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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고장난 혈관 대체할 길 열렸다

2019년 01월 30일 14:53
이미지 확대하기(왼쪽부터)이형석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조승우 연세대 생명공학부 교수, 강병준 연세대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 신지수 연세대 생명공학부 박사후연구원은 생체모사 기법을 활용한 인공 혈관 제작 기술을 개발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왼쪽부터)이형석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조승우 연세대 생명공학부 교수, 강병준 연세대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 신지수 연세대 생명공학부 박사후연구원은 생체모사 기법을 활용한 인공 혈관 제작 기술을 개발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국내 연구진이 생체모방 기법을 활용해 인공 혈관을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형석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조승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음파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정렬한 뒤 이를 인공혈관 조직으로 배양해 혈관이 막히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실제 혈관이 막힌 쥐에게 인공혈관을 이식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혈관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등 몸속 물질이 순환하는 통로다. 혈관이 막히거나 제 기능을 못하면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아 심근경색이나 말초혈관질환 등 심각한 질환에 걸린다. 최악의 경우 조직이 썩는 괴사까지 일어난다.

 

최근 자연적으로 회복이 어려운 체내 혈관을 대체하기 위해 줄기세포로 인공혈관 조직을 배양해 이식하려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줄기세포를 혈관 조직으로 배양할 때 이식할 곳에 필요한 형상으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내 혈관은 몸 속 위치에 따라 어디로 피를 공급할지 방향을 갖고 자란다. 반면 인공혈관 조직을 배양할 때 줄기세포는 단순히 생체이식용 젤 속에 무작위로 섞어 놓는 방식이라 혈관으로 분화해도 방향성을 갖지 않고 자란다. 신체에 이식했을 때 원하는 방향으로 혈관을 형성하게 만들기 어렵다 보니 이식할 경우 몸속 혈관과의 연결성도 떨어진다. 세포가 모여야 혈관을 튼튼하게 형성해 혈액이 새어나가지 않는데 무작위로 섞어 배양할 경우 모여있는 세포의 수 자체가 부족해져 혈관 벽이 헐거워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미지 확대하기연구팀이 개발한 음파 기반 세포 정렬 기술 모식도. 한국연구재단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음파 기반 세포 정렬 기술 모식도. 한국연구재단 제공

생체 구조를 그대로 본뜨는 방식인 ‘생체모방’ 기법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로 쓰였다. 연구팀은 실제 혈관의 구조를 모사하기 위해 음파를 이용해 혈관내피세포와 지방유래줄기세포를 일렬로 배열했다. 음파는 세포가 담긴 고분자 하이드로젤 유체 속으로 전달되며 유체 안에 압력 구배를 형성한다. 음파를 받은 유체 속은 파도를 위에서 바라본 것처럼 압력이 높고 낮은 부분이 생긴다. 유체 속 줄기세포는 이 파도를 따라 압력이 낮은 곳으로 모인다. 이 유체를 굳혀 하이드로젤로 만들면 줄기세포의 위치가 정렬된 채로 고정된 이식용 조직이 만들어진다.

 

조직의 혈관 형성 정도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정렬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을 배양해 비교했다. 실험실에서 조직을 배양한 지 7일이 지나자 줄기세포를 정렬한 조직은 한 방향으로 혈관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였다. 혈관도 10배 이상 잘 형성됐다. 정렬 배양한 조직은 무작위로 배양한 조직에 비해 혈관의 형성을 유도하는 단백질인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의 분비량이 10배 이상 많았다.

 

이미지 확대하기세포를 정렬한 채 배양한 조직을 쥐에게 이식했더니 1주일만에 혈관이 방향성을 갖고 자랐다.(왼쪽) 4주 후에는 하지허혈 모델 쥐에서 회복 효과도 보였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세포를 정렬한 채 배양한 조직을 쥐에게 이식했더니 1주일만에 혈관이 방향성을 갖고 자랐다.(왼쪽) 4주 후에는 하지허혈 모델 쥐에서 회복 효과도 보였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연구팀은 실제 혈관이 막혔을 때 치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쥐의 다리에 피를 통하지 않게 해 하지허혈 동물 모델을 만들었다. 동맥이 손상된 조직에 세포 정렬이 되어 배양한 인공혈관 조직을 이식하자 1주일 만에 정렬된 혈관을 만들며 주변 혈관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미세혈류계측기로 다리에 흐르는 혈류량을 측정해보니 4주 후에는 정상 다리와 비교해 평균 72.8%까지 혈류량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리가 괴사한 쥐는 하나도 없었다.

 

반면 무작위로 세포를 배양한 조직을 이식받은 쥐의 경우 혈류량 회복률은 42%에 머물렀다. 아무것도 이식하지 않았을 때 회복률인 31%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작위 배양 조직을 이식받은 쥐들 중 다리에 괴사나 손상이 일어난 쥐의 비율은 60%가 넘었다.

 

연구팀은 다양한 정렬 형태를 삼차원 조직에 심을 수 있어 신체 내 장기 구조를 본뜬 인공 조직을 제작하는 데 이 기술이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형석 교수는 “음파를 이용해 인공혈관을 제작하면 기존 생체모사 기술보다도 더 정교하게 신체 속 구조를 본뜰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우 교수는 “다양한 조직이나 장기를 만들어 환자에게 이식해 치료하거나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을 테스트하기 위한 조직을 배양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는 강병준 연세대 기계공학부 박사과정생과 신지수 연세대 생명공학부 박사후연구원이 공동 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이미지 확대하기연구팀이 제작한 인공혈관 조직을 떼어내는 모습. 강병준 제공
연구팀이 제작한 인공혈관 조직을 떼어내는 모습. 강병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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