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완벽주의가 일을 망친다

2019.02.09 10:00
완벽주의란 자연스러운 부족함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며 쉽게 좌절하는 태도를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지금 젊은이들이 완벽주의 경향이 심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완벽주의란 자연스러운 부족함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며 쉽게 좌절하는 태도를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지금 젊은이들이 완벽주의 경향이 심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중학교 때 한 번 시험에서 90점을 받았다고 화가 난 적이 있었다. 꼭 100점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채점 된 시험지를 받아서 마구 구겨버렸고, 옆에 있던 친구의 놀란 표정이 아직 생생하게 떠오른다.

 

90점도 결코 낮은 점수가 아닌데도 그랬던 건 당시 부모님의 기대때문이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이 세상은 오직 1등만 살아남을 수 있으며 2등은 벌써 한참 뒤쳐진 거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오랫동안 1등을 향한 열망은 나의 열망이며 1등을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역시 나의 불안인 줄 알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부모님의 열망이고 부모님의 불안감이었다. 그들의 높은 기준과 불안이 어느샌가 내 마음에 침투해 아직도 이거 밖에 안 되냐고, 이렇게 물러터져서 어떻게 살아가겠냐고 스스로를 질책하고 있었다.

 

완벽주의란 티끌 한 점 없는 ‘완벽’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준을 붙잡고, 인간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부족함에 대해 결코 있을 수 없는 것인 양 받아들이지 못하며 쉽게 좌절하는 태도를 말한다.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비슷한 성과를 내도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반면 쉽게 좌절하며 자기 비하가 심한 편이다. 또한 자신이 실수하거나 실패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충격이 오래 가는 편이다.

 

예전에는 나도 “100점을 받지 못했다니!! 내가 완벽하지 못했다니!!”라며 호들갑을 떨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나 부족한 내가 무엇을 조금이나마 이루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일텐데, 내가 뭐라고 그렇게 나한테 그 많은 걸 요구했나 싶다. 내가 실수하고 실패하는 게 정말 이상한 일인지? 하고 물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으며 그간 너무 오만했다는 답이 나온다.

 

안타깝게도 이런 완벽주의가 점점 증가 추세라고 한다. 영국 요크 세인트존스대의 심리학자 마르틴 스미스는 기존의 연구 77개, 약 25000명에 달하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90년대 이래로 완벽주의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Smith et al., 2018). 연구자들은 지금의 젊은 사람들이 예전의 젊은이들에 비해 완벽주의 경향이 더 심하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점점 더 심해지는 경쟁, SNS로 인해 완벽해보이는 모습들이 쉽게 전시되고 이를 여과없이 받아들여 선망하는 추세 등을 들었다. 평범한 삶이 제일 좋다고들 하지만 그 ‘평범한 삶’이라는 기준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의 평범함 삶은 이제는 뒤쳐진 것이고 지금의 평범한 삶에 훨씬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

 

비판적이고 자녀를 과하게 통제하려 드는 양육자 역시 자녀들의 완벽주의를 심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꼽혔다. 양육자의 과보호 또한 자녀의 완벽주의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어떤 형태이든 살면서 최소한 ○○ 해야하고 ○○ 정도는 가져야 한다고, 반대로 인생이 ○○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삶의 기준과 정답을 빡빡하게 세우는 모든 시도가 완벽주의를 높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쏠 수 있는 화살은 열 개가 채 안 되는데 과녁을 100개(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이상적인 배우자, 집 등) 세워놓고 전부 정중앙을 맞혀야 한다고, 단 하나라도 벗어나면 바로 탈락이라고 하는 셈이니 말이다.

 

동전을 100개 던지면 반은 앞면이 나오고 반은 뒷면이 나오는 법이다. 모든 면을 한 쪽 면으로만 맞출 확률은 매우 낮다. 물론 성공과 실패는 동전던지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5%만 합격하는 시험의 경우, 다른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성공 확률은 5%이다) 성공과 실패가 고루 나올 확률이 높지 모두 성공만 나오게 할 확률은 훨씬 낮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발견은 나이가 들면서 완벽주의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성격 특성 중 신경증(neuroticism: 부정적 정서성, 과한 걱정 및 불안과 관련된 특성)이 높아지고 성실성(consciousness: 성실성 또는 체계성, 책임감, 의지력 등과 관련을 보이는 특성)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신경증이 조금씩 감소하고 걱정이 줄어드는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이다. 경험을 쌓아가면서 실패한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의 부족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평정심을 배워가는 사람들과 달리, 계속해서 자신의 부족함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좌절을 쌓아가기 때문일까?

 

완벽주의적인 사람들의 경우 작은 일에도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며 쓸데 없이 많이 애쓰기 때문에(표 하나 만드는 데 완벽한 서식을 위해 하루를 다 써버린다든가) 번아웃이 빨리 찾아오기도 한다. 또한 실패에 대한 불안을 다스리느라 정작 일을 하는 데 쓸 에너지가 모자란 현상도 나타난다. 이런 특성이 완벽주의자들에게서 성실성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추측이다.

 

한편 완벽주의적인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완벽해 ‘보이고’ 싶다는 욕구 또한 크기 때문에 힘든 티를 잘 안 내는 편이다. 따라서 힘든 티가 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아주 심하게 힘든 상황일 수 있다고 한다. 완벽이라는 불가능한 목표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 삶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참고자료

(Feb 6, 2019). Perfectionists become more neurotic and less conscientious as time passes. PsyPost. https://www.psypost.org/2019/02/perfectionists-become-more-neurotic-and-less-conscientious-as-time-passes-53093
Smith, M. M., Sherry, S. B., Vidovic, V., Saklofske, D. H., Stoeber, J., & Benoit, A. (2018). Perfectionism and the five-factor model of personality: A meta-analytic review.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088868318814973.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