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한 은하가 은하를 변화시킨다

2019.02.22 08:24
부자은하M51은 나선팔 끝에 동반 은하 NGC 5195가 함께 관측된다.NASA/JPL-Caltech 제공
부자은하M51은 나선팔 끝에 동반 은하 NGC 5195가 함께 관측된다.NASA/JPL-Caltech 제공

한국 과학자들이 은하가 이웃한 은하의 회전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우리 은하를 비롯해 대다수 은하가 회전을 하는데 간혹 서로 가까이 스쳐지날 때 상호작용이 일어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3차원 분광 관측 자료 분석을 통해 은하의 회전 방향이 이웃한 은하의 평균 운동 방향과 뚜렷한 상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런 영향은 최대 260만 광년 떨어진 이웃한 은하들에서도 발견됐으며 은하가 1억 년에 6만 광년 정도를 이동한다고 추정하면 약 40억년 전에 다른 은하와 만났을 때 발생한 운동학적 성질을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충돌 은하인 부자은하인 M51은 나선팔 끝에 동반 은하인 NGC 5195가 함께 관측된다. NGC 5195는 M51을 스쳐 지나가면서 서로의 인력으로 팔이 연결된 모습이다. 이 같은 이웃 은하들이 가까운 거리를 스쳐 지나가며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데 그런 상호작용이 은하의 회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관측 증거를 이번에 최초로 발견했다. 

 

실제로 은하 회전과 이웃 은하 운동 간에 관련성은 은하의 외곽부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은하의 안쪽보다는 바깥쪽이 더 외부의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회전하는 은하가 어둡고 가벼울수록, 이웃 은하는 밝고 무거울수록 상관성이 높게 나타난다. 가벼운 은하일수록 외부의 영향을 받기 쉽고 반대로 무거운 이웃 은하일수록 다른 은하에게 쉽게 영향을 준다. 이런 결과들은 운동학적 상관성이 은하와 은하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에서 기원한 것임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독일과 스페인이 공동 운영하는 칼라 알토 천문대가 공개 제공하는 3차원 분광 탐사관측 자료를 이용해 정확한 회전 방향을 측정할 수 있는 400개 은하를 분석했다. 3차원 분광 관측은 은하의 스펙트럼을 공간적으로 잘게 쪼개어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최신 관측 기법이다. 연구진은 은하들의 회전축을 나란히 정렬하고 주변 은하들의 운동방향의 분포를 겹쳤다.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는 운동과 가까워지는 운동을 구분해 은하 회전 방향이 이웃 은하의 평균 운동방향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은하 간의 상호작용은 회전 운동 외에도 다른 흔적을 남긴다.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의 나이 분포를 바꿔놓고 은하의 전체적인 형태가 크게 바뀌기도 한다. 또 이런 성질은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바뀌기도 한다. 은하 간 상호작용에 따라 새롭게 탄생한 젊은 별은 시간이 흐르면 늙게 된다. 은하의 형태도 상호작용 직후 다소 복잡해지지만, 많은 시간이 흐르면 더 무디고 단순한 모양으로 바뀐다. 

 

물체가 회전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각운동량은 에너지처럼 보존되는 물리량이라서 외부에서 새로운 영향을 받기 전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이런 이유로 은하의 운동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기원을 추적하면 은하의 진화 과정을 추정하는 단서로 쓸 수 있다. 

 

연구진은 은하의 운동학적 연구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 천문대에서 최대 3만개 은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대규모 3차원 분광 탐사관측 프로젝트인 ‘헥터(Hector)’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준협 천문연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은 “이전까지 다양한 환경에 따라 은하가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는지에 초점을 둔 연구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은하의 회전축과 회전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에 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천문학 분야 최상위급 학술지인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이달 10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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