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를 생각하다

2019.03.09 09:00
시행 1년 맞은 ′존업사법′. 연합뉴스
시행 1년 맞은 '존업사법'. 연합뉴스

연명의료결정법, 일명 ‘존엄사법’을 시행한 지 1년을 맞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4일 그동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11만 명을 넘어서고 3만 6000여 명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했다고 밝혔다.

 

존엄사법은 말 그대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법이다. 회생 가능성이 낮고 치료해도 회복하기 어려운 환자가 자기 결정 또는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멈출 수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가족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고, 또 환자 본인에게는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기회를 빼앗는다.

 

암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를 겪고 있는 말기 환자나 질병 제한 없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라면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의 판단하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또 지금 심각한 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놓였을 때를 대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 서류들을 작성하면 임종 과정에서 심폐소생술과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 연명의료 항목을 중단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시행 1년만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11만명이 넘고,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한 환자가 3만 6000명이 넘어,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본래의 의도대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지켜지고 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 이후 ‘3종 케어 호스피스’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웰다잉과 죽음교육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서울대 사회학과 서이종 교수는 “과연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의 임종 과정을 결정하는 데 인간 존엄성이나 삶의 가치만을 기준으로 삼았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살아남아 있는 가족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또 "건강한 사람의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 전에 관련 교육을 짧게 받는다"며 "자신의 죽음이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임병식 고려대 죽음교육연구센터장(의학박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임 센터장은 "수십 수만 명이라는 양적인 결과만 놓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면서 "실무에서 보면 대다수가 자기 스스로 결정하기 보다는 가족의 압박이나 의사의 권유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 중 대부분(84.6%)이 60세 이상이었다.

 

성별 및 나이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 현황. 보건복지부 자료 제공
성별 및 나이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 현황. 보건복지부 자료 제공

물론 연명의료를 중단했다고 해서 환자가 바로 사망하는 것이 아니다. 서 교수는 “특히 암 말기 환자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남은 기간 동안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를 가본다거나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등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1990년대부터 연명의료 결정 관련 법률을 제정했던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는 그만큼 죽음을 맞는 것을 도와주는 호스피스 문화도 잘 발달돼 있다. 서 교수는 “해외에서는 호스피스가 주로 자원봉사처럼 이뤄지지만, 국내에서는 의료보험 아래에 병원 중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의료기술의 발달로 신체적 케어는 훌륭하겠지만 죽음을 앞두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연명의료 결정을 한 사람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도우려면 신체적 케어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케어, 나아가 영적 케어까지 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를 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한 웰다잉 구축 위해 전문가들도 머리 맞대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1주년 기념 행사'를 열고 전문가들이 그간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는 "법적으로 '말기'와 '임종기'에 대한 정의가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명쾌해 보이지만, 의료인 입장에서는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렵다"며 "임종기로 보였던 환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말기로 돌아오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말기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제2조 제3호)를, 임종기는 회생의 가능성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제2조 제1호)를 말한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연명의료결정을 따르지 않은 환자의 경우 단 5%만이 호스피스를 사용했다"면서 "단순히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것이 아닌, 인생의 마무리를 잘 지을 수 있는 '웰다잉'을 위해 정책적으로 호스피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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