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천국' 세렝게티, 인간 활동으로 몸살

2019.03.29 18:27
세렝게티에서 초식동물 윌더비스트 무리가 이동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국립공원 경계부 인간 활동으로 방해 받고 있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드러났다. 사진제공 제임스 프로버트
세렝게티에서 초식동물 윌더비스트 무리가 이동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국립공원 경계부 인간 활동으로 방해 받고 있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드러났다. 사진제공 제임스 프로버트

야생 동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동아프리카 초원지역 ‘세렝게티’가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활동으로 큰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립공원 중 하나로 지정돼 엄격한 보호를 받고 있지만, 주변 경계지역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활동이 공원 내부 동물에게 피해를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을 설정하는 생태 보전 전략을 일부 수정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미첼 벨두이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진화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팀은 40년 동안 세렝게티 주변의 인구와 가축활동, 생태 조사 결과 및 자연재해 발생 데이터를 모두 종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세렝게티 주변의 인구가 지난 40년 사이에  4배까지 늘어났고, 이로 인한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대형 야생동물 수가 최대  75%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28일자에 발표됐다.


세렝게티는 케냐와 탄자니아 서쪽과 케냐 남서쪽에 걸쳐 있는 초원지대다. 경기도와 경상북도, 전라남도를 합친 크기와 맞먹는 약 4만km2의 면적에 200만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살고 있어 국립공원으로 보호 받고 있다. 세렝게티 지역에서는 농업이나 목축 등의 인류 활동이 불가능하지만, 국립공원 주변 지역의 인간 활동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연구팀은 국립공원과 개발구역 사이의 전이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모든 지역에서 2002~2012년 양이 연 3.8%씩 급증하고, 탄자니아 서부 등 일부 지역에서 소 개체수가 연 평균 4.2%씩 가파르게 늘어나는 등 가축의 수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0년이면 개체수가 1.5배 늘어나는 비율이다.

 

농지 면적 비율 역시 1984년 37%에서 2018년 54%로 크게 늘어났다.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농업과 목축 활동은 국립공원 내부의 야생동물의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국립공원 경계선으로부터15km 안쪽 지역의 지역의 야생동물 수는 1970년 이후 최대 75%끼지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이것이 가축의 영역이 늘며 야생동물의 영역을 일부 침범했고, 그 결과 가축이 지나가면서 초원을 파괴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고 밝혔다. 야생동물은 이런 영역을 피해 공원 안쪽으로 이동하면서 서식 영역이 좁아졌다. 

 

세렝게티 국립공원 주변지역에서 가축이 이동하며 이룬 길이 초원을 파괴한 모습이다. 야생동물은 이런 환경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 미첼 벨두이스
세렝게티 국립공원 주변지역에서 가축이 이동하며 이룬 길이 초원을 파괴한 모습이다. 야생동물은 이런 환경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 미첼 벨두이스

특히 윌더비스트(누)나 얼룩말, 가젤 등 세렝게티 생태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초식동물은 계절에 따라 영양가 많은 풀을 찾아 이동하는 습성이 있는데, 공간 제약이 생기며 이동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윌더비스트는 경계 지역에 가축이 적은 경우는 경계 바로 앞까지 이동하며 먹이를 먹었지만, 가축이 많은 경우에는 7km 떨어진 안쪽까지만 먹이를 먹었다.


연구팀은 그 외에도 해당 지역의 산불이 줄어들고 식생과 토양의 미생물이 변화해 동물의 서식환경이 변화했다고 밝혔다. 젤두이스 연구원은 “이런 변화로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미래의 기후변화나 가뭄 등에 훨씬 취약하게 됐다”며 “생명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보호구역 경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시급히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셉 오구투 독일 호헨하임대 교수 역시 “세렝게티보다 작은 대부분의 세계 국립공원은 세렝게티 이상으로 주변의 인간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경고했다. 


사이먼 음두마 탄자니아 야생동물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로 세렝게티를 둘러싼 인간 활동이 세렝게티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며 “탄자니아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