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아빠의 교육실험]④첫 번째, 코딩 준비 운동하기

2019.02.25 13:00

“코딩 가르쳐 준다면서 왜 컴퓨터를 안켜?”

 

교육을 시작하며 연습장부터 가져오라는 말에 의아해진 아이의 반응이다. 사실 아이가 집에 올 시간에 맞춰 교육 환경은 만들어 둔 상태였다. TV 앞에 탁상, 탁상 위에 노트북, 그리고 노트북은 HDMI 로 TV와 연결해 보기 편한 큰 화면을 준비했다. 아직 PC의 전원을 연결하지 않았을 뿐이다.

 

코딩 교육을 위한 환경 구성. 전문 학원의 빔프로젝터 대신 거실 TV를 이용했다. 적절한 해상도 조정만 해준다면 아이와의 1 대 1 교육 환경으로 손색이 없다.
코딩 교육을 위한 환경 구성. 전문 학원의 빔프로젝터 대신 거실 TV를 이용했다. 적절한 해상도 조정만 해준다면 아이와의 1 대 1 교육 환경으로 손색이 없다.

직접적인 코딩을 가르치기 앞서 몸풀기 과정이 필요했다. 코딩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소개를 진행했다. 코딩의 결과로 컴퓨터 화면 속에 로봇 캐릭터가 움직인다 정도는 아이가 알고 있는 듯 했지만, 문제 해결 과정이라는 코딩의 보편적 의미를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간단한 실생활 예제를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

 

연습장을 가지고 왔지만 여전히 의아해 하는 아이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목마를 때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해 보라고 했다. 아이는 “물을 마시겠지”라며 어이없어 했다.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을 왜 묻냐는 투다. 당연하다. 자신이 직접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물을 마신다 정도로 축약한 답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은 500㎖ 생수병에 담겨 있고, 생수병은 냉장고 홈바에 있다는 사실을 아이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와 같은 이치다.

 

측면 공격을 시도했다. 아빠에게 시켜보라고 했다. 물이 어디에 있는지 아빠는 모른다는 조건도 추가했다. “냉장고에 가서 물을 가져와”라 아이는 답했다. 방금 전보다 좀 더 구체적이다. 단계를 나눠 연습장에 적어 보라 했다. “1) 냉장고에 가”,  “2) 물을 가져와” 두 단계로 아이는 써내렸다. 글자에는 짜증이 살짝 묻어있었다. 이것도 당연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냉장고 어디에 생수병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됐다. 어차피 생수병을 냉장고 홈 바에 둔다는 것은 가족 구성원 사이에 암묵적으로 동의된 사항이란 걸 아이는 이미 알고 있다. 알아서 찾을 수 있다면 명령의 개수를 줄이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글자 쓰기라는 간단한 행위조차 사람의 노력, 즉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좀 더 비틀어 보기로 했다. 명령의 대상을 아빠 대신 로봇으로 바꾸라 했다. 로봇은 명령대로만 움직인다고 말했다. 멍청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단 “부엌으로 가”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다는 가정을 덧붙였다. 명령이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아이는 써 내려갔다. 명령의 단계가 몇 개 늘었다. “부엌에서 냉장고를 찾아가라”라든지 “냉장고 홈 바 문을 열어라” 등 내용도 좀 더 구체적인 말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명령이 함축적인 행위로 구성된 것은 여전하다. “홈 바 문은 어떻게 열어야 하지?”,  “홈 바가 뭐지. 로봇에게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 홈 바에 생수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등 로봇에게 지시할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아이에게 추가적으로 작성하라고 할까 하다 “그만 좀 개로피십시오”라 말씀하시던 어떤 분이 생각나 그만두기로 했다. 아이의 눈에는 이미 지루함이 담겨 있었다.

 

정리가 필요했다. 이같이 로봇이 할 일을 순서대로 시키는 것이 코딩이라 전달하는 정도면 첫 수업의 성과로 충분하다. 문제가 있으면, 그에 대응하는 해결 방법이 있고, 방법의 절차를 순서대로 명시하는 것이 코딩이라고 설명했다. 목마른 상황은 문제이고, 냉장고에 있는 물을 마시는 것은 해결 방법이다. 명령의 대상이 아빠라면 아빠에 대한 코딩이고, 로봇이라면 로봇에 대한 코딩이다. 단, 로봇에 대한 코딩은 로봇이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로 기술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빠에게는 한국어로 하면 그만이지만, 로봇에게는 그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실제 컴퓨터를 이용한 코딩을 살펴볼 차례다.

 

2권의 참고 교재.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법은 교재가 소개하고 있지 않다. 코딩 교육에 앞서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법부터 별도로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2권의 참고 교재.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법은 교재가 소개하고 있지 않다. 코딩 교육에 앞서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법부터 별도로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컴퓨터의 기본적인 사용법부터 가르쳐야 했다. 윈도 로그인 및 브라우저 실행, 엔트리 사이트 접속 등 스스로 엔트리 환경을 이용할 수 있는 단계는 최소한 거쳐야 한다.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윈도 부팅 화면이 움직였다. 아이의 눈에 금세 생기가 돌았다.

 

윈도 로그인부터 시작했다. 컨트롤(control)-알트(alt)-델(del) 키 조합을 이용해 로그인을 해보라고 했다. 아이는 세 키를 동시에 누르려고 애썼으나 쉽지 않았다. 굳이 세 키를 동시에 누를 필요는 없다고 말해줬다. 왼손으로 컨트롤, 알트 키를 일단 누르고 델 키는 천천히 눌러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제서야 아이는 로그인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넘어야 할 산들이다.

 

다음은 브라우저 실행 차례다. 바탕화면에 만들어 놓은 크롬 브라우저 바로 가기를 ‘따닥’으로 누르라 얘기했다. 더블 클릭을 어머니께 처음 알려 드릴 때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빠른 시간에 리드믹한 연타로 눌러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가 하시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결국 성공했으나 동작은 여전히 부자연스러웠다.

 

엔트리 사이트는 북마크에 미리 저장해 놓았다. 북마크는 다행스럽게도 클릭 한 번으로 동작한다. 아이는 무리 없이 엔트리 사이트에 접속했다. 함께 ‘chloe10’로 계정을 만들었다. 앞으로 모든 실습과 숙제는 이 계정으로 진행할 것이다.

 

‘작품 만들기’를 해보았다. 엔트리봇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간단한 코드가 자동 생성된다. 아이에게 실행하는 법을 알려줬다. 아이가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자 엔트리봇이 움직인다.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시각적 자극이 가지는 힘이다.

 

엔트리 코딩의 첫단계. 작품 만들기를 선택하면 간단한 코드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면 엔트리봇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매번 자동 생성된 코드를 지워야 한다는 점인데,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마이 페이지 등에서 설정해보려 했으나  메뉴를 찾지 못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연락 부탁한다.
엔트리 코딩의 첫단계. 작품 만들기를 선택하면 간단한 코드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면 엔트리봇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매번 자동 생성된 코드를 지워야 한다는 점인데,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마이 페이지 등에서 설정해보려 했으나  메뉴를 찾지 못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연락 부탁한다.

시간이 꽤 지난 듯해 시계를 봤다. 40분을 훌쩍 넘겼다. 불러오기 및 저장하기 등 더 진행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지만 끝내야 했다. 초교 교육과 동일하게 1 교시에 40분으로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 마침 종이 울렸는데 강의를 계속하는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가 날 싫어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아버지를 미워할 소재는 아이가 나이를 먹을수록 늘어나면 늘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소재의 다양성을 굳이 추가할 필요는 없다. 오늘은, 여기까지.

 

도움자료

제가 작성한 교안을 공유드릴까 합니다. 혼자 사용할 목적으로 작성했기에 거칠게 서술되고 완성도도 높지 않습니다만, 참고하시면 기사 내용을 이해하기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https://drive.google.com/open?id=1ORA35VeNsu_BL9xvig6I0gd0VSea_lSg   

 

※필자소개

김기산(calculmount@gmail.com)기업에서 IT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20년 가까이 리눅스 개발자로 지내다가 뜻밖의 계기로 육아휴직을 냈다. 지난해 한층 강화된 '아빠의 달' 제도의 수혜자로, 9살 아이와 스킨십을 늘리며 복지 확대의 긍정적인 면을 몸소 깨닫고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