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쉬운 국내 첫 외국인 대상 천체관측 프로그램

2019.03.17 12:57

 

천체투영관에서 관람객들은 겨울철 별자리 해설과 돔 영화를 관람했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좌학관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천체투영관에서 겨울철 별자리 해설과 돔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That is the constellation of Orion. You can see the Winter triangle next to it. Can you see? (저기에 보이는 것은 오리온 자리입니다. 바로 옆에 '겨울의 대삼각형' 별무리가 보이세요?)”

 

반구형 돔 모양 천장에 겨울철 별자리들이 비치자 컴컴한 천체투영관 곳곳에선 낯선 탄성이 쏟아졌다. 국립과천과학관 조재일 전문관의 질문에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곧 “Yes(네 보여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부분 외국인들로 이뤄진 관람객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겨울철 별자리가 보이는 천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보기 드문 천체 관측행사 하나가 열렸다.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으로 이름 붙인 이 천체관측 행사는 국내에 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첫 관측행사다. 프로그램 참가 대상을 고려해 이날 천체 관측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100% 영어로 진행됐다.

 

이날 첫 관측회에는 약 10개 외국인 학교 교사 20명이 초청을 받아 참여했다. 다양한 외국인을 상대로 관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취지에 따라 미국, 네덜란드, 인도, 프랑스, 멕시코와 같은 여러 나라 외국인이 보였다. 가족, 연인, 친구 등 관람객 구성도 다양했다. 

프로그램은 오후 7시30분에 시작했다.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 야외 관측을 염두에 둔 듯 참가자들은 대부분 두툼한 옷차림을 준비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천체투영관에서 겨울철 별자리 해설과 돔 영화 상영으로 시작했다. 해설은 조 전문관이 맡았다. 조 전문관은 영국 더럼대 천문학 박사를 받았다.

 

해설은 100% 영어로 진행됐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첫 해설 행사여서 그런지 진행 자체는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 프로그램 진행 중간 말이 끊겨 적막이 흐를 때도 있었다.  일부 관람객들은 해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컴컴한 천체관측소의 불이 잠깐 켜질 때마다 한켠에선 의자에 앉아 조는 참가자들이 보였다. 이날 오후 7시30분에 시작한 겨울철 별자리 해설은 오후 8시5분경 끝났다. 

 

천체관측소에서 참가자들이 망원경을 통해 하늘을 관찰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천체관측소에서 참가자들이 망원경을 통해 하늘을 관찰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본래 프로그램대로라면 천체투영관과 영화 관람후에는 야외에서 소형 천체망원경을 보며 직접 별을 관측하는 체험 활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은 미세먼지가 심해 야외 관측은 취소됐다. 대신 천체투영관에서 스크린에 나타난 별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활동으로 대체됐다. 수도권 미세먼지가 야외에서 천문 관측을 훼방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것 같았다.  

 

참석자들은 오후 8시 40분쯤부터 천체관측소에서 지붕을 활짝 열고 1m 반사망원경과 중소형 망원경으로 달과 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야외 체험활동이 취소될 정도의 미세먼지였지만 주최 측은 관측소에서 지붕을 활짝 열고 별 관측을 진행했다. 지붕이 열리자마자 마스크를 쓰는 참가자들이 늘어났다. 관측소에서는 지붕을 열고 관측체험을 약 오후 9시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관람객을 위해 마스크를 준비하는 등 미세먼지에 대한 세심한 대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이날 미국 출신의 데이비드 보나르 씨는 국립과천과학관의 초청을 받아 프로그램에 부인 캐서린 보나르씨와 함께 참석했다. 보나르 씨는 서울국제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전반적으로 이번 천체관측 프로그램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 역시 천체관측소 크기에 비해 많은 사람들로 인해 공간이 비좁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이 줄을 서서 망원경을 볼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일정보다 먼저 떠나는 참가자들도 보였다.  90분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에 내내 참여했던 카리사 스테어 씨는 “1m 반사망원경과 중소형 망원경을 경험하는 그룹을 둘로 나눠 진행했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한다”며 “천체관측소의 공간이 매우 비좁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언어 문제를 지적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보나르 씨의 부인인 캐서린 보나르씨는 “프로그램의 전체적 취지나 구성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고 좋았다”면서도 “기념 도장을 찍는 여권이 디자인도 좋고 예쁘지만 한글로만 제공된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날 참가한 외국인들에게 방문 기념 도장을 찍는 여권 모양의 안내책이 제공됐지만 책자 내용이 모두 한글로만 표시가 됐다. 

 

한국의 국립과학관의 국제화는 시급한 문제다. 영국 런던자연사 박물관과 과학관, 미국 스미소니언과학관을 주요 여행 코스로 잡는 해외와 달리 국내 과학관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은 거의 없다. 국립과천과학관이 영어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신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의 ‘달과 별 공개관측회’, ‘돔 콘서트’와 ‘주말 관측회’는 주로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배재웅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은 “늘어나는 외국인 관람객을 위해 천체관측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며 수요를 보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아직 홍보는 잘 되고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달 8일, 15일 열린 행사에는 각각 25명과 10명 안팎의 참가자가 참석했다고 과학관 측은 밝혔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 ‘별이 빛나는 밤’이란 키워드를 검색해도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이나 웹사이트를 찾을 순 없다. 내국인 참가 신청은 1주일전 마감되는 반면 외국인 신청자는 미달인 것도 우려스럽다. 국내 사교육 열풍을 감안하면 자칫 내국인 학생을 위한 영어 체험 교육 현장으로 변질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별이 빛나는 밤 프로그램의 참여 대상은 외국인 개인 또는 단체로 매월 1회 개최된다. 참가희망일 2개월 전부터 이메일(jichodph@korea.kr)로 신청가능하다. 참가비는 1인당 1만원이다. 영어해설을 원하는 내국인도 참여할 수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이 진행하는 외국인 천체관측 프로그램인 ‘별이 빛나는 밤’에 참여한 카리사 스테어씨, 캐서린 보나르씨, 데이비드 보나르씨(왼쪽부터).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국립과천과학관이 진행하는 외국인 천체관측 프로그램인 ‘별이 빛나는 밤’에 참여한 카리사 스테어씨, 캐서린 보나르씨, 데이비드 보나르씨(왼쪽부터).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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