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수학 교과서는 거짓말쟁이

2019.04.07 06:00
일러스트 이창우. 수학동아 제공
일러스트 이창우. 수학동아 제공

정확함, 옳고 그름이 분명, 논리적, 이성적,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는 수학의 특징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들입니다. 그밖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 ‘확실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의외로 교과서 속 수학은 거짓말을 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누구나 믿어 의심치 않던 수학 교과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속입니다.


세상에서 거짓말과는 가장 무관해 보이는 수학이 어떻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일까요. 수학 교과서가 왜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 파헤치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수학 교과서가 어떤 방법으로 1과 2도 구분하지 못하던 사람을 미적분까지 풀게 이끌었는지, 또 어떤 세계를 감추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수학 교과서는 초→중→고로 이어지며 거짓말을 했다 

 

수 체계

수학 교과서는 전 학습 단계에서 배운 내용을 계속 번복합니다. 수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의도된 번복을 거듭합니다.  초중등 교과서에서는 100에서 200을 뺄수 없고, 제곱해서 음수는 나올 수 없다고 하지만 고교 교과서에서는 모두 가능하다고 가르칩니다. 이는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누리꾼들에게 공유되면서 공감을 얻은 내용입니다.  

 

수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자연수, 정수, 무리수, 허수 등이지요. 국내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자연수를 주로 배웁니다. 중학생이 되면 유리수, 무리수 등을 포함한 실수를 배우며, 고등학교에 이르면 복소수까지 배웁니다. 그럼 처음부터 그냥 다 알려주고 계산하면 되지 왜 굳이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는 걸까요?

 

'7-4=?' 라는 식을 살펴봅시다. 초등학생이 보든 중학생이 보든 답은 ‘3’이란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답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사뭇 다릅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수를 다루고 인식하는 방법 자체가 다르거든요. 

전국의 학생들이 분노한 ′번복요정′ 수학 교과서의 거짓말 단계. 수학동아 제공
전국의 학생들이 분노한 '번복요정' 수학 교과서의 거짓말 단계. 수학동아 제공

초등학교 경험 vs. 중학교 논리 

 

초등학교 수학은 ‘경험’을 바탕으로 연산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푸딩 7개가 있었는데 태형이가 4개 먹었다면 남은 푸딩은 몇 개일까요?’라는 식입니다. 그래서 분수, 소수 등의 유리수도 ‘모눈종이 9칸 중에서 2칸을 색칠한 숫자’, ‘막대기를 7등분하고 3칸을 칠한 숫자’로 표현합니다. 실제 의미의 ‘유리수’가 아닌 자연수를 도구로 실험해서 만들어낸 수가 되는 겁니다. 


반면 중학교 수학은 본격적으로 수를 양이 아닌 수 자체로 배우기 시작합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음수’는 초등학교 수학과 중학교 수학을 가르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림을 그려서 수학을 배우던 초등학생에게 ‘-3’을 표현해보라고 하면 아주 곤란해할 겁니다. 이 단계에서부터 연산은 눈에 보이는 사물의 조합을 넘어 수들의 관계를 통해 정의되는 논리적인 규칙이 됩니다. 음수 -3은 ‘사과 1개에서 4개를 빼고 남은 양’이 아니라 ‘양수 3을 더했을 때 0이 되게 하는 수’로 정의되고, 무리수 는 ‘제곱해서 2가 되는 수’로 정의되는 식입니다. 


경험으로 수학을 배우는 초등학교, 경험을 넘어선 논리로 수학을 배우는 중학교 이후 교과서에서 수를 다르게 다루는 이유를 아시겠죠?  이처럼 수학 교과서는 단순히 어렵고 쉬운 문제의 차이가 아닌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단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진 겁니다.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가 아니다?!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

 

수학 교과과정 중 가장 많은 거짓말이 들어있는 분야는 단연 ‘기하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세상에서는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가 아니며, 평행한 두 직선은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않을 수도 있고, 두 점 사이 최단 거리는 직선이 아닙니다. 심지어 선 2개로 ‘이각형’도 만들 수 있죠.


이런 초유의 거짓말 사태가 일어난 이유는 우리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기하학은 ‘유클리드 기하학’이기 때문입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은 고대 그리스 수학자인 에우클레이데스(유클리드)가 정립한 수학 분야로, 최초로 ‘기하학’이라는 분야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학문입니다. 그리고 무려 2000년 동안 널리 쓰이며 ‘절대 진리’로 여겨졌습니다. 19세기에 이르러 다른 관점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탈리아 수학자 지오바니 사케리를 시작으로 많은 수학자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유클리드 기하학을 이루는 5번째 공리인 ‘평행선 공리’를 거짓이라고 가정해도 그 기하학에 모순이 없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오히려 평행선 공리를 부정하자 기존의 기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기하학이 탄생했습니다. 이처럼 유클리드 공간을 벗어난 여러 기하학을 통틀어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고 부릅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많이 다르지만 실제 세계를 잘 설명합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배우려면 유클리드 기하학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유클리드 공간에서는 여전히 유클리드 기하학이 훌륭하게 성립하기 때문에 거짓말 했다고 교과서를 무작정 미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리어 유클리드 기하학을 잘 배워서 비유클리드 기하학까지 공부하면 두 배로 유익합니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4월호. 수학교과서는 거짓말쟁이? 진실 혹은 거짓 청문회에서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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