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발생 과정 동영상처럼 보는 기술, 올해 최고 과학 성과

2018.12.21 08:17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독자들이 꼽은 2018년 가장 중요한 과학 뉴스 세 가지가 발표됐다. 왼쪽은 실험동물로 쓰이는 작은 어류 제브라피시 배아를 24시간 키운 뒤 공초점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으로, 올해 이 세포 하나하나를 배아 초기부터 시간별로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이 올해의 과학 뉴스 1위로 꼽혔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독자들이 꼽은 2018년 가장 중요한 과학 뉴스 세 가지가 발표됐다. 왼쪽은 실험동물로 쓰이는 작은 어류 제브라피시 배아를 24시간 키운 뒤 공초점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으로, 올해 이 세포 하나하나를 배아 초기부터 시간별로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이 올해의 과학 뉴스 1위로 꼽혔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전 세계 과학계 사람들은 올해 과학계를 혁신한 최고의 연구 성과로 배아의 발생 과정을 시간대별로 세포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을 꼽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처음 시판 허가를 받은 새로운 종류의 유전자 치료약인 ‘RNA 간섭 약물’과 먼 우주의 불가사의한 천체로부터 온 미지의 유령입자 검출 소식이 뒤를 이었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를 발간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12월 5~12일 일주일에 걸쳐 전 세계 과학기술인 1만2000명 이상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AAAS는 그 결과와 사이언스 편집진의 평가를 종합해 ‘올해 과학계를 혁신한 10대 과학 뉴스’를 선정해 20일 발표했다. 

 

1위로 꼽힌 배아 세포 발생 추적 기술은 하나의 배아 세포가 복잡한 발생 과정을 거치며 조직과 기관을 형성하는 모습을 마치 동영상처럼 시시각각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다. 대니얼 왜그너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원팀은 인간과 유전자가 70% 같은 모델 동물인 제브라피시를 이용해 1개의 배아 세포가 24시간 동안 다양한 유형의 세포로 발생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DNA로부터 단백질을 만들 때 중간에 정보를 복사해 전해주는 ‘전사’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전물질(전령 RNA) 전체(전사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분석한 세포는 9만2000개가 넘었는데 이 세포의 전사체를 하나하나 정확히 분석하는 ‘단일세포 RNA 염기서열 해독 기술’과 정교한 유전자 교정 도구인 ‘크리스퍼’를 동시에 이용해 시간대별 세포 발생 상황을 지도처럼 그려냈다. 배아 단계에서 발생하는 희귀병 등을 연구할 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독자들이 꼽은 2018년 가장 중요한 과학 뉴스 2위(가운데)는 희귀 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RNA 간섭 약’의 첫 판매 승인이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독자들이 꼽은 2018년 가장 중요한 과학 뉴스 2위(가운데)는 희귀 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RNA 간섭 약’의 첫 판매 승인이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2위를 차지한 RNA 간섭 약물은 세포가 DNA 기능을 조절하는 기초 연구가 20년 만에 의약에 활용된 사례다. RNA 간섭은 아주 짧은 RNA 조각이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차단해 암 같은 질병을 억제하는 작용을 의미한다. 이때의 짧은 RNA 조각을 간섭RNA(RNAi)라고 한다. 앤드루 파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약학과 교수와 크레이그 멜로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 교수가 1998년 RNA 간섭 현상을 처음 밝혀내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 미국의 제약회사 알닐럼의 연구자들은 RNA 간섭 유전자를 일종의 기름(지질) 주머니로 감싸 간에 전달하는 나노 입자 기술을 개발했다. 이어 임상시험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켜 ‘온파트로’라는 희귀 유전 간질환(hATTR아밀로이드증)을 치료하는 약을 완성해 8월 FDA와 유럽연합으로부터 처음으로 시판 허가를 받았다. 

 

3위는 ‘블레이자(Blazar)'라는 은하핵에서 온 우주 기본 입자 ‘중성미자’ 관측 소식이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의 일부로 현재까지 세 종류가 발견돼 있다. 가벼운 데다 전기적으로 중성이라 관측도 어렵고 특성도 모호해 유령입자라고 불린다. 드물지만 지구에서도 우주에서 지구로 향하는 중성미자를 관측할 수 있는데 우리 은하 바깥이라는 사실만 알 뿐 정확한 발원지를 그동안 몰랐다.

 

3위는 ‘유령입자’ 중성미자의 근원지를 새로 밝힌 연구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3위는 ‘유령입자’ 중성미자의 근원지를 새로 밝힌 연구다. -사진 제공 사이언스

과학자들은 아문젠-스콧 남극기지의 얼음 아래에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를 짓고 중성미자가 지구의 물질과 부딪힐 때 내는 빛을 감지하는 광센서 5160개를 설치했다. 2017년 9월 22일 중성미자 신호가 감지됐고 그 경로를 조사한 끝에 이 중성미자의 발원지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중성미자는 약 350조㎞ 떨어진 TXS 0506+056이라는 블레이자였다. 블레이자는 중심부에 태양 질량보다 수백만 배 큰 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은하핵으로, 이 블랙홀의 중력이 회전하는 주변 기체를 가열시켜 빛을 내고 빠른 속도로 입자들을 뿜어낸다. 연구팀은 지구를 간혹 찾아오는 고에너지 빛과 중성미자가 바로 블레이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 밖에 2012년 시베리아 동굴에서 발견된 뼈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해독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부모 사이에서 이종 교배로 태어난 소녀였음을 밝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연구, 미국에서 1970, 80년대 일어났던 강간과 살인 미제 사건을 공공 DNA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결국 4월 범인을 체포한 연구, 그린란드 북부 빙하 아래에서 서울의 6분의 1 크기의 거대 운석 충돌구(크레이터) 발견 소식, 한 해 동안 과학계를 뒤흔든 ‘미투’ 등을 10대 뉴스로 꼽았다. 유전자 교정 아기를 처음으로 출생시킨 중국 과학자의 연구는 처음에는 후보에 있었지만 윤리적 문제가 많다는 판단에 최종 10대 뉴스에는 선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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