로봇짱′을 공동제작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안동현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와 국내로봇제조업체인 로보케어가 2015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ADHD를 진단하는 로봇 '로봇짱'을 공동제작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스르르 바퀴를 굴리면서 다가온 로봇이 모니터를 통해 방긋 웃는다. 어린이가 로봇을 보고 인사하자 모니터에서 즐거운 음악과 함께 재미난 게임이 시작됐다. 누구나 다 아는 동화 속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게임이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로봇과 신나게 게임 한 판을 하고나니 로봇이 '주의력 양호'라는 진단을 내렸다.

 

로봇과 노는 것만으로도 어린이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는지 진단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소아정신질환 전문가인 안동현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국내로봇제조업체인 로보케어가 2015년에 공동제작한 '로봇짱'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ADHD를 진단하는 로봇이다. 키는 약 100cm 정도로 초등학생 저학년과 비슷하며, 네모난 태블릿PC 얼굴에는 다양한 표정이 나타난다. 

 

두 팔이 길고 관절이 부드럽게 꺾여 손을 잡거나 팔짱을 낄 수 있다. 두 다리 대신 바퀴가 달려 있어서 매끄럽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넘어지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 1번 충전으로 2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고, 배가 고파지면 혼자서 충전기 앞으로 스르르 이동한다.

 

로봇의 가슴과 허리에는 센서가 달려 있어서 어린이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수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 속 로봇 캐릭터 월E처럼 귀엽고 친근한, 누가봐도 로봇 같은 생김새다. 안 교수는 "사람과 너무 똑같이 생기면 자폐아처럼 대인관계를 어려워하는 환자들이 오히려 다가가기 힘들어할 수 있다"면서 로봇을 로봇답게 디자인한 이유를 설명했다.  

 

게임과 미션 동시에 수행하면서 ADHD 진단

 

한양대병원과 로보케어가 개발한 ADHD 진단로봇 로봇짱의 기능. 정서·행동장애연구 제공
한양대병원과 로보케어가 개발한 ADHD 진단로봇 로봇짱의 기능. 정서·행동장애연구 제공

현재 병원에서는 어린이들이 답한 설문 결과와 부모 면담, 병력청취, 심리검사, 집중력검사, 행동 관찰 등을 토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종합적인 소견을 내는 방식으로 ADHD를 진단한다. 개인의 경험이나 판단이 들어가는 만큼 객관성과 정확성,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행동 관찰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다리를 계속 떤다거나 머리를 젓는 등 부산스러운 행동에 대한 운동량이나 패턴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물론 손목에 차는 센서(액티그래프) 등으로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지만 미세한 움직임을 측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실용성이 떨어진다"며 "로봇짱은 주변에 설치된 센서로 어린이들의 운동량을 측정해 객관적으로 행동을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재 로봇짱에게 360도로 돌아가는 안테나 센서를 달아 로봇 정면에 있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옆이나 뒤에 있는 아이들도 동시에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로봇짱은 어린이에게 두 가지 미션을 주고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판단한다. 

 

교실 한가운데 바닥에는 가로세로 3칸으로 이뤄진 숫자판이 깔려 있다. 로봇짱이 숫자를 부르면 어린이가 기억했다가 숫자판에 궤적을 그린다. 이와 동시에 로봇의 모니터에는 동화를 토대로 만든 15분 짜리 게임이 나온다. 예를 들어 '빨간망토와 늑대' 게임에서는 화면에 할머니가 나타나면 인사하고, 늑대가 나타나면 주저앉는 규칙이 있다. 로봇 안에는 이런 게임이 총 3가지가 들어 있다. 

 

로봇짱은 어린이가 게임과 미션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을 보고 ADHD인지 아닌지 진단한다. 로봇의 말을 얼마나 주의력있게 듣고 룰을 정확하게 지키는지, 미션의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진단 정확도는 85%, 곧 치료 버전 나와

 

연구팀이 로봇짱으로 ADHD를 진단하는 실험을 하는 장면. 정서·행동장애연구 제공
연구팀이 로봇짱으로 ADHD를 진단하는 실험을 하는 장면. 정서·행동장애연구 제공

안 교수팀은 2015년 한 달간 로봇짱이 실제로 ADHD를 얼마나 잘 진단하는지 알아봤다. 병원에서 ADHD를 진단받은 초등학교 3~4학년 어린이환자 35명과, 또래인 ADHD 위험 어린이 24명, 일반 어린이 269명 등 총 32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ADHD를 진단받았거나, ADHD 위험이 높은 어린이가 일반 어린이보다 주의력이 떨어지고 과잉행동을 하는 탓에 미션 수행에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정신건강의학 분야 학술지 '정서·행동장애연구' 1호에 실렸다. 

 

안 교수는 "전문의가 내린 진단과 로봇짱의 진단을 비교한 결과 두 진단이 일치하는 확률, 즉 로봇짱이 내린 진단의 정확도가 80~85% 정도나 됐다"며 "로봇짱이 진단한 뒤 기존에 사용했던 30분 짜리 집중력검사를 거치면 ADHD 진단 정확도가 9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재 어린이 3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로봇짱의 진단과 집중력검사를 통해 ADHD를 얼마나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지 연구를 계획 중이다.  
 

또 로봇짱으로 ADHD를 진단하는 수준을 넘어 치료까지 가능하도록 업드레이드 버전을 연구 중이다. 딥러닝을 활용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면 사람이 조종하지 않고도, 로봇짱이 아이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판단해 집중력이 좋은 어린이에게는 칭찬을 하거나 상을 주고, 산만한 아이에게는 타이르거나 바른 행동을 알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 교수는 "교사 1명과 어린이 5~6명인 그룹에 로봇짱이 보조교사로 참여해 함께 수업하고 놀면서 ADHD를 진단도 하고 치료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3년 뒤 상용화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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