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국인 과학자, 추위를 느끼는 단백질 원리 풀었다

2019.02.08 16:33
저온전자현미경으로 재구성한 냉각수용체 단백질인 TRPM8이 박하에서 추출한 멘톨 등 냉각물질과 결합하는 모습. 잉 인 제공
저온전자현미경으로 재구성한 냉각수용체 단백질인 TRPM8이 박하에서 추출한 멘톨 등 냉각물질과 결합하는 모습. 잉 인 제공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과학자가 추위를 느끼는 단백질의 작동 원리를 밝히는데 성공했다. 인간이 추위를 느끼는 이유를 밝히는 데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이석용 듀크대 생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저온을 감지하는 냉각수용체인 TRPM8가 멘톨을 비롯한 합성 물질과 결합할 때 일어나는 구조변화를 알아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8일 소개했다. 지난해 1월 TRPM8의 분자 구조를 규명해 사이언스에 발표한 데 이은 연구결과다.

 

TRPM8은 26도 이하의 온도를 느끼면 활성화하는 이온 채널 단백질이다. TRPM8에 문제가 있으면 추위를 심하게 느끼거나 편두통이 일어나기도 한다. TRPM8은 저온을 느낄 뿐 아니라 박하에서 추출한 물질인 멘톨이나 멘톨보다 35배 효과가 큰 이실린(icilin) 같은 물질과도 결합한다. 박하를 먹거나 멘톨이 포함된 크림을 발랐을 때 시원한 느낌이 나는 이유다. 시원한 느낌을 줘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멘톨은 진통제 등에도 쓰인다. 멘톨을 비롯한 물질과 TRPM8이 결합하는 원리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TRPM8의 분자 구조를 보기 위해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을 썼다. 저온전자현미경은 세포 속 단백질 등 생체 고분자를 그대로 보기 위해 세포를 ‘냉동 상태’로 얼려 관찰한다. 일반 전자현미경으로 생체 고분자를 관찰하면 분자가 무너져 온전한 영상을 얻기 힘들다. 연구팀은 다양한 방향에서 100만 개 이상의 TRPM8 영상을 촬영한 후 합성해 분자까지 볼 수 있는 고해상도의 입체 구조를 얻었다.

 

구조 분석 결과 멘톨과 이실린이 TRPM8에 결합하는 지점이 PIP2라는 지질이 결합하는 지점과 가깝다는 것을 발견했다. PIP2는 세포간 신호전달물질의 하나로 TRPM8가 멘톨과 결합하는 데 필요한 물질이다는 것은 밝혀졌으나 정확한 기전은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은 PIP2와 멘톨을 비롯한 냉각 물질이 TRPM8의 구조변화를 일으켜 신호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TRPM8과 멘톨의 관계를 분석하면 진통제를 만들거나 통증을 잡는 데 유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교수는 “TRPM8이 멘톨과 결합했을 때 구조를 알아냈고 어떻게 TRPM8이 활성화하는지 살펴봤지만 완전한 이해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며 “멘톨을 포함한 진통제의 표적이므로 TRPM8의 작용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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