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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리포트] 동물 축제, 이대로 괜찮을까?

2019년 02월 17일 11:00
이미지 확대하기1995년부터 시작된 ‘울산고래축제’는 지금까지 매해 여름에 열리며, 울산의 포경 역사와 고래의 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en2040(F)
1995년부터 시작된 ‘울산고래축제’는 지금까지 매해 여름에 열리며, 울산의 포경 역사와 고래의 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en2040(F)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산천어 축제를 비롯해 송어 축제, 빙어 축제 등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립니다.

 

동물 축제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동물 축제가 동물과 생태계를 괴롭힌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팀이 2017년 전국에서 열리는 동물 축제가 동물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다수 동물 축제가 동물을 잡거나 싸움을 붙이는 등 유희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축제들은 대부분 각 시청이나 군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로, 해당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지역 축제로 꼽히는 강원도 화천군의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2003년 처음 열렸습니다. 1회부터 22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며 인기를 얻었고, 2019년 1월에 열린 산천어 축제에서는 184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습니다. 그 결과 축제를 통해 화천군이 직접 벌어들인 수입만 58억 2500여만 원에 달했습니다. 결국 전체 인구가 2만 6000명 정도인 지방 도시 화천군 입장에서는 산천어 축제가 엄청난 수익원인 셈이랍니다. 동물 축제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산천어는 원래 화천에 살지 않는다

 

이미지 확대하기2019년 1월에 열린 화천 산천어 축제장의 모습. 얼음 위에 많은 관광객이 올라가 산천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재단법인 나라
2019년 1월에 열린 화천 산천어 축제장의 모습. 얼음 위에 많은 관광객이 올라가 산천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재단법인 나라

산천어는 강원도 태백산맥의 동쪽 지방인 ‘영동 지방’ 하천에 사는 연어목 연어과 민물고기입니다. 강에서 태어난 뒤 동해로 내려가고, 산란기가 되면 다시 민물인 강으로 돌아오는 송어(Oncorhynchus masou)와 같은 종입니다. 다만 바다로 나가지 않고 민물에서만 살다가 습성이 바뀐 것이 바로 산천어입니다.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화천은 정작 영동 지방이 아닙니다. 화천은 태백산맥의 서쪽에 해당하는 영서 지방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원래 이 지역 하천에는 산천어가 살지 않습니다. 단지 1년에 한 번, 축제를 열기 위해 화천군이 화천천에 양식 산천어를 가둬두는 겁니다.

 

그런데 매해 축제를 위해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 조사 결과, 화천천의 하류인 북한강 합류지점에서 2~7마리의 산천어가 발견됐습니다. 이를 두고 기존 생태계의 균형을 깰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화천 산천어 축제를 기획한 재단법인 나라 관계자는 “예전에 정부에서도 민물 수산자원을 늘리기 위해 양식 산천어를 영서 지방에 방류한 것으로 안다”며 “환경영향평가에서 발견된 산천어가 축제장에서 빠져나간 것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맨손잡기, 동물학대 논란

 

이미지 확대하기86개 축제 ‘주요 프로그램’ 129개 기준 - 1 어떤 동물들이 주요 이용되는가 2 동물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 3 동물 축제는 동물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출처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 연구실
86개 축제 ‘주요 프로그램’ 129개 기준 - 1 어떤 동물들이 주요 이용되는가 2 동물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 3 동물 축제는 동물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출처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 연구실

‘산천어 맨손잡기’는 산천어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꼽힙니다. 무릎 높이 정도로 물이 찬 수조 안에 들어가 3분 동안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프로그램입니다. 한 사람당 세 마리까지만 잡을 수 있고, 잡은 산천어를 보관할 곳이 따로 없어 옷 안에 넣어야 합니다. 평소 어류를 맨손으로 잡아볼 일이 없던 도시 사람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이색체험’으로 알려지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엔 ‘동물학대’라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수많은 행사 참가자들이 수온이 20°C 이하로 떨어져야 살 수 있는 산천어를 36.5°C 체온으로 꽉 잡으며, 옷 속에 보관하고, 꽉 움켜쥐다가 아가미에 손을 넣기도 합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잡은 물고기를 산 채로 입에 넣는 세레모니를 펼치는가 하면, 행사 진행자는 산천어를 비닐봉지에 넣어 빙글빙글 돌리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이 모두 산천어에겐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PNR 안나현 변호사는 “식용 동물은 동물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법이 규정하고 있긴 하지만 산천어 축제에 쓰이는 산천어는 이동 과정에서 죽고, 축제 기간 동안 스트레스로 죽는 등 모두 식용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학대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후와 생태에 맞지 않는 나비 축제

 

매해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 전남 함평군에서는 ‘함평 나비대축제’가 열립니다. 지역 경제가 죽자 1999년, 함평군이 지역 홍보수단으로 나비대축제를 도입한 겁니다. 제주도에서 배추흰나비 100마리를 잡아왔고, 이를 함평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인공부화 기술로 번식시켜 나비 축제를 열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 20회를 맞은 작년 축제에서는 입장객 수가 27만여 명, 축제 매출액이 1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하지만 친환경을 내세우는 나비 축제 역시도 친환경과 사실 거리가 멉니다. 나비 날리기에 사용되는 배추흰나비의 경우, 자연에서는 보통 기온이 20℃를 넘어가는 5월 중순 이후 우화합니다. 그런데 나비 날리기 행사는 평균기온 15.7℃인(2018 나비대축제 기간 기준) 4월 말에 이뤄집니다. 나비가 너무 일찍 자연에 나가는 겁니다. 함평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사실 나비에겐 조금 이르지만 어린이 관람객이 많기 때문에 어린이날에 맞춰 축제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족관 속 고래 보고, 고래고기 즐긴다

 

이미지 확대하기고래고기, 왜 문제일까? | 고래는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를 출산하기 때문에 다른 해양 생물에 비해 개체수 회복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 울산대학교 송경준 교수팀은 2011년, 일본 서부와 한반도 해역에서 발견되는 밍크고래가 최소 5247마리일 것으로 추정하고, 이 개체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해 동안 53마리 이상 잡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해역에서 잡힌 밍크고래 수만 해도 53마리를 넘는다. 자료 출처 : 공공데이터포털
고래고기, 왜 문제일까? - 고래는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를 출산하기 때문에 다른 해양 생물에 비해 개체수 회복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 울산대학교 송경준 교수팀은 2011년, 일본 서부와 한반도 해역에서 발견되는 밍크고래가 최소 5247마리일 것으로 추정하고, 이 개체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해 동안 53마리 이상 잡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해역에서 잡힌 밍크고래 수만 해도 53마리를 넘는다. 자료 출처 : 공공데이터포털

울산은 예로부터 고래잡이가 성행한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고래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상업 포경을 금지했습니다. 그러면서 울산도 고래 포획지에서 고래 관광지로 탈바꿈했습니다.

 

1995년부터 시작된 ‘울산고래축제’는 지금까지 매해 여름 열리며, 울산의 포경 역사를 비롯한 고래의 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고래박물관에는 주로 장생포에 남아있던 포경 유물 등이 전시돼 있으며,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 점을 들며 울산의 고래잡이가 신석기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 문화라고 설명합니다. 또 1909년 일본이 장생포에 동양포경주식회사의 포경 기지를 세우며 본격적으로 한국의 고래잡이 대표 기지로 자리잡았다고도 설명합니다.

 

그런데 생태축제라는 홍보와 달리 울산고래축제는 관광객들에게 바로 근처에 있는 고래고기 전문점을 홍보하는가 하면,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전시용 돌고래가 쇼를 펼칩니다.

 

고래의 행동을 연구하는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장수진 연구원은 “이제는 우리가 정말 생태적이고 교육적인 동물 축제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한 축제

 

이미지 확대하기(왼쪽 사진)1999년 마르치키타호의 모습. (오른쪽 사진)2017년 마르치키타호의 모습. 물이 줄어들어 크기가 작아졌고, 호수 중간 섬이 더 드러났다. ESA
(왼쪽 사진)1999년 마르치키타호의 모습. (오른쪽 사진)2017년 마르치키타호의 모습. 물이 줄어들어 크기가 작아졌고, 호수 중간 섬이 더 드러났다. ESA

해외에서는 동물권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축제 성격을 바꾸고 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년 8월 영국 러틀랜드 워터 자연보호지역에는 수만 명의 사람들과 수백 개의 기업들이 모여듭니다. 이 사람들은 배를 타고 호수로 나가서 물수리가 사냥하는 모습도 보고, 새와 관련된 각종 강연도 듣습니다. 또, 새를 관찰하는 데 필요한 용품을 사고파는 중고장터를 열기도 합니다.

 

이들이 모인 건 1989년부터 무려 30년 동안 이어져 온 축제 ‘버드페어’ 때문입니다. 매해 중요하게 여겨지는 조류 생태계 문제 하나를 주제로 선정하고, 축제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을 모금합니다.

 

지난해 열린 버드페어에서는 아르헨티나 마르치키타호 국립공원 건설을 돕는 것이 주제였습니다. 마르치키타호는 남아메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이면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소금호수입니다. 또 겨울 동안 최대 31만 8000마리 정도의 칠레홍학과 1만 8000마리 정도의 안데스 홍학이 다녀가는 곳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해마다 수많은 철새가 다녀가며, 갈기늑대와 왕관고독수리 등이 사는 곳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마르치키타호의 물을 많이 사용하고, 주변 숲의 나무를 베어버린 데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아 호수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환경보호단체 ‘아베스 아르젠티나스’는 국립공원을 만들고 마르치키타호를 보호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2018 버드페어에서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행사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버드페어는 최근 10여 년 동안 매해 2억 8000만 원 이상을 모금했습니다. 모금액은 모두 환경 보전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도 동물을 배려하는 지역 축제들이 있습니다. 천명선 교수팀의 전국 동물 축제 조사에서 높이 평가받은 무주 반딧불 축제, 군산과 서천의 철새 축제가 대표적입니다. 이 축제들은 모두 동물을 해치지 않고 관찰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동물이 없는 동물 축제는 어떨까

 

지난해 7월 7일에는 ‘동물축제 반대축제(동축반축)’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동축반축은 동물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축제는 진정한 ‘동물 축제’가 아니라는 뜻에서 기획한 ‘동물이 없는 동물 축제’입니다.

 

축제는 참가자들이 동물과 생태에 대해 직접 알아갈 수 있도록 기획됐습니다. 축제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12가지 동물 중 자신의 성격에 맞는 한 동물 캐릭터가 되고, 축제장 안에서는 그 동물이 되어 미션을 수행해 나갑니다. 미션에 따라 생물에 대해 알아보고, 퀴즈를 풀기도 하는 식입니다. 일찍 입장한 관람객은 동물의 탈을 쓰고 축제에 참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동물을 이해하는 것이 이 축제의 목표였습니다.

 

이날 축제에서는 사마귀극단이 준비한 연극도 보고, 릴레이 토크를 관람하는 등 즐길 거리도 마련됐습니다. 록밴드 허클베리핀은 이 축제를 위해 ‘동물의 사육제’라는 노래를 작곡해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 “동물도 행복한 축제, 가능합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이미지 확대하기김산하(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김산하(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은 국내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로 통한다. 어렸을 적 동물처럼 킁킁 향기를 맡고 동물책을 보며 동물이 좋아졌다. 그는 서울대 동물자원과학과를 나온 뒤 2005년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열대우림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에 홀로 들어갔다. 세계적인 영장류 연구자 제인 구달이 침팬지를 연구한 방식대로 자바긴팔원숭이 집단에 들어가 이들의 생태와 행동을 연구했다. 그는‘자바 긴팔원숭이’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으로 멸종위기종을 연구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해 6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동물의 이름을 내걸고 있는 대부분의 축제가 동물들한테 고통을 가하는 시간으로 가고 있다"며 “축제의 약 80%는 동물들을 결국에 잡거나 먹는 거로 끝난다”며 ‘동물 축제’의 실체를 공개했다. 

 

김 사무국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축제에서 동물을 잡고, 심지어는 맨손으로 막 잡는 등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가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동물이 오히려 주인공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그 대안으로 지난해 7월 ‘동물 축제 반대 축제(동축반축)’을 주도했다. 이 축제는 해양생물보호단체인 ‘시셰퍼드 코리아’와 함께 고래 축제에 반대하는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비판하면 '그래서 대안이 뭔데'라고들 흔히 물어본다"며 "그래서 ‘동물을 한 마리도 괴롭히지 않고 즐거운 동물 축제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축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동물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축제는 진정한 ‘동물 축제’가 아니라는 뜻에서 ‘동물이 없는 동물 축제’를 기획했다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동축반축을 통해 관람객들은 동물을 직접 이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동물에 대해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지역 축제 성격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역 축제는 한 지역의 문화를 즐기기 위한 축제가 되어야지 그냥 먹고 마시는 밥상을 즐기는 축제여서는 안 된다"며 "문화를 즐기기 위해 갤러리에 전시도 보러 가고, 음악회에 음악을 들으러 가듯이 동물 축제도 지역의 문화를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어린이과학동아 4호 (2019.2.15 발행) Intro. 동물 축제,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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