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토크] 면역항암제는 암 정복에 장밋빛 미래일까

2019.01.20 08:00
3세대 항암제 치료에서 이용되는 인체 속 T세포. 미국국립보건원 국립알레르기및감염병연구소
3세대 항암제 치료에서 이용되는 인체 속 T세포. 미국국립보건원 국립알레르기및감염병연구소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디딤돌을 놓은 과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제임스 앨리슨(James P Allison) 미국 텍사스 MD앤더슨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本庶佑) 일본 교토대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암세포가 인체 내에서 자신을 숨기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 ‘CTLA-4’와 ‘PD-1’을 차단시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면역체계를 처음으로 알아냈다. 혼조 다스쿠 교수는 1992년 PD-1 단백질을 발견했고, 제임스 앨리슨 교수는 1996년 CTLA-4 차단을 통한 암세포 제거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들의 연구결과가 공개된 지 20여년이 지난 현재 ‘면역관문억제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일본 오노약품공업이 공동개발한 ‘여보이’(2011년 승인)와 ‘옵디보’(2014년 승인), 머크(MSD)가 개발한 ‘키트루다’(2015년 승인)가 잇따라 나왔다. 미국에서는 2015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국내에서는 지난해 김한길 의원이 면역항암제로 암을 완치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들 면역항암제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면역항암제가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법인 사실은 분명하지만 암을 정복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말한다. 면역항암제 효과가 큰 환자 비중이 아직 크지 않고 1, 2세대 항암제와는 다른 심각한 부작용도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영진 상계백병원 암센터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좋은 장점들이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활성화한 면역세포가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부작용 사례가 일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특정 단백질로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도 공격하는 부작용을 해결하려는 연구결과를 비롯해 많은 환자들에게 효과를 보인 면역항암제 임상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면역항암제가 여전히 매력적인 암 치료법이기 때문에 면역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의미있는 연구다. 

 

● 폭발적 성장 면역항암제 시장...“아직 모르는 게 더 많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연구결과를 이용한 면역항암제가 2011년부터 나오기 시작하면서 면역항암제 시장은 수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옵디보’의 2017년 매출은 49억4800만달러(약 5조5000억원)에 달한다. 2016년에 비해 31.1% 늘어난 수치다. ‘키트루다’의 2017년 매출은 38억900만달러(약 4조2700억원)이다. 

 

면역항암제 시장 성장세는 2019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 발표에 따르면 키트루다는 올해 약 91억7000만달러, 옵디보가 약 78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2년 전과 비교해 2~3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1세대 화학요법항암제와 2세대 표적항암제는 한계가 있었다. 1세대의 경우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2세대는 암세포만 집중 공격하지만 효과가 있는 암 질환이 제한적인 데다가 암세포가 항암제에 내성이 생기는 게 한계였다. 

 

3세대인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와는 기전 자체가 다르다. 1, 2세대 항암제처럼 약물이 직접 암세포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몸에 있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다. 현재 암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면역관문억제제로 통한다. 

면역항암제 치료방법. 암세포는 체내 면역체계를 피해 증식한다.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 면역세포인 T세포와 결합해 T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린다(왼쪽). 그런데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면 이런 결합이 억제된다. T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암세포를 파괴한다(오른쪽). 과학동아(일러스트 정은우)
면역항암제 치료방법. 암세포는 체내 면역체계를 피해 증식한다.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 면역세포인 T세포와 결합해 T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린다(왼쪽). 그런데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면 이런 결합이 억제된다. T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암세포를 파괴한다(오른쪽). 과학동아(일러스트 정은우)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균, 암세포 등을 공격하는 면역세포 중 대표적인 게 T세포다. 이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하면 류머티스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한 PD-1이라는 단백질이 T세포 표면에 붙어 있다. 일종의 제동장치인 셈이다. 그런데 PD-1이라는 단백질은 PD-L1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하며 T세포의 활동을 억제시키는 특성이 있다. PD-L1 단백질은 암세포 표면에도 존재한다. 암세포의 PD-L1과 T세포의 PD-1이 결합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CTLA-4라는 단백질도 PD-1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이들 단백질은 결국 암세포가 자신을 숨기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인 셈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이처럼 암세포가 자신을 숨기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 작용을 차단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다.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면역관문’에서 약해진 면역세포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면역항암제의 효과는 드라마틱하다.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보는 환자들도 있고, 효과가 없는 환자들도 있다. 유영진 교수는 “1, 2세대 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있다”며 “보통 기존 항암제는 3~4개월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지는데, 면역항암제는 효과가 1~2년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효과가 1~2년간 지속되는 환자는 10~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어떤 환자가 면역항암제 효과가 좋은지 아직 불분명하다. 암 환자마다 PD-1이나 CTLA-4 단백질이 발현되는 정도가 다르다. 이들 단백질이 많이 발현된다고 효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자가면역질환처럼 과도하게 활성화한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부작용 사례도 심심찮게 나온다. 지속적인 임상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 부작용 없는 면역세포 활성화 단백질에 생존율 높인 면역관문억제제까지

 

과학자들과 제약업계 연구자들은 최근 면역관문억제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부작용이 없는 면역세포 활성화 단백질을 설계하는 연구나 생존율을 대폭 높인 임상연구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1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면역효과를 강화하는 동시에 부작용을 없앤 ‘인터루킨(IL)-2’ 단백질 설계에 성공했다는 연구가 실렸다. 인터루킨-2 단백질은 면역시스템을 조절하는 물질이다. T세포를 활성화시켜 T세포의 암세포 공격 능력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IL-2 단백질로 인해 과도하게 면역세포가 활성화하면 멀쩡한 세포를 공격할 부작용이 있다. 단백질이 인체에 남아있는 수명이 짧다는 것도 문제였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실바 만자노(Silva Manzano) 교수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면역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을 없앤 IL-2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동물 실험 결과 암세포 억제와 부작용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는 실바 만자노 교수는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IL-2 단백질을 이용해 신장암과 피부암을 치료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다양한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번에 설계한 IL-2 단백질은 안전하고 효과가 큰 면역항암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에서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중인 면역항암제 ‘임핀지’의 폐암 환자 임상3상 연구결과, 환자 생존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나 전세계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 713명이 참여한 임상3상 연구에서 임핀지를 투여한 환자의 사망 위험을 32%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24개월 생존 기간도 임핀지를 투여한 폐암 환자의 경우 66.3%에 달했다. 

 

당시 학회에서 임상연구 성과를 발표한 산제이 포팻 영국 로얄마스덴병원 박사는 “말기 폐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면역항암제 임상 연구 성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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