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쌍둥이부터 사라져가는 현대 문화유산까지
NYT 선정 과학 사건 10선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난 쌍둥이, 재현에 실패한 유명 심리학 실험들, 역사적인 달 착륙 우주인의 우주복의 손상 사고가 올해 교훈을 준 과학 사건으로 선정됐다. 뉴욕타임즈는 한 해를 정리하며 올 한해 다시 떠올려볼 만한 과학 사건 10개를 꼽았다.
①유전자 편집 아기 탄생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기대 교수는 11월 유전자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편집한 쌍둥이가 태어났다고 발표해 세계 과학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최초로 유전자를 편집한 사람이 태어난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능과 외모, 육체 능력까지도 유전자 편집으로 바꿀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쌍둥이가 건강문제에 빠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유전자 편집 아기 탄생은 의료 윤리와 안전을 철저히 지키던 다른 연구들의 정당성을 위태롭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② 뉴욕 마천루 숲속에서 발견된 빙하 흔적
인간이 개발한 도시 한복판에서 초기 지구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올해 미국 뉴욕 맨해튼의 마천루 한복판에서는 수백만년에 걸쳐 빙하가 흐르며 남긴 흔적이 바위에서 발견됐다. 박물관 유리 속 전시물을 보듯 뉴욕 빌딩에서 빙하기의 흔적을 내려다볼 수 있는 셈이다.
③개미의 효율성의 비밀은 게으름
개미는 터널을 팔 때 집단 중 30%의 개미가 70%의 일을 처리해 막힘 없이 터널을 판다. 병목 현상을 막기 위한 최대의 효율을 찾아낸 것이다.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개미가 많이 투입될수록 효율이 떨어진다는 걸 발견했다. 직장에서 이 원리를 적용할지는 각자(혹은 상사)의 선택에 달렸다.
④우리 몸엔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른다
인류의 조상이 남긴 유산에는 배울 게 많다.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분석해 수십만 년 전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친척 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이종교배했음을 알아냈다. 지금은 유라시아인이라면 누구든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 이종교배에서 호모 사피엔스에게 인플루엔자, 헤르페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같은 바이러스가 전달됐다. 하지만 이 병을 이겨내는 저항력도 함께 같이 줬다.
⑤ 식물은 가만히 서있는 것은 아니다
식물이 가만히 있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겉은 고요하지만 속은 복잡하다. 과학자들은 식물이 외부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화학물질 통신 시스템을 시각화했다. 화학물질은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식물이 위협에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식물은 마취 가스에 기절하기도 한다. 열대 우림 속 식물은 과일에 특정 동물에게 씨앗을 퍼트리라는 메시지를 과일에 담아놓기도 한다.
⑥범죄와의 전쟁을 위한 새 도구
DNA는 미제사건 해결의 열쇠지만 동시에 윤리적 문제도 낳았다. 미국에선 DNA 분석으로 미제사건이었던 연쇄살인범 ‘골든스테이트 킬러’를 잡았다. 자신의 DNA 조상을 알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인 ‘GED매치’에서 범죄자의 사촌 DNA를 찾아내 범죄자를 잡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DNA 검사를 한 적 없어도 자신의 DNA가 사촌들의 DNA를 통해 식별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⑦끊이지 않는 야생동물 밀렵과 불법 매매
야생동물 밀매에 가담한 조직원들이 잡히고 있으나 코뿔소와 코끼리 등 멸종위기종의 개체 수는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 불법 밀렵·밀매 조직은 금융범죄 집단과 비슷하게 점조직화돼있고 끊임없이 움직여 수사망을 피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돈세탁 같은 범죄에 맞서는 것처럼 이들과 맞서진 않는다. 코뿔소의 뿔과 상아를 약재로 쓰는 중국도 야생동물 보존에 관한 국제협약을 흔들려는 조짐을 보인다.
⑧멸종 위기 범고래
한 장면에서 전체를 본다. 올해 여름 북서 태평양에서 J35라 불린 범고래는 새끼를 유산하자 그 시체를 메고 3일간을 헤엄쳐 다녔다고 한다. 이 범고래의 비극은 범고래들이 직면한 위험의 한 장면일 뿐이다. 먹을 것은 줄어들고 그들의 거주지는 오가는 선박으로 가득하다. 해양 오염이 범고래를 아프게 할뿐더러 유산도 늘었다. 몇몇 지역에서는 오염만으로 범고래가 멸종할 위기라고 한다.
⑨재현성 떨어지는 심리학 실험들
올해는 과학 연구에서 진실이라 믿었던 건 진실이 아니라는 결과가 유독 많이 제시됐다. 재현성은 우리 과학연구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환경이 인간의 본성을 좌우한다는 스탠포드 감옥 실험, 아이들의 통제력이 미래의 성공으로 연결된다는 마시멜로 실험 등 현대 심리학의 교범 같은 실험들을 재현한 실험에서 과거와 다른 결과들이 나왔다. 실험을 재현하려는 연구가 과학을 검증한다는 측면에서는 가치가 있다. 하지만 연구에서 나온 인간의 본성에 대한 교훈까지는 버릴 필요 없다는 지적이다.
⑩ 오래돼 낡아서 부서진 아폴로우주인 우주복
수많은 현대 문화유산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현대를 상징하는 소재인 플라스틱이 생각지 못한 문제를 던져주었다. 사람들은 플라스틱은 영원히 남아 지구를 가득 채울 거라 믿지만 결국 플라스틱은 분해돼 없어지는 물질이다. 달에 갈 때 입고간 우주복이나 첫 번째 인공심장, 현대의 예술 조각들처럼 남겨야 할 플라스틱 유산들이 수십 년 내로 모두 없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