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미세먼지 관측항공기 더 많은 장비·연구원 싣고 하늘 난다

2019.03.22 09:37
21일 오후3시44분 충남 태안 한서대 비행장에서 미세먼지 관측 항공기가 하늘을 날았다. 기존 관측항공기인 ‘킹에어-시90쥐티(KingAir-C90GT)’보다 화물적재량이나 비행시간이 크게 늘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21일 오후3시44분 충남 태안 한서대 비행장에서 미세먼지 관측 항공기가 하늘을 날았다. 기존 관측항공기인 ‘킹에어-시90쥐티(KingAir-C90GT)’보다 화물적재량이나 비행시간이 크게 늘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21일 오후3시 30분 충남 태안 한서대 비행장에서는 소형 항공기 한 대가 비행에 앞서 예열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전날 내린 비와 강풍으로 미세먼지는 말끔히 사라졌다.  오른쪽과 왼쪽 엔진이 하나 둘 작동하기 시작하자 항공기 안에 탑승한 국립환경과학원 연구팀이 컴퓨터와 장비를 하씩 켜기 시작했다.


항공기에는 다양한 미세먼지 측정장비들이 실렸다. 미세먼지 입자 중 황산염, 질산염, 암모늄, 유기물질 2차 생성 미세먼지 주요 성분의 질량농도를 분석하는 미세먼지질량분석기, 1㎛ 이하 미세먼지의 크기별 농도를 측정하는 나노입자계수기, 0.5∼20㎛에 이르는 미세먼지를 입경(울퉁불퉁한 입자의 지름)별로 숫자를 세는 미세먼지계수기 등 총 9개 장비가 항공기에 실렸다.


환경부가 도입한 새 미세먼지 관측 항공기는 이전에 사용되던 관측 항공기인 ‘킹에어-시90지티(KingAir-C90GT)’보다 더 많은 장비를 싣게 됐다. 약 1570kg 적재량이 늘어나 총 1950kg의 화물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가능한 일이다. 조종사 2명을 제외한 탑승자도 2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각종 장비를 싣다보니 연구원들의 좌석은 작고 협소해 보였다. 장비 사이사이 비는 공간에 간신히 간이의자를 놓은 것으로 보인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예열을 마친 항공기는 오후 3시44분 최대풍속 22노트(시속 40km)의 강풍을 뚫고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내달리기 시작하더니 항공기가 곧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용환 국립환경과학원 전문위원이 에어로졸이 들어오는 관의 밸브를 열었다가 닫았다. 이 전문위원은 “지상에 있을 때 밸브를 열어 그 때 들어오는 에어로졸을 확인한다”며 “상공 300~500m에 올라가서 다시 밸브를 열어 항공기로 유입되는 에어로졸을 채집해 그 둘을 비교한다”고 말했다.


에어로졸은 미세먼지를 학술적으로 일컫는 말로 대기 중에 부유하는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를 뜻한다. 항공기를 개조해 에어로졸 밸브 2개를 비행기 외부에 설치했다. 에어로졸 밸브 뿐 아니라 오존, 일산화탄소, 가스를 수집하는 밸브도 4개가 설치됐다. 전기 공급을 위해 엔진도 일부 개조했고 전원 공급장치도 부착됐다. 환경부는 항공기 개조를 위해 총 24억원을 투자했다. 배귀남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단장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지상과 인공위성 정보는 우리가 가지고 있지만 지상과 위성 정보 그 중간지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미세먼지 사업단에서 24억 투자해 중형항공기를 개조했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거센 바람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던 항공기는 구름을 뚫고 고도 1300m까지 상승했다. 미세먼지 관측은 고도 300~400m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이날 이 고도에선 관측이 불가능했다.  고도300~400m에 구름이 잔뜩 끼면서 비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구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착륙때 비행장의 환경도 항공 관측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다. 김종호 한서대 교수는 “미세먼지가 왔다고 항공기가 다 뜨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세먼지를 측정하기 좋은 날엔 비행장에 이∙착륙을 위한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측정이 아주 곤욕스러운 일이 된다”며 꼬집었다. 미세먼지 측정 항공기가 막상 도입됐지만 운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항공기에 실려있는 각종 측정장비에선 관측값들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연구진으로 항공기에 함께 탑승한 안준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과 이용환 전문위원은 미세먼지 관련 수치가 나오는 모니터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작동 여부를 체크했다. 한 연구원은 “고도가 높아 오염수치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관을 통해 들어오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도가 낮아지자 관련 수치들이 점점 높아졌다. 이산화질소 수치가 10배로 널뛰기를 하는 한편 화석연료나 나무가 불완전연소해서 생기는 그을음을 뜻하는 블랙카본 수치가 3배로 증가하기도 했다. 이 전문위원은 “고도도 높게 올라온 데다 오늘은 수치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항공기는 160노트(시속 300km)의 속력으로 순항하며 서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서산시 인근까지 비행했다. 그런 다음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 보령 지역까지 갔다가 태안의 비행장으로 오후 4시24분 복귀했다. 이날 항공기는 40분간 150km를 날았다. 

 

항공기에 설치된 에어로졸 밸브.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항공기에 설치된 에어로졸 밸브.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국립환경과학원은 2016년 추진된 제1차 한∙미 공동 대기질연구(KORUS-AQ)를 통해 미세먼지 관측 중형항공기 도입과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시기인 겨울과 봄철 관측 필요성을 확인하고 이달 1일 중형항공기를 도입했다.  한서대 소유 항공기를 임차한 뒤 미국과 대만의 기술 지원을 받아 중형항공기를 개조했다. 해이번 중형항공기 도입을 통해 봄철 장거리 이동을 하는 미세먼지를 파악하고 수도권과 주변 지역에 위치한 대형 오염원들의 대기질 영향을 파악한다는 취지다.  안 연구관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관측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국외 미세먼지 유입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항공기는 오는 31일까지 총 100시간을 운행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2일까지 약 30시간 정도 항공기를 운행했고 나머지 70시간을 채우겠다”고 밝혔다. 1회 비행시 약 4~5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예상해 20회 정도 관측 비행할 계획이다. 신규 도입에 따른 테스트 비행에 10시간, 미세먼지 배경농도 및 장거리 이동 특성 파악에 60시간, 서해안 석탄 화력 배출 확인에 30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미세먼지 관측장비도 추가로 탑재된다. 안 연구관은 "모든 종류의 질소산화물과 오존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미국 해양대기청(NOAA)와 함께 개발 중"이라며 "연말이면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연구기간 동안 9종의 항공관측용 고분해능 실시간 관측장비를 탑재해 질산염, 황산염 등 2차 생성 미세먼지와 암모니아 등 전구물질의 서해상 공간분포와 국내 유입경로 확인을 위해 관측비행 수행할 예정”이라며 “중국발 미세먼지 유입을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자료 확보 및 국외 유입 미세먼지량 산정과 항공관측자료를 활용한 예보 정확도 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