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1300여 명 “과기계 적폐 PBS 폐지해달라” 文대통령에 서한

2018.12.12 19:27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자모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 연총 ETRI 연구자모임 제공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자모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 연총 ETRI 연구자모임 제공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1300여 명이 출연연을 옥죄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폐지하라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성명서를 전달하겠다”며 서한을 보내 면담을 요청했다.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연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자모임은 12일 국가 연구개발(R&D) 혁신방안에 대한 요구를 담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단기성과 중심의 과도한 경쟁을 부르는 PBS는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출연연과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과학기술계 적폐”라며 “정부는 20년 넘게 과학기술계를 황폐화시킨 PBS 제도를 속히 폐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ETRI 전 직원(2222명)의 절반이 넘는 1345명이 공동성명서에 서명했다.

 

PBS는 출연연 연구책임자가 연구실 인건비 중 일부만 정부 출연금을 통해 지원받고, 나머지는 직접 외부기관으로부터 연구과제를 수주해 충당해야 하는 제도다. 경쟁을 통해 연구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상은 연구자들이 연구가 아닌 생계형 연구과제·연구비 수주에 매달리게 만들어 1996년 도입 이래 꾸준히 비판을 받아 왔다. 현재 25개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 연구자들의 인건비 중 정부 출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53% 정도다. 절반가량을 연구과제 수주로 채워야 하는 셈이다.

 

연총 ETRI 연구자모임은 △현행 PBS 폐지 △과학기술 전문가 주도의 국가 R&D 시스템 구축 △ETRI 정부 출연금 비율 70% 이상으로 확대 △자율과 책임의 연구환경 보장 등 4가지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PBS 근본개편 태스크포스팀(TFT)’ 주도로 마련된 정부 안에 대한 현장 연구자들의 실망이 매우 크다”며 “제안이 국가 과학기술정책에 꼭 반영될 수 있도록 대표단이 대통령께 연구자들의 의견과 성명서 내용을 직접 전달해드리고자 면담을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정부 주도의 국가 R&D 혁신 방안은 과도한 관료적 통제 및 간섭으로 귀결돼 오히려 출연연의 연구역량을 추락시키고 연구 환경을 황폐화시켰다”며 “문재인 정부가 제시하는 혁신방안 역시 PBS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엽적인 미봉책으로 역대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R&D 혁신은 ‘연구자 스스로가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연구에 매진한다’는 R&D 본연의 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며 “과학기술 전문가 집단이 국가의 과학기술정책을 수립하고 R&D 예산을 편성·배분·조정하며 R&D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연총 ETRI 연구자모임은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정보통신기술을 선도해야 할 ETRI는 PBS 폐해로 인해 ‘이게 연구소냐?’라는 참담함을 토로할 정도로 위기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ETRI의 정부출연금 비율은 25개 출연연 가운데 압도적인 최하위로 이를 7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연구자에게는 기본연구비를, 기관에는 고유사업비를 보장하고 연구현장의 자율성 확대와 책임성 강화를 위해 평의원회 구성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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