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만 있던 그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2018.11.01 03:00

스위스 연구진 경막외 전기자극 치료법 개발 

하반신 마비 남성 3명 1주만에 걸어 

새로 개발한 전기자극 장치 스티모를 착용한 채 걷는 환자의 연속사진. - 사진 제공 네이처

새로 개발한 전기자극 장치를 착용한 채 걷는 환자의 연속사진. - 사진 제공 네이처

만성 신경 손상으로 고통 받던 하반신 마비 환자 3명이 새로운 전기자극 치료를 받은 뒤 단기간에 걸음보조기의 도움만 받은 채 걷는 수준까지 회복됐다. 기존에도 전기자극을 이용한 치료 기술이 더러 연구됐지만, 치료 속도가 느리고 전기자극이 끝나면 효과가 사라지는 단점이 있었다. 사지 마비 환자 치료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레고르 쿠틴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교수와 조슬린 블로흐 보도대병원 교수 공동연구팀은 척수를 다쳐 최소 4년 이상 하반신 전부 또는 일부를 움직이지 못하던 남성 환자 세 명을 자신들이 개발한 새로운 신경 전기 자극 장치를 이용한 치료 기술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해 그 결과를 31일 ‘네이처’와 ‘네이처 신경과학’ 각각 발표했다.

 

이들이 개발한 기술은 피부 아래에 전극을 심어 척수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경막외 전기자극(EES) 치료법의 일종이다. 쿠틴 교수팀은 수년 동안 동물을 이용해 신경의 움직임을 연구해, 뇌가 척수를 통해 다리를 움직이도록 신호를 보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정교하게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인체 척수에 전극을 삽입해 걷는 데 필요한 다리 근육을 정확히 골라 필요한 때 선별적으로 자극하는 새로운 치료 기술을 완성했다.

 

왼쪽 다리를 들어 앞으로 내뻗기 위해서는 허리 근육을 이완시켜야 하고, 다시 오른 다리를 뒤로 뻗어 몸을 앞으로 향하게 하려면 무릎 쪽 근육을 수축시켜야 한다. 이 과정을 각각의 신경에 순차적으로 전기자극을 가해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는 기존에 시도되던 전기 자극 치료가 대부분 신경에 전기를 지속적으로 흘려 주던 것을 개선한 것이다. 쿠틴 교수는 “기존의 치료는 다리에서 척수를 거쳐 뇌로 전달되던 감각 등의 정보를 중간에 차단시켜 오히려 자력으로 걷는 능력을 떨어뜨리곤 했다”며 “우리는 전기 자극을 ‘스위스시계처럼 정확하게' 필요한 때 필요한 위치에 가한 결과 환자가 의도한 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험에 참여한 환자 세 명이 걸음보조도구와 전기자극기만을 착용한 채 걷는 모습. - 사진 제공 네이처
실험에 참여한 환자 세 명이 걸음보조도구와 전기자극기만을 착용한 채 걷는 모습. - 사진 제공 네이처

연구팀은 전기를 가하는 시점과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해 세 명의 남성 환자에게 실험했다. 그 결과 환자는 빠른 속도로 다리를 움직이는 능력과 걷는 능력을 회복했다. 실험에 응한 세 명의 환자 모두 일주일 만에 몸을 기댄 상태에서 걸음을 옮길 수 있게 됐다. 5개월 뒤에는 근육을 스스로 움직여 발을 뻗는 거리와 들어올리는 높이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재활을 마친 뒤, 이들은 상체를 위로 들어 지탱해 주는 보조 도구나 유모차 형태의 걸음보조기에 스티모만 착용한 채 1㎞이상을 걷는 데 성공했다. 자전거도 탔다. 심지어 스티모를 꺼도 운동 신경이 일부 활성화됐다. 쿠틴 교수는 “정확한 전기 자극 치료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을 새롭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사지 마비 환자의 치료와 재활 연구가 새로운 국면에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말에도 미국 메이요대 의료진 등이 시판용 전기자극기를 이용해 한 20대 하반신 마비 환자를 걷게 하는 치료법을 성공시켜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한 적이 있지만, 이 때는 15~85주의 긴 시간 재활과 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기술과 결합하면 더욱 효과 좋은 치료기술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체트 모리츠 미국 워싱턴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네이처'에 기고한 해설 글에서 " 최근 의료기술들과 이번 연구 결과는 마비환자 치료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임상시험을 담당한 블로흐 교수는 “일주일 만에 환자가 걷기 시작했을 때 우리의 연구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두 연구자들은 GTX 메디컬이라는 스타트업을 공동으로 세워서 마비 환자를 위한 맞춤형 신경 치료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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