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노벨상' 아벨상 첫 여성 수상자에 '수학계 여성 롤모델' 울렌베커 교수

2019.03.20 20:32
노르웨이 과학 및 문학 학술원은 미국 수학자 케런 울렌베커 미국 텍사스대 수학과 명예교수를 2019년 아벨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아벨상 위원회 제공
노르웨이 과학 및 문학 학술원은 미국 수학자 케런 울렌베커 미국 텍사스대 수학과 명예교수를 2019년 아벨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아벨상 위원회 제공

필즈상과 함께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에서 첫 여성 수상자가 나왔다.

 

노르웨이 과학 및 문학 학술원은 2019년 아벨상 수상자로 미국 수학자 캐런 울렌베커 미국 텍사스대 수학과 명예교수를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2003년부터 수상을 시작한 아벨상 역사에서 여성 수학자가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아벨상 위원회는 “해석학과 기하학, 수리물리 분야에서 그녀가 쌓은 업적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스 문데카스 아벨상 위원회 의장은 “울렌베커 교수가 기하학 해석과 게이지 이론에서 기초를 닦아 수학의 지평을 넓혔다”며 “그녀의 이론은 고차원에서의 최소화 문제를 이해하는 데 혁명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소화 문제를 해결하는 이론은 실제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다. 물질은 대부분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기에 최소화 문제를 이해하면 물질을 이해하기 좀더 쉬워진다.

 

고차원에서 저차원으로의 최소화 문제는 어렵지 않다. 평면 위 두 점에 관한 최소화 문제는 비교적 쉽게 풀린다. 두 점을 잇는 직선이 가장 최소화된 거리다. 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2차원 평면과 3차원 공간에서 1차원 직선의 최소화는 어렵지 않게 풀린다.

 

문제는 3차원 공간에서 2차원 평면을 최소화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공간에서 표면장력을 항상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형성되는 비누거품이 대표적 사례다. 비누막은 항상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형태로 형성되는데, 여러 비누막이 접촉해 있으면 특정 지점에서 에너지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울렌베커 교수는 여러 비누막이 접촉하면 새로운 비누막이 형성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울렌베커 교수는 이를 유한한 요소로 나누어 대략적으로 해석한 이후 해석이 되지 않는 지점을 다시 들여다봐 문제를 별도로 해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문제를 모든 곳에서 풀 수 없으므로 대략적 답을 얻은 후 답에서 나오는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울렌베커 교수의 가장 유명한 연구 실적 중 하나인 ‘예측 수학 이론’이다. 이를 기반으로 울렌베커 교수가 개발한 기하학 분석 도구는 현재 전 세계의 기하학자와 분석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이후 울렌베커 교수는 1966년 필즈상 수상자이자 2005년 아벨상 수상자이면서 올해 1월 세상을 떠난 영국의 수학자 마이클 아티야 경에 영향을 받아 게이지 이론에 관심을 가졌다. 게이지 이론은 어떤 장의 영향을 받는 입자가 미시적 범위 안에서 운동하고 있을 때 운동 상태를 기술하는 이론으로 이론 물리학의 수학 언어라 할 수 있다. 이 분야에서 울렌베커 교수가 수행한 연구는 입자물리, 끈 이론, 일반 상대성 모델의 수학적 이해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가 됐다.

 

울렌베커 교수가 여성 최초로 아벨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수학계의 양대 노벨상으로 꼽히는 아벨상과 필즈상 모두에서 여성 수상자가 나오게 됐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마리암 미르자키니 교수가 2014년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받았었다.

 

미국 브랜다이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주류 기관에서만 연구를 이어가던 울렌베커 교수는 1980년대 초 비누거품 문제를 해결하고 주목을 받은 이후 1987년 텍사스대 교수로 임용됐고, 1990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58년 만에 여성 두 번째로 기조 강연을 했다. 첫 번째는 1932년에 기조 강연을 했던 독일 수학자 에미 노에터다. 울렌베커 교수는 19일 뉴욕타임즈(NYT)와 인터뷰에서 “수학자로써 경력을 쌓는 동안 매 순간 여성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남성들 중 한명이라고 느낀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아벨상 위원회는 울렌베커 교수를 “과학계와 수학계의 성 평등 롤모델이자 강력한 지지자”로 평가했다.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 고등교육원(IAS)에서 방문교수로도 일하고 있는 그녀는 IAS 내에 여성과 수학 프로그램(WAM)을 1993년에 직접 개설하며 여성이 수학 연구 경력을 쌓고 분야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울렌베커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내가 수학계에서 여성들의 롤모델임을 인정한다”며 “돌이켜보면 매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아벨상은 노르웨이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의 탄생 200주년을 기리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가 2002년 제정해 2003년부터 수여됐다. 4년에 한번 2~4명에게 주고, 순수수학 분야의 40살 미만 수학자들이 대상인 필즈상과 달리 아벨상은 나이 제한이 없고 순수수학과 응용수학을 아울러 매년 수상자를 결정한다. 상금으로는 600만 노르웨이 크로네(약 8억원)가 주어진다. 아벨상 시상식은 오는 5월 21일에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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