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나노세계 힘’ 측정 방법 찾았다

2019.02.11 13:04
이번 연구를 이끈 연구팀. 왼쪽부터 조범석 UNIST 교수, 빌란트 쉘코프 독일 프리츠 하버 연구소 교수, 김이영 UNIST 연구원, 이주현 UNIST 연구원. UNIST 제공
이번 연구를 이끈 연구팀. 왼쪽부터 조범석 UNIST 교수, 빌란트 쉘코프 독일 프리츠 하버 연구소 교수, 김이영 UNIST 연구원, 이주현 UNIST 연구원. UNIST 제공

원자처럼 미세한 ‘나노 세계’에서는 일상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현상이 많이 벌어진다. 현실에서는 무시되는 작은 힘이 나노 세계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는 별 일 아닌 축구공 압력이 개미의 세계에서는 개미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는 재난급 힘으로 작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힘은 매우 작아 일상의 눈으로는 측정이 힘든데, 국내 연구팀이 이런 미세한 힘을 정교하게 측정할 방법을 알아냈다. 나노 물질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부 조범석 교수와 김이영 연구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창영 교수팀은 나노 세계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힘인 ‘분산상호작용’을 원자나 전자 등 작은 물질이 파동의 성질을 보일 때 발생하는 ‘물질파’를 이용해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분산상호 작용은 물질 속 전자에 의해 생기는 힘으로, 음(-)의 전기적 성질을 띠는 전자가 양자역학적인 요동에 의해 작은 물질에 부분적으로 양(+)과 음의 극성을 만들 때 발생한다. 이런 물질은 서로 다른 극끼리 끌어당기는데, 크기가 작아 현실세계에는 거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나노미터(10억 분의 1m)급의 작은 물질에서는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원자나 분자의 운동을 조절한다. 

 

김 연구원팀은 이런 분산상호작용을 측정하기 위해 작은 입자를 빠르게 물질 표면에 쏘아 표면 특징을 분석하는 기술을 이용했다. 먼저 0.4㎜의 간격으로 0.01~0.2㎜까지 다양한 두께의 사각형 판을 마치 도미노처럼 연이어 세워 울퉁불퉁한 표면을 흉내냈다. 그 뒤 헬륨 원자를 강하고 빠르게 쏘았다. 이 때 기존의 대부분의 물질 측정 기술과 달리, 물질 표면에 수직이 아니라 거의 표면과 수직이 되게 비스듬하게 쏘았다. 

 

주기를 갖도록 사각형을 세운 울퉁불퉁한 평면에서 일어나는 물질파의 회절 현상을 그렸다. 헬륨 입자를 비스듬히 쏘면 표면에 닿기도 전에 ′양자반사′에 의해 반사되는데, 이런 반사는 미지의 ′분산상호작용′의 영향을 받는다. 이 현상을 측정해 역으로 분산상호작용을 측정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UNIST 제공
주기를 갖도록 사각형을 세운 울퉁불퉁한 평면에서 일어나는 물질파의 회절 현상을 그렸다. 헬륨 입자를 비스듬히 쏘면 표면에 닿기도 전에 '양자반사'에 의해 반사되는데, 이런 반사는 미지의 '분산상호작용'의 영향을 받는다. 이 현상을 측정해 역으로 분산상호작용을 측정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UNIST 제공

비스듬히 쏜 헬륨은 물질 표면에 수평한 방향의 힘이 강해지고 수직 방향의 힘은 약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물질 표면의 분산상호작용의 영향을 받아 표면 수십 ㎚ 위 허공에서 반사된다. 물 위에 돌을 비스듬히 던지는 물수제비를 했는데, 돌이 수면에 닿기도 전에 미리 반사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반사는 현실에서는 관찰할 수 없고 오직 양자역학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어, ‘양자반사’라고 한다. 연구팀은 이런 양자반사의 특성을 측정해 역으로 분산상호작용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은 표면이 거칠어도 효과적으로 분산상호작용을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별다른 전처리 없이도 측정이 가능한 것이다.


이 연구로 분산상호작용을 측정해 나노 소재 개발을 더 정확히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물질파를 이용해 표면 특징을 밝히는 방법을 응용해 새로운 물질파 현미경 등 측정 도구를 개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양자반사 현상을 이용한 새로운 광학 소자도 개발할 수 있다. 


조 교수는 “다양한 나노 구조의 분산 상호작용을 측정해 ㎚ 크기의 전자제품과 부품 제조 시 문제가 되는 영향력들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물리 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1월 31일자에 발표됐다. 김 연구원은 제1저자, 조 교수는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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