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해양 탄소순환, 미생물에 달렸다

2019.02.27 12:00
이미지 확대하기이성근 충북대 미생물학과 교수(왼쪽), 김소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연구본부 선임연구원(가운데), 김종걸 충북대 미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남극해역 식물플랑크톤의 탄소순환에 관여하는 미생물 군집의 종류를 밝히고 관련 원리도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이성근 충북대 미생물학과 교수(왼쪽), 김소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연구본부 선임연구원(가운데), 김종걸 충북대 미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남극해역 식물플랑크톤의 탄소순환에 관여하는 미생물 군집의 종류를 밝히고 관련 원리도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국내 연구진이 남극 해양이 이산화탄소를 저장했다 다시 방출하는 탄소순환의 원리를 밝혔다. 남극의 기후변화와 탄소순환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이산화탄소를 격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근 충북대 미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남극해역 식물플랑크톤의 탄소순환에 관여하는 미생물 군집의 종류를 밝히고 관련 원리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해양 식물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고정해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를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유기물을 생산한다. 이 유기물은 해양 표층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다시 대기 중 이산화탄소로 방출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심해저로 가라앉는다. 식물플랑크톤이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묻어 기후변화를 막는 원리다.

 

반면 남극 해양은 유기물 대부분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다시 이산화탄소로 방출된다. 남극은 12월에서 1월 사이 짧은 여름 동안 바다를 덮고 있던 해빙이 녹아 바다가 태양빛을 받는다. 이때 식물플랑크톤은 긴 겨울 동안 바닷속에 축적된 영양분을 이용해 폭발적으로 자란다.

 

문제는 짧은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플랑크톤이 사라지면서 고정된 탄소도 대부분 대기로 방출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남극 해양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남극 해양에서 사는 저온 미생물은 실험실에서 배양이 어려워 원인 규명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미생물을 배양하는 대신 해양 미생물 군집을 채집하고 군집 전체에서 DNA를 추출해 미생물 각각의 유전체를 재구성하는 ‘메타게놈’ 기술로 남극 해양에서 탄소순환에 관여하는 핵심 미생물 유전체를 재구성했다. 여기에 한국 쇄빙선 아라온호가 큰 역할을 했다. 식물플랑크톤이 소멸하는 시기인 겨울이 시작하는 2월은 해빙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라 탐사선이 귀환하기 어려워 어떤 나라도 탐사를 하지 않는다. 아라온호는 우연히 러시아 조난 어선을 구조하면서 탐사일정이 늦어져 이 시기의 샘플을 채집할 수 있었다.

 

이미지 확대하기국산 쇄빙선인 아라온호에 장착된 로제트 시료채취기(Rosette sampler)를 이용하여 해수를 채취하는 모습. 채취된 해수로부터 DNA 및 RNA를 추출하여 미생물 유전체를 재구성하고, 유전자 발현을 분석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국산 쇄빙선인 아라온호에 장착된 로제트 시료채취기(Rosette sampler)를 이용하여 해수를 채취하는 모습. 채취된 해수로부터 DNA 및 RNA를 추출하여 미생물 유전체를 재구성하고, 유전자 발현을 분석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분석 결과 남극 해양은 식물플랑크톤 번성 시기에 따라 관여하는 핵심 미생물이 달랐다. 초기 여름에는 식물플랑크톤이 많아지며 식물플랑크톤의 구조를 이루는 물질인 생체고분자를 먹이로 하는 ‘폴라리박터’라는 미생물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여름 후반부에는 식물플랑크톤이 내놓은 저분자 유기물을 먹이로 삼는 ‘Ant4D3’이라는 미생물군이 대부분이었다. 연구팀은 여름이 가며 일어나는 미생물군 변화는 매년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것도 확인했다.

 

이성근 교수는 “식물플랑크톤이 번성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유기물의 분해와 관련된 미생물의 특성을 밝혀 지구의 탄소순환을 이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남극 해양생태계에서 식물플랑크톤이 고정한 탄소를 심해로 격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가능성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이달 21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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