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의 단위 시대...생명공학, 초고속통신 혁신 가능할 것”

2018.11.16 23:51
역사적인 결정이 이뤄진 프랑스 베르사유의 국제도량형총회 현장. 베르사유=이정아 기자
역사적인 결정이 이뤄진 프랑스 베르사유의 국제도량형총회 현장. 베르사유=이정아 기자

“이제 국제단위계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인공물 표준이 사라졌습니다. 오늘은 모든 단위가 절대 변치 않는 상수로 정의된 역사적인 현장입니다.” 

 

요아킴 율리히 국제도량형위원회(CIPM) 부의장이 16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제26회 국제도량형위원회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국제단위계(SI)의 7개 기본단위 중 4개 단위에 대한 기준을 바꾸는 회원국들의 최종 투표 결과를 선언한 직후였다. 이날 오후 1시 30분까지 이뤄진 투표에는 회원국 60개국 중 53개국이 참석했고, 만장일치로 단위 기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질량을 나타내는 국제단위인 킬로그램(kg) 등 주요 단위 4가지가 약 130년 만에 새롭게 정의됐다. 이번에 바뀌게 된 단위는 kg을 비롯해, 전류(A‧암페어)와 온도(K‧캘빈), 물질의 양(mol‧몰)을 나타내는 단위 총 4가지다. 기존에 비해 훨씬 정확하고 엄밀한 기준을 갖게 된 셈이다. 

 

특히 킬로그램은 이전까지 ‘르그랑K’로 알려진 국제킬로그램원기(kg 원기)로 정의됐었다. 1889년 1kg을 ‘4℃에서 물 1L의 질량’으로 정의하고, 백금 90%와 이리듐 10%을 합금해 제작한 원통형 원기다. kg 원기는 현재까지 프랑스 국제도량형국(BIPM) 지하 비밀금고에 보관돼 있다. 하지만 kg 원기는 금속이기 때문에 공기에 닿아 산화되거나 이물질이 묻어 질량이 미세하게 바뀔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100년간 머리카락 한 가닥 무게 정도인 약 50㎍(마이크로그램)만큼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총회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미터협약의 정회원국인 60개국 중 53개국 대표들의 투표를 거쳐 ‘kg을 플랑크상수로 재정의’하자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플랑크상수는 양자역학에서 물질의 파동을 나타내는 불변의 상수다. 즉, 입자의 에너지와 물질이 가진 고유의 파동수를 이용해 질량의 기준을 정하는 셈이다. 

 

킬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몰과 암페어, 캘빈도 각각 아보가드로 상수와 기본 전하량, 볼츠만 상수 등 절대 불변의 상수를 이용해 재정의 됐다. 이 단위들은 내년 5월 20일부터 적용된다. 물론 시장에서 고기나 채소 등의 가격을 매기거나 운동선수의 기록을 재는 등 일상생활에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과학계나 산업현장에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투표에 참여한 박상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은 “오늘 단위 4가지를 재정의함으로써 나노과학과 생명공학, 초고속통신 등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르사유=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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