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토크] 5G 만능주의의 환상…아니어도 되는 자율주행차·스마트팩토리

2019.03.23 09:00
이미지 확대하기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2019에 통신장비기업 퀠컴이 마련한 5G 전시부스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2019'에 통신장비기업 퀠컴이 마련한 5G 전시부스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3월 말로 예정된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4월 초로 늦춰졌다. 요금제 인가와 단말기 출시, 네트워크 안정화에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로 어떤 이득을 얻게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은 세계 첫 상용화로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고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이 주요 4차 산업혁명 분야로 거론된다. 5G 상용화로 기술 완성도가 높아지고 진정한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가 구현될 수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다. 

 

그러나 학계에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 부문에서 2016년 독립한 웨이모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운행중이다. 5G 상용화와 관계없이 2018년 한해 동안 1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하며 한 대당 평균 1만1154마일(1만7950km)을 자율주행했다. 

 

스마트팩토리도 5G 조기 상용화로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자 대비 효용가치를 먼저 따져야 하고 복잡다단한 제조공장별로 필요한 무선통신 모듈과 수요기술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자율주행차는 현재 기술로도 충분...‘커넥티드카’ 기술은 경쟁중

 

5G 이동통신은 기존 LTE로 지칭되는 4세대(4G) 이동통신 기술보다 다운로드 속도가 280배나 빠르다. 영화 1기가바이트(GB) 한편을 10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2기가헤르츠(GHz) 이하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4G 기술과 달리 28GHz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한다. 주파수 대역폭이 그만큼 넓다. 

 

이미지 확대하기구글 자율주행차 웨이모. 위키미디어 제공.
구글 자율주행차 웨이모. 위키미디어 제공.

4G 기술이 일반 도로라면 5G 기술은 10차선 고속도로에 비유된다. 사람이 많이 모일 때 간혹 데이터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4G 기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응답 속도도 빠르다. 4G 환경에서 데이터 응답 속도는 10~50ms(밀리세컨드, 1000분의 1초)에 그치지만 5G 환경에서 응답 속도는 이보다 약 10배 빠르다. 

 

구글 웨이모는 차량에 부착된 센서가 읽은 데이터가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되고 서버가 적절한 주행 동작을 계산해준다. 5G 기술 없이도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G 기술이 필요한 대목은 자율주행차보다 진일보한 ‘커넥티드카’ 개념이다. 커넥티드카는 차량이나 신호등이 보내는 데이터를 받아 교통 상황에 따라 빠른 길을 안내하거나 충돌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예를 들어 신호등이 보내는 데이터를 빠르게 읽어내고 멈춰야 할 때 멈추게 되는 것이다. 

 

이 때 통신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고 응답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5G 기술을 적용하면 이 지연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0.1ms까지 지연시간을 줄인다. 

 

학계에서는 지연시간을 줄이고 응답속도를 높이는 데 5G처럼 빠른 통신기술이 필요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양현종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구글 웨이모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지금 통신기술만으로도 가능하다”며 "아직 기본적인 수준의 커넥티드카에서도 5G와 같이 극단적으로 지연시간을 줄이는 통신 기술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차량들끼리 또는 신호등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표준 통신 기술로는 현재 5G와 ‘웨이브’가 서로 경쟁중이다. 5G는 전세계 3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표준 규격을 논의하는 이동통신 단체 간 공동 연구 프로젝트인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 진영이 밀고 있다. 웨이브는 국제 커넥티드카 표준 주파수로 부상한 5.9GHz 대역에서 이뤄지는 무선 통신 기술 표준이다. 웨이브는 현재 커넥티드카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양현종 교수는 “웨이브는 독자 통신 표준으로 와이파이처럼 무료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5G 기반 커넥티드카와 경쟁 구조를 이루고 있다”며 “3GPP의 경우 자동차나 기계가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통신 표준은 아직 개발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또 “AP를 사면 와이파이처럼 돈내지 않고 쓸 수 있는 웨이브 방식을 수요자들이 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 어떤 기술이 커넥티드카 기술로 최종 낙점될지는 모른다”며 “다만 각국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3GPP 진영의 시장 영향력이 워낙 크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5G 조기 상용화로 스마트팩토리 확대? “순서가 틀렸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확대 정책과 5G 도입의 연관성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팩토리는 설계와 개발, 제조 및 유통·물류 등 생산 공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생산성과 제품 품질을 높이는 지능형 공장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이미지 확대하기스마트팩토리는 지능형공장으로 공장 장비들의 데이터를 받아 최적의 공정을 찾아나간다. 픽사베이 제공.
스마트팩토리는 지능형공장으로 공장 장비들의 데이터를 받아 최적의 공정을 찾아나간다. 픽사베이 제공.

제조 장비의 생산 실적이나 오류 데이터, 불량품 생산 조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소프트웨어로 분석하고 최적의 생산 공정을 찾아나가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특정 조건에서 불량품이 나올 경우 장비 상태가 어땠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찾아내면 장비 고장 여부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기존 공장 자동화의 경우 생산 실적과 불량품 데이터가 중요했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에서는 온습도와 같은 공장 작업 환경, 장비별 실시간 신호 및 고장 예측 등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버려졌던 데이터까지 통신 지연 없이 처리하려면 통신 대역폭은 물론 지연 시간도 최소화해야 한다. 

 

대용량 빅데이터를 유선으로 통신하려면 통신 케이블이 비대해지고 공장 작업 환경 자체가 복잡해진다. 때문에 대역폭이 넓고 초저지연이 가능한 5G 기술을 스마트팩토리에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그러나 공장 내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야 하는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제조공장용 5G 통신 모듈을 구축하는 데 만만치 않은 투자도 필요하다. 특정 데이터를 이용한 솔루션 사례가 시장에 먼저 나오고 이 솔루션을 운용하는 데 5G 통신이 필요한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조혁신추진단장은 “5G를 적용한다고 바로 스마트팩토리가 구현되는 것은 아니고 빅데이터 활용 사례와 요구기술들이 먼저 나와야 한다”며 “제조 현장별로 수집하고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처리하는 솔루션 모델들이 나와야 5G 기술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단장은 또 “5G는 스마트팩토리 구현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통신 툴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다만 향후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에 대비해 산업용 모듈 장비 등을 우선 개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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