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와 나노 접목한 새 유전자 진단 기술 나왔다

2018.12.20 08:53
미세유체 채널에 DNA를 흘려보내고, 여기에 자르는 기능을 제거한 유전자가위를 넣어 목표 유전자만을 골라 빛으로 검출하는 기술을 표현한 그림. -사진 제공 서울대 공대
미세유체 채널에 DNA를 흘려보내고, 여기에 자르는 기능을 제거한 유전자가위를 넣어 목표 유전자만을 골라 빛으로 검출하는 기술을 표현한 그림. -사진 제공 서울대 공대

바늘로 몸 안의 시료를 직접 채취하지 않고도 목표한 유전자를 정확히 찾아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진단법을 국내 연구팀이 개발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김성재 교수와 최지혜·정의환 연구원,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단장, 이효민 제주대 샘영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최근 각광 받는 유전자 교정 기술인 ‘유전자가위’와 나노 크기의 좁은 통로에 유체를 통과시키는 미세유체역학 기술을 결합해, 저렴하면서도 빠른 비침습적 유전자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 15일자에 발표됐다.


현재 유전자 진단 기술에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이라는 화학, 생명과학 기술을 이용한다. PCR로 유전자를 복제해 증폭한 뒤 검출한다. 짚더미에서 바퀴벌레를 찾는다고 해보자. 그냥은 찾기 어렵다. 만약 바퀴벌레의 번식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해 마리수를 늘린다면, 발견 확률이 올라갈 것이다. 목표 DNA도 이런 식으로 수를 늘려 발견 확률을 높인다. 이 방법은 대단히 성공적인 방법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목표로 하는 유전자를 분류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먼저 유전자교정에 가장 널리 쓰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에서 DNA를 자르는 기능을 없앤 크리스퍼 디(d)캐스9’을 만들었다. 원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30억 쌍에 이르는 긴 염기서열로 이뤄진 전체 DNA에서 목표로 하는 DNA를 대단히 높은 정확도로 찾아 자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여기에서 자르는 기능만 없앤 크리스퍼 디캐스9은 목표 유전자에 붙어 복합체를 형성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어 아주 좁고 긴 미세한 통로에 유체를 흘려보내는 '미세유체 채널'을 만들었다. 이 채널에 필터(나노다공성막)를 넣고 유체를 흘려준 뒤 전기를 흘려주면, 필터 안 일부 공간에 이온이 몰리면서 이온이 부족해진 영역이 생겨난다. 이 영역에는 강한 전기장이 형성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을 ‘이온농도분극현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장은 유체 안에 섞인 물질을 표면의 전기적 성질에 따라 각기 다른 힘으로 밀어내는 특징이 있다.


김 교수팀은 이 힘을 정교하게 계산해 수식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목표 유전자에 크리스퍼 디캐스9이 결합했을 때 이 분자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이들 분자를 따로 모은 뒤 빛을 이용해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백혈구 표면의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인 CCR5 유전자를 이 방식으로 검출하는 실험을 통해 실제 검증도 마쳤다.


미세유체 채널은 구조가 간단하고 저렴해 진단 키트로 만들기 좋은 기술이다. 현장에서 급히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하는 진단기술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해 혈액암을 진단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며 “비침습적 개인 맞춤의학진단 기술 발전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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