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마른 침엽수, 건조한 날씨 겹쳐 최악 시나리오 현실로

2019.04.05 10:01
이미지 확대하기동해 주택가 위협하는 산불 5일 강원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 동해시 주택가까지 위협하고 있다. 동해소방서
동해 주택가 위협하는 산불 5일 강원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 동해시 주택가까지 위협하고 있다. 동해소방서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밤새 강풍을 타고 속초를 덮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소방당국은 4일 오후 7시 17분께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앞 도로변 변압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은 강풍을 타고 고성 토성 천진 방향과 속초 장사동 쪽으로 번지면서 확산됐다.

 

이번 산불을 키운 건 초속 20m를 넘나드는 바람과 건조한 날씨다. 기상청은 4일 오후 1시 이번 산불이 발생한 속초와 고성 등지에 강풍 경보를 내렸다. 일부 지역에선 순간 풍속 30m가 넘는 돌풍이 발생했다. 사실상 태풍급 바람이 발생한 것이다.


풍속이 초속 20m를 넘으면 사람이 가만히 서 있기 어려울 정도의 세기다. 소방헬기가 뜨지 못하는 밤시간에 강풍이 불면서 불씨가 사방으로 퍼져 산불이 순식간에 번진 것으로 보인다. 봄철 강풍은 강원 영동 지방에서 자주 발생한다. 양양~고성·간성, 양양~강릉 구간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풍이라는 의미로 ‘양간지풍’ 또는 ‘양강지풍’으로 불린다. 2000년 4월 2만3674ha 산림을 불태운 동해안 산불과 2005년 4월 천년 고찰 낙산사를 전소시킨 양양 산불도 초속 32m에 이르는 양간지풍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됐다. 강풍으로 강원 지역에 대형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각에선 ‘화풍(火風)’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하지만 초여름 영동 지방에서 부는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가열돼 영서 지방의 고온 건조한 날씨를 유발하는 푄 현상과는 다르다.

 

봄철 강원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런 건조한 강풍은 봄철 기압배치와 강원도를 동서로 가른 산악 지형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한반도로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이 옮겨오면서 태백산맥 상공에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기온이 올라가는 역전층이 형성된다. 이런 경우 태백산맥을 넘는 차가운 서풍이 역전층과 태백산맥 산등성이를 지나가야 하다 보니 공기가 압축되면서 공기 흐름이 빨라진 결과 산맥 동쪽 경사면인 영동 지방에 태풍급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이다. 

 

게다가 봄철 동해안 지방은 전국에서 가장 건조한 날씨를 보인다. 4일 고성과 속초 지방의 습도는 22%로 몹시 건조해 불길이 사방으로 급속히 퍼졌다. 영동지역에 불에 잘 타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단순림이 많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 번 불이 붙으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번질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