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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가성비 국산 ‘로봇의족’ 개발했어도 “살 사람 없네”…보조금 13년째 동결

2018년 12월 12일 15:23

기계硏 독자 개발…내년 3월 출시 예정
해외제품 4분의 1 가격에 세계최고 성능 
정부 보조금은 13년째 제자리
제품가격 10분의 1도 안돼

 


2015년 8월 4일 비무장지대(DMZ)는 북한이 매설해 둔 목함지뢰가 폭발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김정원 중사(28)는 앞서 지뢰를 밟아 부상을 당한 동료의 하체를 손으로 받쳐 나오다 또 다른 지뢰를 밟아 결국 오른쪽 발목을 절단해야 했다. 이후 김 중사는 DMZ 작전에 투입됐던 1사단 수색대대를 떠나 학군단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이제 그는 내년 군 부대 복귀를 앞두고 있다.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김진곤 씨(49)는 4년 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 후 몇 개월 뒤 의족을 끼고 절뚝거리며 다시 강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오래 서 있으면 허리와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고 상처도 자주 났다. 그렇게 3년이 흐른 지금 김 씨는 “내년 봄부터는 학생들과 등산도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최근 모터로 작동하는 ‘맞춤형 스마트 로봇의족’을 착용하면서 삶이 훨씬 풍족해졌다. 우현수 한국기계연구원 의료지원로봇연구실장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 로봇의족은 다리 모형에 지나지 않았던 기존 수동의족과 달리 모터 힘으로 노면 등 주변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발목을 움직여 주고 지면에서 발을 뗄 때도 땅을 차고 발을 밀어준다.

 

로봇의족을 착용한 사람은 일반인들처럼 자연스럽게 걷거나 언덕, 계단 등을 연속해 오르내릴 수 있다. 또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돼 걸음걸이 습관이나 신체적 특징 등에 최적화할 수 있다. 사고나 암 등으로 다리를 절단한 국내 환자들이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 실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5~6년 전부터 스마트 로봇의족이 실용화 됐지만 대당 1억 원 수준의 비싼 가격 탓에 국내에는 단 한 대도 보급되지 못했는데,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현재는 판매 승인 절차 중 배터리 인증만 남아 있는 상태로 내년 3월부터는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난해 4월 개발한 시제품을 바탕으로 최근 연구소기업 ‘오대’를 설립하고 상용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이미지 확대하기4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교사 김진곤 씨(49)가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 로봇의족을 착용하고 언덕을 오르고 있다. 수동의족은 발목이 90도 각도로 고정돼 있는 반면 로봇의족은 노면 등 주변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발목이 움직여 자연스럽게 언덕이나 계단 등을 오르내릴 수 있다. - 과천=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4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교사 김진곤 씨(49)가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 로봇의족을 착용하고 언덕을 오르고 있다. 수동의족은 발목이 90도 각도로 고정돼 있는 반면 로봇의족은 노면 등 주변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발목이 움직여 자연스럽게 언덕이나 계단 등을 오르내릴 수 있다. - 과천=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 최대 4시간 사용, 보조 배터리로 교체 가능…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히 조작

 

상용제품의 무게는 1㎏다. 앞서 개발된 시제품보다 0.45㎏ 가볍다. 우 실장은 “제품 가격은 2000만~3000만 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8000만~1억 원에 이르는 해외 제품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땅을 차고 발을 밀어 주는 힘은 세계 최고 제품과 동일한 수준인 150N·m(토크)까지 구현했다.

 

특히 앞단에 보조 스프링이 추가되면서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도 수동모드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 번 충전하면 배터리 교환 없이 최대 4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다. 필요할 경우에는 여분 배터리로 교체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바지를 걷어올리지 않고도 간단한 조작으로 자동·수동 모드를 전환하거나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지 확대하기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 로봇의족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자동·수동 모드를 손쉽게 전환하거나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 과천=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 로봇의족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자동·수동 모드를 손쉽게 전환하거나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 과천=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연구진은 김정원 중사와 김진곤 씨에게 첫 상용제품을 기증하기로 했다. 김 씨는 주치의의 권유로 2015년 초기 단계부터 착용 시 성능 검증 등 스마트 로봇의족 개발 과정에 참여해 왔다. 현재까지 김 씨와 김 중사를 비롯해 11년 전 골수염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50세 여성, 2년 전 교통사고로 양 다리를 절단한 59세 남성과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절단한 26세 남성 등 총 5명이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김 씨는 10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이 로봇의족을 신고 언덕과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의 시연을 했다. 그는 “수동의족은 발과 다리의 각도가 90도로 고정돼 있고 무게가 무거워 걸을 때 엉덩이, 허리 등에 무리가 많이 갔다”며 “계단을 오를 때도 한 계단씩 자세를 바꾸면서 가야 했고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은 넘어질 수 있어 사실상 다니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마트 로봇의족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걸어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달리거나 제자리에서 뜀박질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 실장은 “실제 환자들을 통해 얻은 데이터 덕분에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었다”며 “울퉁불퉁한 자갈밭을 제외하면 일반인과 동일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하기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맞춤형 스마트 로봇의족’. 수동의족과 달리 로봇이 자동으로 노면 등 주변환경에 맞게 발목을 제어해 준다. 수동의족은 발과 다리의 각도가 90도로 고정돼 있지만, 로봇의족은 자연스럽게 각도를 바꿔 땅에 발을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있다. - 과천=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맞춤형 스마트 로봇의족’. 수동의족과 달리 로봇이 자동으로 노면 등 주변환경에 맞게 발목을 제어해 준다. 수동의족은 발과 다리의 각도가 90도로 고정돼 있지만, 로봇의족은 자연스럽게 각도를 바꿔 땅에 발을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있다. - 과천=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 13년째 동결된 보조금, 제품가의 10% 미만…美·日 등은 80~90% 정부가 지원

 

김 씨는 “수동의족을 착용하고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는 너무 위험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하지절단 장애인은 2만7000여 명에 이른다. 상지절단 장애인은 이보다 더 많은 12만4000여 명이다.

 

로봇 의족이 실제 장애인에게 보급되려면 여전히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의족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1999년 10월부터 의지보조기로 분류돼 건강보험을 통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그 금액이 최대 200만 원으로 로봇의족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의족 보조금은 2005년 한 차례 인상된 이후 13년째 동결됐다. 해외 로봇의족 가격의 50분의 1, 국산 제품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현재 장애인 복지법은 아직까지 로봇의족에 대한 규정조차 반영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관련 제도도 매년 개정하고 있다. 미국은 ‘메디케어’라는 의료보험제도를 통해 의지보조기를 지원한다. 65세 이상의 노인과 장애인이 대상이다. 미국은 해당 품목별 시중 평균가를 참고해 매년 기준액을 정하고 이 금액의 80%를 지원한다. 일본의 경우 후생노동성에서 물가상승지수와 경제정책을 고려해 보조금 기준액을 매년 조금씩 상향 조정한다. 기준액의 90%를 정부가 지원하고, 본인은 10%만 부담하면 된다. 적용 품목에 대해서도 2006년부터 8차례에 걸쳐 개정하는 등 새로운 제품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 실장은 “아직까지는 로봇의족을 따로 분류하고 있지 않은데, 일반 의족과 고가의 로봇의족 보조금을 달리 책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며 “자선단체와의 협력 등을 통해 로봇의족을 보급하는 방안도 자체적으로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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