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학회 참가 사실 더 있다…과기정통부 조사 부실 정황

2019.04.02 17:24
‘가짜 학술대회’ 논란을 빚은 ‘오믹스(Omics)’와 ‘와셋(WASET)’ 로고
‘가짜 학술대회’ 논란을 빚은 ‘오믹스(Omics)’와 ‘와셋(WASET)’ 로고

지난달 31일 지명이 철회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청와대와 과기정통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보다 더 많은 부실학회에 참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은 물론 과기정통부가 연구부정 추방을 내세우며 지난해 국내 대학과 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부실학회 현황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뜻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조 전 후보자는 2017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부실학회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장관 후보자 낙마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연구실에서는 두 차례 더 부실학회에 참가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난해 과기정통부가 해외 부실학회 연구자 참여가 문제가 되자 조 후보자가 소속된 KAIST를 포함해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 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는 조 후보자를 낙마에 이르게 한 마드리드 부실학회 참가한 사실이 빠져있다. 대신 당시 조사에서는 조 교수의 제자가 2017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오믹스 계열 부실학회인 ‘바이오인포매틱스 콩그레스’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조 전 후보자는 당시 학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지도교수로서의 책임을 물어 주의 조치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이 참석하지 않아도 해외 출장이나 학회 발표는 지도교수의 지시나 허가 없이 독단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조 후보자의 책임이 뒤따른다. 

 

청와대나 과기정통부가 파악하지 못한 또 다른 부실학회에 참석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조 후보자가 이끄는 KAIST 유비쿼터스 모바일라이프시스템 연구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17년 11월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바이오마커&임상연구 국제 컨퍼런스(Iternational Conference on Biomarkers & Clinical Research)’에 제자와 함께 참석했다고 올렸다. 과기정통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조 후보자는 당시 출입국 기록이 없어 본인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 학회도 검색이 되지 않는 등 부실학회로 보인다. 

 

당시 발표된 논문의 초록은 엉뚱한 학회에서 발견됐다. 인터넷에서 논문명을 검색한 결과 관련 논문은 2017년 11월 27~28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또다른 학회인 ‘애뉴얼 콩그레스 온 온콜로지 앤드 바이오마커 서미트’에서 발표된 것으로 나왔다. 이 학회 역시 얼라이드 아카데미라는 오믹스와 제휴 관계인 부실학회에서 개최한 행사다.  특정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논문이 엉뚱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셈이다.  

 

과기정통부 지난해 부실학회 참가 한 건 확인...청와대 보고 안했나


결국 2017년 11월에 두 건, 2017년 12월 초에 한 건 등 한 달 사이에 총 세 건의 오믹스 계열 부실학회를 조 후보자 본인 및 연구실 제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세 가지 참석 건 가운데 한 건만 지난해 조사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조사를 한 KAIST와 과기정통부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조사 당시 마드리드 부실학회 참석 사실이 누락된 원인을 예외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석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과장은 “KAIST가 자체적으로 700여 개 학술지 관련 학회 7000여 개를 샅샅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학 이메일 주소(kaist.ac.kr)를 바탕으로 참석자를 가렸다”며 “대부분의 참석자를 가려냈는데, 공교롭게도 조 교수가 참석한 마드리드 학회의 제1저자 이메일은 개인메일 주소를 적어 누락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자가 참석한 두 번의 부실학회 참석 건은 모두 발표 초록에 제1저자인 연구원의 KAIST 공식 이메일 주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페인 마드리드 건은 개인 메일로 검색이 안 돼 예외로 치더라도, 똑같이 학교 이메일을 쓴 나머지 두 건 가운데 한 건만 조사가 된 것은 부실 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건은 오믹스와 제휴 관계에 있는 부실학회로 당시 조사에서는 와셋 및 오믹스, 그 계열사만 조사했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는 KAIST 내 다른 연구자, 또는 다른 기관 연구자 가운데에도 부실학회에 참석했으나 전수조사에 ‘운좋게’ 걸리지 않은 사례가 얼마든지 존재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어서 우려된다. 

 

과기정통부와 KAIST가 지난해 이미 조 후보자가 과기계 가장 큰 현안인 부실학회 참여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는데도 지명 철회 때까지도 밝히지 않은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31일 "조 후보자가 해외 부실학회 참석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관련 기관의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아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며 "사전에 확인했다면 후보 대상에서 제외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추가 부실학회 참석 건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며 "애초에 전수조사 목적이 모든 경우를 색출해 처벌하는 게 아니라 자정을 위한 신호를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일부 놓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이미 앞서 전수조사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조 후보자가 부실학회 참여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고 후보자 지명이 철회될 때까지도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과기정통부가 일부러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 청와대 내에서 보고를 무시한 것인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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