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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호러에 열광하는 이유

2018년 11월 04일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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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사람들은 호러를 좋아하는 걸까? 무서운 영화는 커녕 조금 무서울 거 같은 이야기에도 쩔쩔매는 나로서는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 신기했다. 그런 한편 이런 나 역시 때로는 괴로워질 걸 알면서도 궁금증이 돋아서 무서운 영상을 클릭하는 일이 많았다. 왜 우리는 무서운 자극에 끌리는 걸까? 

미국 피츠버그대의 연구자 마기 커와 동료들은 다음과 같은 연구를 했다. 놀이공원에서 '귀신의 집'같이 공포 체험을 할 수 있는 어트랙션 티켓을 산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포 체험 전과 후 각각 두번에 걸쳐 감정 상태(행복한, 슬픈, 화난, 좌절스러운, 피곤한, 지루한, 스트레스가 많은, 불안한 등)와 생각에 대해 물었다. 이중 약 80명에 대해서는 공포체험 이후 뇌의 반응인 뇌전도(EEG)를 측정했다. 

 

그 결과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공포 체험 전에 비해 이후에 대체로 더 행복해지고 덜 슬퍼지고 좌절감도 덜하며 덜 지루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 등 대체로 긍정적 정서는 증가하고 부정적 정서는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불안(anxious)’과 ‘피로(tired)’에서 효과가 컸다. 공포 체험 이전에 비해 마음이 불안(이전 75.7% 이후 22%)하고 피로(이전 24.7% 이후16.8%)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포 체험에 피로 해소 또는 회복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호러를 좋아하거나 공포와 관련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공포 체험 후 무섭고 불편했지만 동시에 스릴 넘쳤고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포 체험이 단순히 공포를 느끼고 마는 소극적인 행위라기보다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것과 같은 생산적인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 활동을 함께 관찰한 후 연구자들은 공포체험이 스트레스는 줄여주는 반면 기운을 북돋아 주는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때로는 ‘지루함’처럼 아무런 자극이 없는 상태가 공포보다 훨씬 괴로울 수 있다. 또 정말 파괴적인 상황에서 오는 공포 말고, 이미 안전함을 알고 스스로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공포(귀신의 집이나 호러영화 또는 롤러코스터)의 경우 이후 더 큰 즐거움을 가져오곤 한다. 미지근한 곳에 있었을 때보다 추워서 덜덜 떨다가 따듯한 곳에 들어가면 그 기쁨이 더 큰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통제 가능한 괴로움’의 존재가 즐거움의 한 가지 원천이 되는 현상은 꽤 흔한 것 같기도 하다. 언뜻 보면 말이 안 될 것 같은 것들이 말이 된다는 점이 감정의 세계가 흥미로운 이유다. 

 

Kerr, M., Siegle, G. J., & Orsini, J. (2018). Voluntary arousing negative experiences (VANE): Why we like to be scared. Emotion. Advance online publication.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을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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