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팀이 최초로 고강도 초음파로 연조직을 제거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외과수술 없이도 초음파를 칼날처럼 사용해 원하는 세포만 제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박기주 바이오닉스연구단 박사후연구원과 김형민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강력한 초음파 영역에서 발생하는 음향 공동현상(acoustic cavitation)을 예측하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해, 고강도초음파로 연조직을 제거하는 메커니즘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음향 공동현상은 액체 내 압력이 달라질 때 기포가 진동하거나 터지는 현상이다.
고강도 초음파는 압력 세기가 대기압의 수백 배인 수십 메가파스칼(MPa)이나 돼, 초점 부위의 온도를 1000분의 1초만에 끓는점까지 올릴 수 있다. 이때 초점에서 발생한 수증기 기포의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주변 세포 조직을 물리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의료에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종양을 제거하는 등 기술을 실제 사용하려면 수증기 기포의 운동을 완벽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강력한 초음파를 쏴 끓는점에 도달했을 때 수증기 기포가 어떻게 운동하는지, 이로 인해 주변 세포 조직이 얼마나 변형되는지 예측하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다. 또한 인체조직를 모사한 겔에 강력한 초음파를 쏴 음향 공동현상이 일어나는 과정을 초고속카메라로 촬영했다. 연구팀은 수학적 모델로 예측한 값과 초고속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를 동일조건에서 비교분석해 정확도를 검증했다.
그 결과 기포의 운동으로 발생하는 강도는 연조직을 파괴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만 혈관을 파괴시키기에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포의 운동 변화와 강도를 조절하면 주변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종양 등 원하는 연조직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기주 박사후연구원는 “이번 연구는 초음파를 이용한 연조직 제거 메커니즘을 학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라며 "수학적 모델링 기법으로 최적화된 초음파 조사 조건을 찾으면 외과적 수술 없이도 종양 및 특정 세포만을 선택해 제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민 선임연구원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향후 항암면역치료와 세포이식술 분야 등에도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초음파음향화학'(Ultrasonics Sonochemistry)' 3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