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백질 구조예측 AI세계 수준급…구글 참가 대회서 맹활약

2018.12.10 22:37
서울대 화학부팀에서 정확하게 예측한 단백질 복합체 구조 세 개. 보라색 예측 구조가 노란색 실험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사진 제공 서울대
서울대 화학부팀에서 정확하게 예측한 단백질 복합체 구조 세 개. 보라색 예측 구조가 노란색 실험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사진 제공 서울대

북한 과학자들이 전세계 200여 팀이 참가하는 단백질 구조 예측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한 종목에서 1위를 차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표하는 일이 드문 북한 과학자들이 대회에 출전하고, 분야 1위까지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0일 서울대에 따르면, 북한 과학자 팀은 이달 1~4일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된 ‘제13차 단백질 구조예측기술 평가대회(CASP 13)’에 출전해 한 세부 분야에서 50여 개 팀을 이기고 1위를 차지했다. CASP는 생체 안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컴퓨터를 이용해 예측하는 기술을 겨루는 국제대회로, 1994년부터 2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대회 방식은 간단하다. CASP조직위원회가 5월부터 매일 2~3개씩 구조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단백질을 ‘문제’로 출제한다. 참가자는 이를 순수한 컴퓨터 모델 기술(서버 분야) 또는 사람의 해석을 가미한 기술(휴먼 분야)로 풀어 구조를 예측한 뒤 대회 조직위원회에 보낸다. 조직위는 10월, ‘정답’인 실제 구조와 참가자의 데이터를 비교해 가장 비슷한 구조를 많이 제안한 팀을 우승자로 선정한다. 비유하자면, 범인을 찾기 위해 범인의 얼굴(몽타주)을 그려 출품하는 대회와 비슷하다. 나중에 범인을 잡은 뒤 실제 얼굴과 출품된 몽타주를 서로 비교해, 가장 비슷한 얼굴을 그린 사람이 우승하는 식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은 패널 또는 토론자로 그 해 CASP에 초청돼 성과를 발표할 수 있다. 


북한은 대회 7개 주요 종목 중 하나인 ‘구조평가’ 종목에 출전했다. 이 종목은 다시 전체구조평가와 부분구조평가라는 두 개의 세부 분야로 나뉘는데, 북한은 부분구조평가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북한이 이 대회에 참여한 것도, 수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CASP  구조평가 분야 심사위원을 맡았던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이 분야는 기존에 만들어진 구조 예측 모델을 평가하는 분야로, (모델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대회 진입이 쉬운 편이지만, 이 분야를 잘 하는 팀이 결국 구조 예측도 잘 할 수 있어 중요성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보내온 논문 초록을 보면, 북한 팀은 새로운 기술을 쓰지는 않았지만 기본을 충실히 활용해 1위를 차지했다”며 “심사는 팀 이름을 가린 채 해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누가 1위인지 몰랐는데, 결과를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북한 팀은 우수한 성과로 대회 패널로 초청까지 받았으나, 일정상의 이유로 참가는 하지 않아 남북 구조생물학자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구조평가 분야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대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구조평가 분야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대

이 대회는 북한이 뛰어난 성과를 낸 것 외에도 다양한 화제를 모았다. 가장 큰 화제는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가 새롭게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폴드’였다. 알파폴드는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해 한 종목에서 2위인 미국 연구팀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참고할 만한 비슷한 단백질의 구조 정보가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주어진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종목이다. 


석 교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단백질 구조를 유지하도록 진화했다는 점을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염기서열로 구조를 풀었는데, 비슷한 논문을 1년 전에 쓴 연구팀까지 이기며 1위를 차지했다”며 “놀란 과학자들이 현장에서 토론을 많이 했다. 데이터 학습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이 근본 원리를 중시하는 기초과학 연구에도 핵심적인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것”이라고 평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개 분야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원종훈 서울대 화학부 연구원이 구조정밀화 종목에서 서버(기계예측) 부문 1위, 백민경 서울대 화학부 연구원이 복합체 구조예측 종목에서 휴먼(기계-인간예측) 부문 2위를 차지했다. 구조정밀화는 정보가 부족해 부정확하게 예측된 구조를 더 정확하게 만드는 기술을 겨루는 분야다. 복합체 구조 예측은 단백질이 여러 개 결합해 복합체를 이룰 때 그 구조를 예측하는 종목이다. 두 종목 모두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구조 예측의 미래를 가늠하는 분야로 꼽힌다. 신약 개발과 바이오, 의약 연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밖에 이주용 강원대 교수와 허림 미국 미시건주립대 연구원, 박한범  미국워싱턴대 연구원 등이 초청강연이나 패널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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