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호르몬 '클로토' 치매예방에도 효과 과시

2019.04.08 00:00
이미지 확대하기′젊음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클로토 호르몬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유전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젊음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클로토 호르몬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유전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뇌의 맥락총과 신장의 세뇨관 등 여러 기관에서 분비되는 클로토 호르몬은 이른바 젊음의 호르몬으로 불린다.  클로토 호르몬을 분비하는 유전자는 1990년대초 우연히 발견됐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항노화나 장수와만 관련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2000년대에는 기억력이나 인지능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2010년대 들어서야 알츠하이머 치매를 방지할 수 있다는 성과들이 속속 나왔다.  이런 클로토 단백질이 사람의 몸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호르몬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나 듀발 미국 UC 샌프란시스코 신경학과 교수팀은 뇌 등에서 분비되는 클로토 단백질이 치매를 유발하는  APOE4 유전자의 기능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지난달 17일 국제학술지 '신경학지'에 소개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중 APOE4 유전자 한 쌍을 갖고 있는 중년 309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APOE4 유전자 개수는 0~2개로 다른데, 둘 다 갖고 있는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확률이 8배나 높아진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뇌에 작용하는 호르몬 수치를 잴 수 있는 뇌척수액(CSF) 검사와, 알츠하이머 원인이 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피츠버그 화합물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PiB-PET)을 받게 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APOE4 유전자를 한 쌍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뇌 안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마커를 통해 알아냈다. 그런데 이 유전자를 둘 다 갖고 있어도 다른 사람보다 클로토 호르몬이 과잉분비되는 사람의 경우에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듀발 교수는 "클로토 호르몬이 APOE4 유전자의 기능을 방해한다"며 "이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는 사람의 뇌는 다른 사람의 뇌보다 훨씬 젊다"고 말했다.

 

이미 학계에서는 클로토 호르몬이 항노화와 장수, 인지능력 향상과 관계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클로토 호르몬이 알츠하이머 치매 유전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치매 유전자 다 있어도 클로토 호르몬 많으면 치매 예방 

이미지 확대하기클로토 유전자를 처음 발견한 마코토 쿠로오 일본 지치의대 교수팀의 실험 결과, 클로토 호르몬이 많을수록 더 오래산다. 그래프에서 파란색, 자주색, 초록색(일반 쥐) 순으로 클로토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쥐의 생존율을 나타낸다. 사이언스 제공
클로토 유전자를 처음 발견한 마코토 쿠로오 일본 지치의대 교수팀의 실험 결과, 클로토 호르몬이 많을수록 더 오래 산다.
그래프에서 파란색, 자주색, 초록색(일반 쥐) 순으로 클로토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쥐의 생존율을 나타낸다. 사이언스 제공

2015년 2월 듀발 교수팀은 클로토 호르몬을 30%나 더 많이 분비하는 쥐가 일반 쥐보다 새로운 미로를 빨리 익히는 등 학습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내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지'에 실었다. 이때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린 어린 쥐에게 클로토 호르몬을 과잉분비시키는 실험도 했더니, 건강한 쥐들 만큼 학습과 기억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듀발 교수는 "사람마다 클로토 유전자가 발현되는 정도가 달라 나이가 들면서 인지능력이 감퇴하는 속도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는 확률이 다를 것"이라고 추측했다.

 

미국 보스턴대 카멜라 애브러햄 교수팀은 클로토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전사 프로모터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잘라, 다른 DNA에 있는 프로모터 앞에 붙이는 실험을 했다. 하나의 클로토 유전자 앞에 두 개의 프로모터가 있어, 유전자가 2배 더 많이 발현되게 만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의 신경세포(SY5Y)와 신장세포(HK-2)를 유전자 편집한 결과, 두 경우 모두 클로토 호르몬이 증가했다. 신경세포의 생존률이 높아지고 산화스트레스가 감소해 손상된 축색돌기가 회복됐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분자신경과학지' 2월호에 실었다. 

 

치료제 탄생하려면 구체적인 기작 밝혀야 해

 

클로토 호르몬을 이용한 치매 치료제는 당장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클로토 호르몬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거쳐 기관마다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장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기에는 무리다.

 

국내에서는 아직 클로토 호르몬을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없다. 클로토 호르몬에 대해 연구하는 전문가가 많지 않은 탓이다. 그 대신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장내과 연구팀이 신장에서도 클로토 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에 착안해, 급성신부전 같은 신장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클로토 호르몬을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하나 더 있다. 수험생이 단기 집중력을 높여 성적을 향상시키려거나, 운동선수가 더 좋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 오남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듀발 교수는 "2050년까지 세계 알츠하이머 치매 인구는 1억15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꿈의 치료제'가 나오기 앞서 학계에서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협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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