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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상식] 암 치료 패러다임 바꾼 면역 항암 치료

2018년 12월 08일 10:25
이미지 확대하기일러스트 정은우
일러스트 정은우

2018년 10월 1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제임스 앨리슨 미국 MD앤더슨암센터 교수와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 면역 반응 억제 조절 기작을 이용해 획기적인 암 치료법을 제안한 암 연구 선구자로서의 업적을 인정한 것이다.

 

많은 암 연구자들은 이들의 수상 소식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수년 전부터 여러 종류의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고,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이 막대한 투자와 연구를 통해 상용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하기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소식 직후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 노벨상위원회 트위터 제공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소식 직후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 노벨상위원회 트위터 제공

특히 필자가 앨리슨 교수와 함께 연구했던 MD앤더슨암센터에서는 그의 수상 소식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올해 드디어 고대하던 축하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서 암 환자들은 앨리슨 교수와 악수를 청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의 발견 덕분에 제가 오늘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세포 찾아 제거

 

암은 DNA의 변화나 돌연변이 때문에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거나 분열해 생기는 일종의 유전적 질병이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달리 외부의 조절 인자들과 무관하게 스스로 생장을 촉진하고, 세포사멸(apoptosis)을 피하며, 비정상적인 세포 주기 조절을 통해 끊임없이 세포 분열을 한다. 또 처음 발생한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전이해 자랄 수 있으며, 우리 몸의 면역계를 피할 수 있다. 

 

초기 암연구자들은 암세포가 ‘끊임없이’ 분열한다는 특징에 착안해 세포 분열 과정을 억제하거나 DNA에 손상을 주는 물질을 이용해 화학적 항암 치료법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런 항암 물질은 골수나 모근 세포와 같은 정상 세포까지 구분 없이 제거해 흔히 항암 치료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백혈구 감소, 탈모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이후 연구자들은 다양한 암세포의 특성, 특히 암세포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효소나 성장 물질을 발견하면서 화학 항암제의 문제점을 보완해 암세포들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를 개발했다. 암세포만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억제하는 ‘글리벡(Gleevec)’과 암세포 특이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항체인 ‘허셉틴(Herceptin)’ 등이 대표적인 표적 항암제다.

 

이미지 확대하기자료 : 노벨상 위원회.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자료 : 노벨상 위원회.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표적 항암제는 백혈구 감소나 탈모와 같은 부작용은 적다. 하지만 암세포는 돌연변이가 흔히 일어나고 다양한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한 가지 표적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기 쉽다. 일단 내성을 갖게 된 암세포는 해당 표적 항암제로 제거할 수 없으므로 암이 쉽게 재발할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면역 항암 치료법이 등장했다. 면역계는 정상 세포를 ‘자기(self)’로, 몸에 침입한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기타 병원체는 ‘비자기(non-self)’로 구분하고 ‘비자기’를 제거해 감염으로 인한 위험 상황을 억제한다. 그렇다면 암세포는 면역계 입장에서 ‘자기’일까 ‘비자기’일까. 면역세포에게 암세포는 제거해야 할 비정상적인 ‘비자기’ 세포다. 그러나 암세포들은 면역세포들을 속여 ‘자기’로 인식하게 하거나, 면역세포를 무력화시켜 면역 반응을 회피해 살아남는다.

 

면역 회피 방법을 발견한 연구자들은 암세포의 면역 회피 기작을 억제하고,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여 암세포를 제거하는 ‘면역 항암 치료법’을 개발했다. 면역 항암제는 화학 항암제나 표적 항암제와는 달리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찾아서 제거하게 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다. 

 

정상 세포까지 제거하는 부작용이 현저히 적고, 암세포의 특정 표적 하나만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므로 내성이 생길 가능성도 낮다. 더욱이 한번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게 교육된 면역세포들이 수년간 우리 몸속에 남아 있어, 한 번의 치료로 10년 이상 지속 효과를 보이며 암이 완치될 수 있다. 이렇게 효과적인 면역 항암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주인공들의 연구 성과 덕분이다.

 

이미지 확대하기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제임스 앨리슨 미국 MD앤더슨암센터 교수. MD앤더슨암센터 제공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제임스 앨리슨 미국 MD앤더슨암센터 교수. MD앤더슨암센터 제공

 

 

CTLA-4 항체, FDA 승인 첫 면역 항암제

 

앨리슨 교수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MD앤더슨암센터에서 면역 항암 치료법을 이용해 암 환자의 완치를 위해 암과 싸우고 있다. 그는 1990년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의 한 연구실에서 ‘CTLA-4’라는 단백질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면역학자들은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여러 단백질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CTLA-4를 이용해 자가면역질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앨리슨 교수는 다른 연구자와 달리 CTLA-4 연구를 암 치료에 활용하고자 했다.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CTLA-4 기능을 억제해 T세포를 활성화하는 CTLA-4 항체를 개발했고, 1994년에는 암을 유발한 실험용 쥐에게 CTLA-4 항체를 주입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주요 제약회사들은 그의 연구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CTLA-4 항체를 인간의 암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고, 마침내 2010년 기념비적인 임상 시험 결과를 얻었다. CTLA-4 항체를 투여 받은 흑색종(피부암의 일종) 말기 환자들의 20~25%가 완치된 것이다.

 

당시 말기 흑색종은 완치 가능성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연구자들조차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운 결과였다. 이를 토대로 2011년 개발된 CTLA-4 항체 치료제(상표명 ‘여보이(Yervoy)’)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항체 면역 항암제가 됐다.

 

 

PD-1 항체, 카터 전 대통령 뇌종양 완치로 유명

 

1992년 일본 교토대에서 T세포를 연구하던 혼조 교수는 ‘PD-1’이라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그는 이후 PD-1이 CTLA-4와 비슷하게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면역 억제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동물 실험을 통해 PD-1의 억제를 통해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추후 PD-1 항체를 이용한 면역 항암 치료의 기반이 됐다.

 

주변 면역세포에 의해 활성화되는 CTLA-4와 달리, PD-1은 주로 암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추후에 ‘PD-L1’이라는 단백질로 밝혀졌으며, PD-L1 항체도 면역 항암 치료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에 의해 억제 기능이 활성화돼 T세포를 비활성화하는 단백질이었다.

 

이미지 확대하기PD-1 항체 치료제 ‘옵디보’(왼쪽)와 CTLA-4 항체 치료제 ‘여보이’(오른쪽). 국내에서는 각각 2016년,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허가를 받았다. 한국오노약품공업·BMS 제공
PD-1 항체 치료제 ‘옵디보’(왼쪽)와 CTLA-4 항체 치료제 ‘여보이’(오른쪽). 국내에서는 각각 2016년,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허가를 받았다. 한국오노약품공업·BMS 제공

PD-1 항체는 이후 다양한 종류의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 재발 없이 완치되고, 한 번의 치료로 항암 효과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등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이를 토대로 2016년 두 가지의 PD-1 항체 치료제(상표명 ‘옵디보(Opdivo)’ ‘키트루다(Keytruda)’)가 FDA의 승인을 받았다. 특히 키트루다는 2016년 치료가 어렵다고 여겨졌던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뇌종양을 완치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암세포 표면 단백질 이용한 항체도 효과적

 

아쉽게도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명단에는 없었지만, 필자는 면역 항암 치료 연구에 크게 이바지한 과학자를 한 명 더 소개하려고 한다. 현재 미국 예일대 의대에서 면역 항암 치료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리핑 첸 교수다.

 

그는 1999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메이요 클리닉의 한 연구실에서 T세포의 활성을 연구하던 중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면역 억제 단백질인 PD-L1을 발견했다. 주로 암세포나 항원표지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PD-L1은 T세포의 PD-1 단백질과 결합해 면역 기능을 억제하는 단백질이다.

 

첸 교수는 PD-L1의 발견을 통해 암세포가 어떻게 우리 몸의 면역계를 회피해 살아남는지 밝히고, PD-L1 항체를 이용한 면역 항암 치료에 관한 연구와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PD-L1 항체 치료 역시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놀라운 치료 효과를 나타냈고, 2016년 FDA는 PD-L1 항체(상표명 ‘티쎈트릭(Tecentriq)’을 암 치료제로 승인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암 치료의 패러다임뿐 아니라 암 환자의 삶을 바꿨다. 앨리슨 교수나 혼조 교수가 그랬듯이, 오늘도 실험실에서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연구에 매진하고 있을 많은 과학자들과 그들의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 줄 미래의 과학자들을 응원한다.

 

 

관련기사 : 과학동아 2018년 11월호 2018 노벨상

 

 

※ 필자소개
임승외 (kangsukki@gmail.com) 미국 퍼듀대 약대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 연구주제는 암세포의 면역 회피기작과 면역 항암치료법이다. 미국 텍사스주 MD앤더슨암센터에서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한 바 있다.  


임승외 미국 퍼듀대 의약화학 및 분자약물학부 교수

limsoe@purdue.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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