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이 알려주는 명당

2013.04.29 12:51

풍수지리는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효도 사상의 위선사(為先事)다. 자식으로 태어난 자로서 아무쪼록 부모의 유골만이라도 평안하도록 정성을 다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부모, 증조부모 등 선조들 덕분이다. 부모가 살아 계실 때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효도할 수 있지만, 돌아가신 다음에는 효도할 방법이 없다. 우리 선조들은 부모가 돌아가신 뒤 뼈라도 오래 보존된다면 자신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밀접한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부모의 시신이 오래 보존될 수 있는 곳을 찾았으며 그런 장소를 명당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뼈를 오랫동안 보존하려는 우리의 풍습은 이집트의 미라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둘 다 죽은 자를 잘 모시고자 한 것이다. 이집트 미라는 죽은 자가 영원한 삶을 누린다고 믿어 영혼이 돌아올 수 있도록 시신을 약품으로 처리해 시신을 오래 보존하도록 했다.

반면, 한국은 이집트처럼 인공적으로 시신을 처리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환생의 목적이 아니라 선조와의 정신적인 접촉, 즉 위선사로서 육신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체발부(身体髪膚)는 수지부모(手肢父母)라는 유교 사상에 젖어 있는 조선시대에 시신을 훼손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도 용납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시신이 적어도 500년에서 1000년 정도 갈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예종 능과 예종 능에서 바라본 정자각의 모습. - 이종호 제공
예종 능과 예종 능에서 바라본 정자각의 모습. - 이종호 제공

지관들은 명당자리를 확인할 때 주로 달걀을 사용한다. 보통 땅에 달걀을 파묻으면 곧바로 썩지만, 명당자리에서는 몇 달이 지나도 생생하게 보존된다. 한 실험에서 명당의 혈처 지점과 보통의 땅에 달걀을 묻어놓고 76일 만에 꺼내보니 혈처에 묻은 달걀은 전혀 부패하지 않은 채 처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 보통 땅에 묻은 달걀은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했다.

당시 두 땅의 흙을 농업과학기술원에서 분석했는데 두 흙 모두 화강암 잔적층이라는 점은 동일했다. 하지만 일반 흙의 PH는 4.88이었고, 명당의 흙은 6.90이었다. 이것은 일반 흙은 산성이고 명당의 흙은 중성의 성질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북한에서 단군의 뼈라고 발표한 유골이 5000년이나 지나도 온전한 이유가 전형적인 중성 토양이었기 때문이라고 발표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명당을 찾는다는 것은 중성의 토양을 찾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지관들의 혹세무민하는 사주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명당의 효용도가 ‘동기감응(同気感応)’ 또는 ‘친자감응(親子感応)’이라면 중성토양 자리를 찾으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 토양은 산성이다.

참고문헌 :
「王権의 무게가 너무 컸을까 13개월 통치, 19세 요절」, 이창환, 주간동아, 2010.05.31
『신토불이 우리문화유산』, 이종호, 컬쳐라인, 2001
「풍수지리는 위선사」, 이종호, 내일신문, 2001.09.17
「[王을 만나다·20]서오릉-창릉(8대 예종·계비 안순왕후)」, 김두규, 경인일보, 2010.02.11

(17-4에 계속)



이종호 박사(사진)
는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해외 유치 과학자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한국과학저술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과학저술가로 활동중이다.

저서는 ‘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 ‘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 ‘노벨상이 만든 세상’ ‘로봇, 인간을 꿈꾸다’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등 다수다.

※ 편집자 주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더사이언스’(www.thescience.co.kr)가 공룡유산답사기, 과학유산답사기 2부, 전통마을을 찾아가는 과학유산답사기 3부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찾아가는 과학유산답사기 4부를 연재합니다. 과학저술가 이종호 박사의 도움을 받아 세계문화유산 속에 숨어 있는 과학지식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니,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
    * 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에는 실명확인 과정을 거쳐야 댓글을 게시하실수 있습니다.
    * 실명 확인 및 실명 등록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 (2020. 4. 2 ~ 2020. 4. 14) 동안에만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