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남북교류에서 과학기술을 뺐나"

2018.11.10 17:25
박효근 서울대 명예교수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북한의 식량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박효근 서울대 명예교수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북한의 식량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정상회담 때 문화, 예술, 체육 인사는 북한에 가도 과학기술계 인사는 한 명도 방문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과학이 배제된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각 분야에서 남북 협력 연구나 교류를 해온 각 분야 과학기술자들이 한목소리로 남북 교류에서의 과기 분야의 소외를 비판하고 나섰다.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개최한 ‘한반도 공동번영을 위한 남북과학기술 협력’ 포럼에서 농업, 과학정책, 지질학, ICT 등 분야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과학기술 교류와 협력 방안을 세워 과기 분야가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선양 건국대 경영대 교수는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을 통해 사회 경제적 발전을 추구한다고 했고, 과학기술의 전당을 2016년 완공했을 때 김정은 국방위워장이 1월 1일 첫 행사로 방문했을 만큼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다”며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의 세계적 제품을 가능하게 한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북한도 협력하고 싶어할 텐데, 정부가 그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정책기획본부장도 “정부의 투자가 있어야 과기 분야 협력이 가능한데, 대북 방문단에 과기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아쉬웠다”며 “하지만 지금은 차분히 준비를 하는 기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 정책 연구자들이 현재 남북 협력에서 과학 분야가 후순위에 밀려 있다고 걱정했다. -윤신영 기자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 정책 연구자들이 현재 남북 협력에서 과학 분야가 후순위에 밀려 있다고 걱정했다. -윤신영 기자

연구자들이 꼽은 대표적인 남북 교류 협력 분야는 농업이다. 기아자가 대거 발생했던 1990년대의 일명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났지만, 여전히 북한의 식량 상황은 열악하다. 박효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북한의 비료 농약 우수종자 등 농자재 공급이 어려워 토지생산성이 남한의 60%에 불과하다”며 “이를 끌어올리는 데 남한 기술자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식량부족의 또다른 원인은 농경지의 절대 부족이다. 산악지가 많기 때문이다. 남한도 비슷하지만, 외화를 통해 이를 벌충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외화가 없어 수입도 없다. 남한은 매년 약 50억 달러로 전체 소비량의 80%에 가까운 곡물 1600만t을 수입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북한은 총 생산량은 남한 자체 생산량에 버금가는 수준임에도 수입이 불가능해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자연재해에도 취약하고 수확 뒤 손실률이 최대 15~20%에 이를 정도로 많다.

 

허성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관은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판단해 보면, 한국의 기술을 투입하면 북한의 식량 생산성을 30% 끌어올리는 게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기술 중심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허 연구관은 “하지만 남한이 일방적으로 베푸는 협력은 지양해야 한다”며 “한국에 들어와 있는 북한 벼 품종 1000여 점을 분석해 보면 남한의 오대쌀보다 생산성이 높은 품종도 있고 유기농, 저항성 측면에서 우수한 점도 보인다. 서로 주고 받는 식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 연구관은 “북한 27개 지역의 36년치 기상 통계를 바탕으로 북한과 기후가 비슷한 곳을 골라 남쪽에서도 충분히 북한 전지역을 상정한 농업 연구를 할 수 있다”며 “강원도 평창, 진부, 철원 등이 그 지역이며 일부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그밖에 고상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광물자원개발융합연구단장이 ‘북한의 광물자원 현황과 협력 방안’에 대해, 북한 과학기술자들과 20년 이상 교류와 협력을 해오고 있는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원이 ‘북한 과학기술, IT 실태와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대부분 “일방적으로 주는 식의 교류는 지양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최현규 본부장은 “우리는 첨단기술에, 북한은 현장과 문제 중심 해결, IT 인력 등에 장점이 있다”며 “기존에는 마치 식민지를 대하는 듯한 계획이 많았는데, 사람과 기술을 중점적으로 보며 향후 협력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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