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명 중 범인 후보 60명 찾는 실력’ 염기교정 가위 정확도 밝혀

2019.03.05 01:00
이번 연구를 이끈 공동 제1저자 김다은 서울대 화학부 연구원(왼쪽)과 김대식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위원(가운데), 그리고 교신저자인 김진수 수석연구위원. 사진제공 IBS
이번 연구를 이끈 공동 제1저자 김다은 서울대 화학부 연구원(왼쪽)과 김대식 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위원(가운데), 그리고 교신저자인 김진수 수석연구위원. 사진제공 IBS

아메리카와 유럽, 아프리카의 인구를 모두 더하면 약 30억명이다. 지금 드론을 수천 대 띄워서 딱 한 사람의 범인을 급히 찾는다고 해보자. 아무리 많은 드론을 동원해도 순식간에 정확히 목표 인물을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30억 쌍에 달하는 DNA에서 원하는 염기만 정확히 찾아 교정하는 유전자 교정 기술은 다르다. 국내 연구팀이 최신 유전자 교정 기술인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 기술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기술은 30억 쌍의 DNA에서 범인(목표 염기)을 약 60배수까지 추려낼 만큼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다은 서울대 화학부 연구원과 김대식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위원, 김진수 수석연구위원팀은 DNA에서 원하는 부위의 염기를 찾고, 그 가운데 ‘아데닌(A)’을 구아닌(G)으로 직접 바꿀 수 있는 교정 기술인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해 그 결과를 생명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4일자에 발표했다.

 

지금 이 기사에서 ‘가위’라는 단어를 찾아 ‘바위’라고 바꾼다고 해보자. 화면 속 기사를 복사해 메모장에 옮긴 뒤 ‘Ctrl’ 키와 ‘H’를 누르면 ‘가위’가 ‘바위’로 바뀔 것이다. 

 

일상에서는 간단한 이 일이 생명의 유전물질인 DNA에서는 매우 어렵다. DNA는 마치 캔 안에 보존된 식품처럼 단단하게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캔 속의 DNA에서 원하는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 자유자재로 자르기 위해 생명과학자들은 유전자 교정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각광 받는 ‘크리스퍼’ 기술이다. 

 

크리스퍼 기반의 유전자 교정 기술에서 이런 변환을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원하는 DNA 두 가닥을 모두 자른 뒤, 원하는 염기서열을 넣어 세포로 하여금 원하는 염기서열로 DNA를 복구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가위’를 ‘가’와 ‘위’로 끊은 뒤, ‘바’라는 염기를 집어넣어 세포가 ‘바위’로 복원하게 유도하는 식이다. 크리스퍼-캐스9이나 크리스퍼-Cpf1 등 기존 유전자 가위 기술이 이 방법을 쓴다.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의 원리를 설명했다. 먼저 원하는 DNA 두 가닥 가운데 한 가닥을 자른다(가위 그림). 나머지 DNA 가닥은 자르지 않은 채 남겨두고, 바꾸고 싶은 아데닌 염기를 살짝 변형시킨다(그림의 빨간 A를 I로 구조를 변형). 이후 세포가 DNA를 수리하면서 A가 변형된 I를 보고 G(구아닌)으로 바꿔 복원한다. 사진 제공 IBS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의 원리를 설명했다. 먼저 원하는 DNA 두 가닥 가운데 한 가닥을 자른다(가위 그림). 나머지 DNA 가닥은 자르지 않은 채 남겨두고, 바꾸고 싶은 아데닌 염기를 살짝 변형시킨다(그림의 빨간 A를 I로 구조를 변형). 이후 세포가 DNA를 수리하면서 A가 변형된 I를 보고 G(구아닌)으로 바꿔 복원한다. 사진 제공 IBS

또다른 방법은 DNA를 한 가닥만 자르는 방법이다. 남은 한 가닥의 DNA는 일종의 ‘틀’로 남겨둔다. ‘가위’ 단어를 끊어 ‘가’와 ‘위’로 나누되, 대신 똑같은 기사를 인쇄한 신문기사를 남겨두는 식이다. 신문에서 ‘가위’를 찾은 뒤 빨간 펜으로 표시를 해 두고, 온라인 기사에서 그 위치의 ‘가’를 찾아 ‘바’로 바꾸는 식이다. 염기교정 가위가 이 방법을 쓴다.

 

언뜻 복잡해 보이는 방법을 염기교정 가위가 쓰는 이유는 정확도 때문이다. 기존 크리스퍼의 경우 목표로 한 염기 외의 다른 염기가 잘못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반면, 염기교정 가위는 틀이 있어 그럴 염려가 훨씬 적다는 게 장점이다. 김다은 연구원은 “덕분에 기존 크리스퍼에 비해 교정 정확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염기교정 가위 가운데 하나인 아데닌(A) 염기교정 가위의 정확도를 측정했다. 기존 크리스퍼를 측정할 때에는 ‘절단 유전체(게놈) 해독’이라는 기술을 쓴다. DNA 두 가닥이 모두 끊어진 경우, 게놈 해독을 하면 잘린 부분이 전체 게놈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찾는 과정이 일어난다. 이 부분을 찾으면 게놈 가운데 어디가 잘렸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원래 이 방법은 DNA 두 가닥이 모두 잘려야만 가능해 기존 크리스퍼에서만 쓰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염기교정 가위 기술에서, 남아 있는 DNA까지 인위적으로 자르는 시약을 추가해, 절단 유전체 해독 기술로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의 정확도까지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 이 기술은 30억 쌍이 넘는 DNA 염기 가운데에서 평균 60곳에만 변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다은 연구원은 “정말 교정해야 할 곳(on-target)과 잘못된 위치를 잘못 자른 경우(off-target, 표적이탈)를 포함해 60곳을 염기교정 가위가 자를 수 있다고 절단 유전체 해독으로 밝혀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비유하자면, 30억 인구가 모인 대륙에서 딱 한 명의 범인을 찾는데, 순식간에 60배수 후보까지 추려낼 수 있는 정확도를 가졌다는 뜻이다. 김 연구원은 "기존의 크리스퍼-캐스9 등에 비해 더 정확한 결과"라며 “하지만 실제 실험에서 염기교정 가위의 표적이탈은 이보다도 적게 나타났다(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절단 유전체 해독 기술이 다양한 염기교정 기술의 정확도를 확인하는 데 두루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였다는 의의를 갖는다. 수시로 정확도를 확인하면 세포 치료 등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연구팀은 아데닌 염기교정 가위의 정확도를 개선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스나이퍼(저격수) 유전자가위’라는 별명이 붙은 염기교정 기술을 염기교정 가위에 결합시켜 오작동을 더욱 줄인 것이다.

연구팀은 “염기교정 가위의 정확성이 입증됐다”며 “단일 염기 변이를 유도하거나 교정해야 하는 유전자 및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고부가가치 농축산물의 품종 개량 등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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