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도 넓이도 같은 두 삼각형을 찾아라!

2018.11.25 11:00

세 변의 길이가 모두 정수인 직각삼각형과 이등변삼각형이 둘레와 넓이가 모두 같을 수가 있을까요? 있다면 몇 개나 있을까요? 최근 일본 대학원생들이 삼각형의 성질에 관한 재밌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일러스트 신동민
일러스트 신동민

직각삼각형 하면 많은 사람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떠올릴 겁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가 각각 a, b, c(c가 가장 긴 변)일 때, 그 삼각형이 직각삼각형일 필요충분조건이 a²+b²=c²이라는 거죠. 기원전부터 널리 쓰던 정리라서 다양한 증명 방법이 밝혀져 있습니다. 


증명만큼이나 많이 연구된 건 (a,b,c)=(3,4,5)처럼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가 될 수 있는 세 정수, 일명 ‘피타고라스의 세 수(Pythagorean triple)’를 찾는 겁니다. 바빌로니아 시대(기원전 1800년~기원전 1650년)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점토판, ‘플림톤 322’에도 피타고라스의 세 수가 기록돼 있습니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점토판에 쐐기 모양으로 설형문자를 새겨 기록을 남겼습니다. 숫자는 60진법으로 표기했지요. 플림톤 322에도 60진법으로 기록한 숫자가 줄지어 나타나 있는데요, 처음에는 여기 적힌 숫자의 의미를 전혀 몰랐습니다. 그저 회계 장부가 아니었을까 추측했지요. 더욱이 플림톤 322의 양 끝은 조금씩 떨어져 나가 있어 그 내용을 파악하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플림톤 322의 가치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1922년 당시 미국 외교관이자 골동품 수집가인 에드가 제임스 뱅크스가 플림톤 322를 갖고 있었는데, 미국의 출판사업가인 조지 아서 플림톤이 단돈 10달러에 사들였거든요. 이후에 플림톤이 다른 유물과 함께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 이 점토판을 기부해 현재는 이 대학 도서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3000년 전에도 알았던 피타고라스의 세 수  

 

 

플림톤 322(사진 64쪽 참고)에 적힌 숫자의 비밀이 풀린 건 1945년입니다. 각 줄의 세 번째 칸의 수(a)를 제곱한 값에서 두 번째 칸의 수(b)를 제곱해 뺀 수가 항상 완전제곱수라는 것을 알아낸 겁니다. 즉 a²-b²=z²  =(정수)²를 나타낸 거죠. 예를 들어 첫 줄에 적힌 숫자는 a=169, b=119입니다. a²-b²=169²-119²=28561-14161=14400=120²이 되죠. 


그런데 이는 a²=z²+b²으로 쓸 수 있으니 피타고라스의 세 수를 찾은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수를 잘못 적은 곳이 4곳이나 있었습니다. 아마 점토판을 만들 때 원본에서 숫자를 옮겨 적다가 실수한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칸에는 b를 a로 나눈 값의 제곱이 적혀 있어서 삼각함수 중 하나인 시컨트 함수의 제곱(sec²)을 적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 점토판의 정확한 용도나 어떤 식으로 이런 수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고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보다 약 1000년 먼저, 바빌로니아에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렇다면 피타고라스의 세 수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기원전 3세기에 쓰인 ‘에우클레이데스(유클리드)의 원론’에는 피타고라스의 세 수를 만드는 다음과 공식이 적혀 있습니다. 

 


a와 b를 제곱해 더해보면 a²+b²=c²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a, b, c)가 피타고라스의 세 수라면 (ka, kb, kc) 역시 피타고라스의 세 수가 되므로, m>n이 되도록 아무 양의 정수 m, n, k를 잡고 다음과 같이 나타내도 역시 (a, b, c)가 피타고라스의 세 수가 됩니다. 

 


이런 방법으로 모든 가능한 피타고라스의 세 수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피타고라스의 세 수를 찾는 문제는 오랫동안 연구돼 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기에 새로운 내용이 있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게이오대 박사과정생 두 명이 그 상식을 깨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정수론 저널’이라는 수학 학술지에 게재 승인돼 8월 24일 인터넷판으로 공개됐습니다. 


히라카와 요시노수케와 마츠무라 히데키가 해결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처럼 세 변의 길이가 (135, 352, 377)인 직각삼각형과 (132, 366, 366)인 이등변삼각형은 둘레가 864, 넓이가 23760으로 똑같습니다. 

 


이처럼 직각삼각형과 이등변삼각형의 넓이와 둘레의 길이가 동시에 같으면서 각 변이 모두 정수가 되는 경우가 더 있을까요? 물론 이미 같은 도형의 각 변의 길이를 2배, 3배 하면 언제나 넓이와 둘레가 같습니다. 또 이 도형의 각 변에 정수를 곱해도 여전히 둘레와 넓이가 같죠. 그럼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둘레와 넓이가 같은 직각삼각형과 이등변삼각형이 있을까요? 놀랍게도 답은 ‘아니오’입니다. 

 

 

좋은 수학 문제를 발굴하는 방법


연구팀은 6쪽짜리 짧은 논문으로 답을 밝혀냈는데요. 논문도 짧고 질문도 간단하니 아주 기초적인 방법만 써서 증명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논문 마지막 쪽에는 부록으로 두 삼각형 모두 각 변의 길이가 정수고, 각각 세 변의 길이의 최대공약수가 1인 직각삼각형과 이등변삼각형으로는 조건을 만족하는 삼각형 쌍이 없다는 것을 어려운 수학 이론 없이 증명해 놓았습니다. 이 증명을 보면 본래 문제도 고등학생도 알 수 있는 수학만으로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논문은 훨씬 더 어려운 방법으로 증명했습니다. ‘대수기하학’이라는 수학 분야에서 1980년대 이후에 개발된 새로운 기법을 사용했지요. 물론 이런 현대 수학을 사용하지 않고 기초적인 수학만 가지고 풀어도 좋겠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현대 수학의 발전을 통해 이렇게 오래된 수학적 대상에 대해서도 아름다운 답을 줄 수 있다는 거죠. 여러분 중 누군가가 기초적인 수학으로 이 문제를 풀어낸다면 논문으로 출판해도 될 겁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 수학인 것으로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연구는 이 논문처럼 ‘이런 문제를 한번 생각해볼까?’, ‘이 문제를 일반화해볼까?’ 같은 식으로 떠올리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렇게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좋은 문제를 떠올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수학을 연구하는 즐거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필자소개

엄상일 교수. KAIST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KAIST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프이론과 이산수학, 조합적 최적화가 주요 연구 분야입니다. 2012년에는 젊은과학자상(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 회원으로 선정됐습니다.

 

*출처: 수학동아 2018년 11월호 [엄상일 교수의 따끈따끈한 수학]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