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면역 돕는 장내 미생물 '암세포' 증식도 막는다

2019.04.09 10:00
장내미생물이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 증식을 방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장내미생물이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 증식을 방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소화를 돕고 나쁜 균이 증식하는 것을 막아 장을 튼튼하게 하는 장내 미생물이 최근 암세포를 막는 역할까지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포드번햄의학연구소(SBP) 등 3개 병원 공동 연구팀은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 증식을 방해하는 장내미생물 11종을 발견해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발생한 쥐를 관찰해 장내미생물 생태계가 잘 구축된 경우 항암치료 효과가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면역계 활성과 특히 관련이 있는 균주들을 발견했다. '락토바실러스 아니말리스(Lactobacillus animalis)'와  '락토바실러스 무리누스(Lactobacillus murinus)', '박테로이데스 마실리엔시스(Bacteroides massiliensis)' 등 11개 종이다. 

 

건강한 쥐의 장에서 많이 발견된 장내미생물(녹색)과 Rnf5 유전자가 결핍된 쥐가 많이 갖고 있는 장내미생물(빨간). 빨간색에 속하는 균주 중 11개 종이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 증식을 막는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제공
건강한 쥐의 장에서 많이 발견된 장내미생물(녹색)과 Rnf5 유전자가 결핍된 쥐가 많이 갖고 있는 장내미생물(빨간색).
빨간색에 속하는 균주 중 11개 종이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 증식을 막는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제공

연구팀은 흑색종 환자의 경우 비접힘단백질반응(UPR)의 활성도가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반응은 잘못 접힌 단백질이 쌓였을 때, 이를 없애고 단백질의 항상성을 유지해 세포를 회복시킨다. 

 

연구팀은 UPR 반응을 유도하는 유전자(Rnf5)가 결핍된 쥐를 관찰했다. 장내미생물 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는 경우에는 흑색종 증식이 더디고 성장이 멈추기도 했다. 하지만 항생제를 먹이고 장내미생물을 상당수 없앴더니 흑색종이 계속 성장했다. 연구팀은 다시 장내미생물 11개 종을 이식해, 흑색종이 성장이 지연되는 것을 확인했다. UPR 반응이 거의 없더라도 장내미생물 11개 종이 그대신 면역반응을 활성화시켜 종양을 억제하는 셈이다. 

 

연구를 이끈 제브 로나이 샌포드번햄의학연구소 암센터 교수는 "이 장내미생물 11종을 이용한 면역요법을 적용하면 항암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내미생물들이 생산하는 대사산물이 면역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익한 장내미생물이 심혈관질환, 우울증 등 예방

 

김기현 성균관대 교수팀은 신경전달물질 GABA를 성장인자로 삼는 장내미생물(KLE1738)을 이용해 GABA를 생산하는 장내미생물들을 발견했다(왼쪽). 주로 박테리오데스 류가 GABA를 많이 생산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오른쪽).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 제공
성균관대와 미국 공동 연구팀은 신경전달물질(GABA)을 성장인자로 삼는 장내미생물(KLE1738)을 이용해 GABA를 생산하는 장내미생물들을 발견했다(왼쪽). 주로 박테리오데스(Bacteroides) 류로 밝혀졌다(오른쪽).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 제공

장내미생물이 만성 퇴행성 뇌질환이나 정신질환, 아토피 피부염,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는 장내미생물이 우울증과도 관련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김기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 의대, 노스이스턴대 생물학과 공동 연구팀은 특정 장내미생물(Bacteroides ssp.)이 신경전달물질인 GABA를 생산하며, 이 미생물이 많을 경우 GABA가 부족할 때 생기는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에는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이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Desulfovibrio)과 식중독균(Salmonella) 등이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해 독성물질(TMAO)를 증가시켜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생리학 저널' 2월 4일자에 발표했다. 당시 연구팀은 유산균 등 인체에 유익한 장내미생물을 늘리면 경쟁적으로 유해균이 줄어들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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